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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얼굴 보고 수다 떨고
함께 만들어 먹으며 행복하면, 저절로 치유된다
마을이 희망이다
무거마을의 공동체 회복 시도, 오감테라피로
2018년 06월 04일 (월) 12:02:17 홍욱진 기자 zzinicra@hanmail.net

"착착착! 송송송!"
도마 위에 칼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소리를 내고 조별 나누어 놓은 재료들이 큰 볼에서 비벼지고 드디어 만두피에 넣어 개성 가득한 만두로 재탄생 됐다.
흡사 잔칫날같은 분위기이다.
정천면 무거마을에서는 지난 4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어우러진 오감테리피가 진행되고 있다. 6월 첫날 수업은 음식테라피로 촉촉한 고기만두와 매콤아삭한 김치만두를 하기로 했다.
"두부랑 당면도 들어 가야는디……."
한 어르신이 당신이 만들어 먹던 만두와는 조금 다름을 표현한다. 하지만 선생님이 준비해온 재료대로 해야 수업이다.

   
 
  ▲ 미술테라피로 진행한 데칼코마니 작품들.  
 
◆공동체 회복을 기대해

수업내용은 이뿐만이 아니다.
노래체조로 몸을 풀고, 물감을 종이 한 켠에 짜고 반 접어 문질러 나오는 느낌을 보는 데칼코마니도 한다. 클레이로 조물락거려 형태를 만들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물감에 적신 실로 문양이 되는 미술놀이도 하게 된다. 또 요가동작을 하며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기도 하고, 짝과 체조도 하고 마사지도 하며 잠재된 욕구와 심리를 살피기도 한다. 또한, 협동 작품으로 수세미를 만들거나 천연화장품을 만들기도 한다.

마치 초등생 교실 풍경일 수도 있지만, 4월부터 6월까지 매주 무거마을 마을회관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오감테라피를 진행하는 조경은 강사는 "노인층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는 처음이예요. 70~80대 어르신 20명 가량과 진행하는 것이 솔직히 걱정도 됐고, 내용에 대한 고민도 많이 됐었어요"라며 "제가 살고 있는 마을 어르신들처럼 생각하니 점점 편해져서 지금은 얼굴만 봐도 반가와 서로 얼싸안게 돼요"라고 말한다.
어르신들과 수업을 하다 보니 시골에 살고 계신 친정부모님 생각에 더 많이 안아드리고 손잡아드린다고.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고 따뜻한 손길과 마음에 제가 더 행복해요. 어르신들을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 됐어요."

무거마을에서 오감테라피 수업을 하고 있지만 인근의 수암마을 어르신도 함께 참여하신다. 그러다보니 더욱 화합과 소통의 필요성도 느꼈다.
"인근 마을 어르신들의 화합과 마을구성원들 간의 소통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함께 요리하고, 스킨십을 하는 요가, 짝체조, 마사지 등을 하면서 처음보다 조금씩 더 가까워졌어요."
부귀 미곡마을에서 푸근하고 힘이 생기는 생활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경은 강사는 자신이 가진 다양한 재주로 일반적인 테라피가 아닌 오감테라피를 진행하고 있다. 치유를 위해 사람의 마음을 열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치유는 서로 얼굴을 보고, 수다 떨며 요리도 함께 만들고, 함께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하면 저절로 된다고 생각해요."

   
 
  ▲ 조별 그림그리기를 한 후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치유와 회복에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잘 아는 방법이면 충분할 수도 있다.
마을 공동체 유지와 회복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무거마을 최봉규 이장은 "고령화된 기존주민들과 귀농귀촌한 주민들이 물과 기름처럼 융화가 잘 되지 않아 아쉬웠다. 같이 할 모임이 필요했다"며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동안 뒷정리도 도와주며 친해지고 있고, 서서히 성공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금요일이면 오전에는 오감테라피가 오후에는 보건소 체조수업이 있다 보니 점심식사를 마을회관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부녀회장을 비롯해 젊은 주민들이 나와 수업 수발도 들고 점심을 마련해 어르신들도 집에 가지 않고 점심을 해결하고, 기존 주민들과 귀농귀촌한 주민들이 더욱 친해지는 시간이 마련되고 있다.
고령화된 시골마을 어르신들의 자녀들이 귀촌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을 끌어가게 마련이라는 것. 그래서 지금부터 친해지고 화합해 온전히 같은 마을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귀농귀촌한 주민들이 농사를 짓지만 바쁜 농사철에는 인력부족으로 힘들어 한다. 보통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일을 우선으로 돕다 보니 귀농귀촌인들은 여전히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
"갈거마을도 함께 하려고 했는데 고령화되다 보니 무거마을까지 이동하기가 어려워 함께 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무거마을 수암마을 갈거마을이 마을별로 순회하는 방법으로 함께 하려고 한다."
진안읍은 물론이고 정천면소재지와도 떨어져 있는 무거, 갈거, 수암마을이 함께 만나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
공동체가 회복되는 순간이다.

   
 
  ▲ 음식테라피로 만두빚기에 열중하고 있는 무거·수암마을 어르신들의 모습.  
 
◆농어촌희망재단 공모사업으로

이러한 의미 있고 신나는 프로그램은 어디에서 지원해 가능한 걸까.
무거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감테라피는 진안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에서 2018년 농어촌희망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돼 가능했다. 농어촌희망재단의 '농촌·교육·문화·복지 지원사업'은 농촌의 교육문화복지 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주민 스스로가 프로그램 실행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역량을 개발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는 사업으로 공동체가 이루어진 곳에 지원하며 매년 점검 평가를 통해 잘 유지가 되면 3년간 연장지원이 가능하다.

진안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이번 공모사업 지원은 정천 무거마을을 비롯해 백운면의 '아이 함께 키우기 모임'과 부귀면의 '곰티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진안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장재원 총괄국장은 "농어촌희망재단 공모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진안에서도 교육문화복지에 소외된 읍과 멀리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공모를 구상했다"며 "백운면은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공동체이고, 부귀면은 장승초를 기반한 젊은 학부모들의 공동체이며, 무거마을은 이장님과 주민들의 의지가 강해 가능했다"고 말했다.

백운면의 경우, 유아체조, 간식만들기, 장난감 만들기, 아이옷 만들기 등 아이키우기에 필요한 것들을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부귀면의 경우 학부형들이 주축이 돼 독서하거나 동양철학을 공부하기도 하고 공동체 속에서 나를 보고 주변과 건강한 관계만들기를 위한 비폭력워크숍도 진행된다.

   
 
  ▲ 어르신들이 뭉툭한 손끝으로 빚어낸 각양각색의 만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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