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에 따른 차선 변경 없어, 사고 발생시 고스란히 주민 책임

▲ 시행 첫날인 지난 19일 장날에 상인들이 홀수일 주차구역을 점령하여 일반 차량은 주차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19일부터 진안읍 중심도로인 쌍다리~시외버스터미널 구간에서 홀·짝수일 주정차제가 실시되었으나, 전반적인 준비부족으로 인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홀·짝수일 주정차제는 홀수와 짝수일에 따라 하루씩 한쪽 차선에 주정차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는 부족한 주정차 시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일부 지자체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우리 군도 그동안 무질서한 주정차로 교통혼잡과 여려가지 민원이 있었던 쌍다리~시외버스터미널 구간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군은 지난해부터 주차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학천마을과 우아마을에 토지를 확보하는 노력을 해왔고 일단 4월 말에 학천마을의 주차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천마을 주차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홀·짝수 주정차제에 따른 주차 대체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밀어붙이기식 제도시행
그러나 군은 이 같은 대체 주차공간 이용 가능 시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급하게 지난 19일부터 주정차제를 시행하면서 불법 주정차 계도에 들어갔다.
이 같은 군의 정책시행에 대해 주민들은 “대체 주차공간도 없는 상황에서 제도를 시행하면 우리는 어디에다 주차하라는 거냐.”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주정차제 시행 이틀째인 20일에는 짝수일 주정차가능구역에서 인도 블록설치 공사가 진행됐다. 한 상인은 “짝수일이라 주차를 했더니 반대쪽으로 차를 빼라고 해 홀수일 주차구역에 주차를 했다.”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선을 빚고 있어 제도 시행 전에 충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주정차제는 차로를 사용하므로 인도와는 무관하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인도 블록 공사 때문에 보행자들이 차도로 통행하고 있어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다.

·주민과의 대화부족
더군다나 시행 전에 “주변 상인 및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라며 주민합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 담당 공무원은 “표본으로 몇 개 상가를 방문해 협조를 구했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주민합의를 위한 충분한 사전 논의가 없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주정차 문제가 가장 심한 5일장에 홀·짝수 주정차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장날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 대부분은 지역민이 아니므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한 단속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장날이 풍성해야 사람 사는 것 같고, 재래시장의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이날은 주정차제를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군 담당공무원은 “주정차제 시행 이유가 자동차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에 대한 질서 확립이다.”라며 “5일장 날도 단속하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은 분분한데 군 담당공무원은 이미 단속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 역시 주민과의 대화가 충분치않아 빚어진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준비부족 몫은 주민에게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기존 중앙선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 혹시라도 있을 사고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최충신 교수는 “모든 사고는 중앙선을 중심으로 판단한다.”라며 “만일 주차된 차선을 통행하는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사고가 난다면 중앙선 침범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즉 이번 주정차제 시행에 따라 주차된 차선으로 통행하는 차량은 사고발생시 중앙선 침범으로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은 개구리 주차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최 교수는 “인도로 차를 올리다가 사람과의 사고가 났을 때엔 모든 책임이 운전자에게 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행정을 믿고 시행에 동참한 주민들이 오히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격이다. 이러한 법적 상황을 아는 경찰은 시행 첫날만 ‘홍보’에 동참했을 뿐 이후 주정차제에 대해 어떠한 협조도 하지 않고 있어 부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일한 홍보와 밀어붙이기식 제도시행, 준비 부족 등으로 인해 우리 고장의 주정차제도는 많은 혼란과 갈등의 소지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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