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도 버린 송아지 따뜻한 맘으로 애지중지 보살펴

▲ 칠삭둥이 팔팔이는 이성열, 이금선씨 부부의 사랑으로 다 죽다 살아났다.
새로 지은 집은 흙마루가 꽤 높았다. 계단을 오르면 바로 미닫이문이다. 유리된 미닫이문을 통해 거실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곳을 통해 들여다 본 거실에서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것은 어린 송아지였다. 큰 개만 한 녀석이 거실에 앉아 물끄러미 낯선 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거실에서 송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갔지만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도 녀석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어나 비실비실 도망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처음 그대로 의연했다. 사람에 대한 반응이 여느 송아지하고는 분명 달랐다.

용담면 송풍리 방화마을에 살고 있는 이성열(53), 이금선(50)씨 부부는 그렇게 집안에서 송아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이씨 부부는 이성열씨의 고향인 고창 대신 이금선씨의 오빠인 이학용(52)씨와 올케 김경숙(49)씨가 약초재배를 하고 있는 진안으로 7년 전 내려왔다. 오빠네와 함께 약초도 키우고 소도 기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중 팔팔이를 만났다.


◆칠삭둥이 팔팔이

“그냥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생각밖에는 없죠. 그래서 이름도 팔팔이라고 지었어요.”

팔팔이가 태어난 것은 지난 2월 27일이다. 본래 예정일은 4월 9일이었는데 성미가 무척 급했는가 보다. 한 달도 더 넘게 일찍 세상에 빛을 보았다.

이씨 부부는 낮에 송아지가 태어난 것을 확인하고 “조금 일찍 태어났지만 어미가 잘 보살피겠지.” 생각했다. 사람도 칠삭둥이가 있는데 별일이야 있겠나 싶었던 게다.

“이상하게 새벽에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갓 태어난 송아지도 자꾸 눈에 밟히고 잠도 안 오고요. 그래 나가보니까 팔팔이가 다 죽어가고 있었어요.”

 

바로 들어다 방에 두고 마사지를 해주면서 옷이나 이불로 똘똘 말아 체온을 올려줬다. 주변에선 살기 어려울 거라 얘기했지만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태어난 생명인데 어찌됐든 살려내야 할 것만 같았다. 조그만 애완동물도 아니고 말이 송아지지 덩치는 오죽 크고 손가는 일이 한둘이었겠는가.

“힘들긴 했죠. 똥·오줌을 못 가리니까 깔아 놓은 이불을 하루에 열댓 번도 넘게 빨아야 했어요. 어지간한 아기 키우는 것보다 더 힘들어요.”

 

그래도 그렇게 건강하게 살아나 자라주니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있겠는가. 상태가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아 밖에 팔팔이를 밖에 내놓았다. 집을 임시로 지어주고 난방이 되는 전구를 달아 주었다. 그랬다가 또 한 번 팔팔이를 잃을 뻔했다. 기승을 부리던 꽃샘추위에 얼어버린 건지 아니면 정을 주던 이씨 부부 곁을 떠나서 몸살을 앓은 건지. 여하튼 다시 거실에 들여 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 키우면 타고 다녀야죠

지금도 팔팔이는 주인 이씨 부부와 함께 거실에서 잠을 자고 먹는다. 목욕을 시켜 드라이어로 털을 잘 말려 주면 참 잘 잔다. 이금선씨가 품에라도 안아 주면 어깨에 머리를 척 걸치고 금방 코를 골며 잠에 빠져든다.

“버릇이 되어 그런지 거실에 함께 있으면 자꾸 와서 치대요. 우리 아들도 이렇게 키우진 않았는데. 분유에 홍삼 가루도 타 먹이고 똥·오줌 다 받아내고.”

 

팔팔이는 자다 말고 똥도 많이 싼다. 냄새 독한 방귀도 뀌고 코도 무척 심하게 곤다. 귀여운 눈망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현실이다.

그렇게 힘든 점을 얘기하면서도 이금선씨의 얼굴은 한없이 밝기만 하다. 아니 팔팔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팔팔이가 좀 더 기운을 차리면 만들어 놓았던 전용 축사에 옮겨 놓을 생각이다.

어미는 팔팔이를 낳고 얼마 안 있어서 동생을 배었고 칠삭둥이에 대한 애정도 그리 깊지 않은 것 같다. 젖이라도 먹일 생각으로 곁에 데려다 주면 주둥이로 툭툭 밀쳐 내놓는다. 그래 더 안쓰럽지만 다른 소들과 함께 놓는 것은 영 무리지 싶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팔팔이가 다 크면 어쩔지 궁금했다. 농가에 소 한 마리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요긴한지 잘 알기에 더욱 그랬다. 그 점에서는 이씨 부부의 생각은 같았다.

“다 크면 말처럼 타고 다니려고요. (웃음) 어떻게 팔아요. 정이 이렇게 들었는데.”

팔팔이는 제 얘기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거실로 드는 따뜻한 봄 햇살 맞으며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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