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10) 진안민속뿌리공예

▲ 전통을 이어갈 뿌리공예 후계자 없어 안타깝다는 진안민속뿌리공예 황성기 대표.
민속 뿌리공예는 예술이다. 거친 나무뿌리와 쓸모없는 고목기둥을 이용해 목공이 구상한 의도와 손에 의해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탄생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목공예는 인공적인 장식보다 목재가 갖는 자연목리(自然木理)를 살리는 데 통일성을 가져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도시민들이 각박한 삶 속에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과 조선시대에 자연목리를 살리는 데 주력한 것과 똑 같다.

그러다보니 거실의 응접실 탁자, 장식장, 식탁, 현판, 바둑판, 전화 받침대, 수석좌대, 분재 그리고 여성이 아름답게 꾸미는데 도움을 주는 화장대까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실용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 중심에 민속 뿌리 공예가 위치해 있다. 뿌리공예는 목공에 의해 뿌리의 자연미를 최대한 살려 구석구석까지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
단연코 세상에서 하나뿐인 최고의 예술품이 되는 것이다.

◆뿌리공예 인생 44년
“뿌리 공예는 버려진 고목을 잘 다듬어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뿌리공예를 통해 심신수양을 했는데 이제는 저의 삶이 되어버렸습니다.”
진안 민속 뿌리공예 황성기(73)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44년 전 처음 뿌리 공예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까지 외길인생을 걸어온 장인이다.

뿌리공예 직공(職工)으로 1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자신의 공방을 만들었다는 황성기 대표.
지금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진안읍 운산리 외내후마을이다.
황 대표가 뿌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공간을 찾아가 보았다. 그를 찾아갔을 때에도 여전히 고목을 손질하고 있었다.
고목을 다듬던 손길을 멈추고 반갑게 맞아주는 황성기 대표를 따라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화장대를 비롯해 제각기 다른 수십여 가지 모양의 뿌리공예품을 접할 수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온 뿌리공예의 결과물에 대한 긍지가 고스란히 전시장에 녹아 스며들어 있었다.

“제가 만든 결과물이 누군가에 의해 관상용이나 거실에 놓여 사용되어 진다는 것이 보람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목 공예품은 한번 구입하고 버리지 않는 이상 평생 동안 쓸모가 있어요. 단 하나만 존재하니까요.”
뿌리공예 44년을 통해 얻은 것은 수양과 신뢰다. 상품 값어치가 없는 것은 소비자가 구입하고도 기분이 상할 것을 고려해 만들지 않는다.

“제가 만드는 공예품은 최소한 7년에서 8년 동안 나무를 말려 작업을 합니다. 그 이전에 작업을 하게 되면 나무가 머금고 있던 습기로 인해 나무가 갈라지거나 휘어지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최소한 7~8년의 시간이 걸리죠.”
오랜 시간을 두고 작업해야할 뿌리공예는 재료가 중요하다. 황 대표는 용담댐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나온 고목을 입찰을 통해 구입했다. 그 양으로 무려 10년이상 작업할 수 있다.
뿌리공예로 외길인생을 걸어온 황성기 대표의 노력의 결실은 전라북도로부터 민속 뿌리공예 특산단지로 지정을 받았다.

◆전통의 맥을 잊지 못한 아쉬움
자연목으로 만든 뿌리공예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전통의 맥을 이어갈 후계자가 없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놓여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먼지 뒤집어쓰고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뿌리공예를 배워보겠다고 찾아왔던 사람 중에 가장오래 버티고 간 기간이 6개월 이예요. 짧게는 10일에서 20일 정도. 어느 분이 배우겠다고 할지….”
이제는 질 좋은 공예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맥을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
(문의: 432-07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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