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만들기 행사 첫날, 환영의 밤 행사에서 아름나라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축하공연을 펼치고 있다.
비 내리고 싸늘한 날씨도 참가자들의 열기를 막을 순 없었다.
제1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는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예체육회관에서 열린 한일컨퍼런스를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이 자리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강태혁 기획단장은 “살기 좋은 지역만들이기의 중요한 원칙은 ‘주민주도’이며 이에 근거해서 민관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기조연설을 통해 밝혔다. 또 강 단장은 “마을만들기 전국대회는 주민과 NGO, 지자체가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추진했다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라고 이번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의 의미를 부여했다.

강 단장의 이 같은 의미 부여는 행사가 끝난 후 평가회의를 통해서 재차 확인됐다.
발제와 토론이 적절히 어우러질 수 있는 시간배분의 실패, 2박3일이라는 긴 일정을 알차게 채울 수 있는 치밀한 시간계획의 아쉬움,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 등 몇 가지 행사 준비와 진행상의 아쉬운 점이 제기되었음에도 평가회의에서는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가 더욱 크게 부가되었다.

그만큼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는 슬로건이 주는 느낌이 강했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군 마을만들기팀 곽동원 담당자는 “짧은 마을만들기 역사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전국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그 사람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성과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군은 이번 대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매뉴얼로 만들 계획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추경에 예산을 확보해 발제자들의 발제내용과 토론내용을 정리해 이번 대회의 성과물로 남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둘째날 분과별 학습과 토론 가운데 제2분과 마을만들기 사례발표 모습. 사회를 맡은 이필구 한국YMCA 전국연맹 기획팀장이 발표회를 진행하고 있다.
◆ 마을 만들기는 ‘사람의 힘’
첫날은 한일컨퍼런스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유키토미오(일본 민속연구가)씨가 일본 마을만들기 경험과 교훈을 들려주었다.
또, 한국의 마을만들기 현황과 과제, 진안군 으뜸마을가꾸기 추진사례 등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유키토미오씨는 마을 음식문화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음식을 통한 마을공동체 회복과 관광자원화 사례를 소개했다.

유키토미오씨는 “농촌마을엔 좋은 일자리와 자연환경, 문화, 이웃 등이 필요하지만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라며 “하지만, 좋은 마을은 돈이나 행정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문예체육회관에 설치한 마을부스와 마을특산물전시·판매대를 둘러보고 저녁 문화공연과 기념식에 참가했다.

이날 문화공연은 아름나라 합창단과 느티나무 앙상블이 무대에 올라 멋진 공연을 펼쳤다.
저녁행사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마을가꾸기가 진행되고 있는 마을로 자리를 옮겨 마을단위로 마을만들기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 마임리스트 조성진씨가 '나무의 꿈'이란 주제의 마임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 후 조씨와 참석자들은 함께 어울리며 마임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 분과별 학습장 뜨거운 열기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된 둘째 날 오전은 각 마을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후 점심 후 학습과 토론 시간이 저녁까지 이어졌다.
모두 11개 분야로 나눠 진행한 학습과 토론 시간에는 ‘마을만들기 사례발표’에 가장 많은 참가자가 몰리면서 관심분야를 드러냈다. 청소년 수련관 각 실에서 발제와 토론, 실습 등으로 진행한 학습과 토론은 계획 시간을 넘겨서까지 진행하며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었다.

정부사업과 공무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3분과에서는 남해와 안성, 순천시에서 담당자들이 나서 사례발표와 함께 정부의 사업예산 집행 계획의 차질과 각 정부 부처에서 진행하는 유사사업 등으로 인한 애로사항을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행정자치부 살기좋은 기획팀 김상광 사무관은 애초 준비한 발제내용 대신 정부의 마을만들기 방향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으로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김 사무관은 발제를 통해 “마을 외형의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료 개선을 통한 삶의 질 향상, 공동체 복원, 소득개발 등이 마을만들기의 주요 핵심 추진 전략.”이라고 설명하며 “과거 농어촌개발계획처럼 소득향상에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관은 “정책 패키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예산 집행의 시스템화를 꾀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부처 간 협의를 활발히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 30여 명 남아 행사 마무리
6시가 다 되어 각 분과별 학습과 토론을 마무리한 참가들은 구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함께 모여 조성진 마임니스트의 공연을 즐겼으며 각 분과별 토론 내용을 발표 정리했다. 이 자리엔 진안 마을가꾸기를 이끌어낸 장본인으로 평가되는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전 군수가 참여해 제1회 전국대회를 축하했다.
마지막 날에는 간단한 평가회의와 함께 차기 대회 유치장소에 대한 논의를 한 후 행사를 마무리했다.

 

■인터뷰…김택천 집행위원장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중앙정부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역 구성원들은 이미 지역 발전에 대한 고민과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내용과 형태에서는 조금씩 달랐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마을 만들기’였습니다. 그래서 마을 만들기에 노력하고 있는 활동가들이 모여 함께 고민한다면 더 나은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이는 장소가 마을 만들기가 활성화돼 있는 우리 군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군 지역혁신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택천 집행위원장. 김 위원장은 마을 만들기 활동가들을 ‘독립군’에 비유했다. 지역의 미래를 단순히 ‘더 잘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아니라 지역과 고향의 ‘생존문제’에서 인식하고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지역들의 개별적인 노력이 하나로 뭉친다면, 즉 지역과 지역의 혁신이 모인다면 국가 전체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김 위원장은 보게 됐다.

“사실 마을 만들기가 추구하는 지역화, 밀착화는 최근의 세계화 흐름과 정 반대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세계의 문제가 곧 지역의 문제이고 지역의 문제가 곧 세계의 문제인 것입니다. 마을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가 세계화의 무한경쟁에서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정부에서 세계화와 지방분권이라는 정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김 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세계화의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가 ‘지역화와 밀착화’라고 김 위원장은 이야기했다.

“마을 만들기의 성공 여부는 그 주체들에게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활동가의 노력뿐만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 지역 기관^단체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것이 곧 혁신체계를 구축하는 것인데, 정부는 이런 지역의 노력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 정책생산을 책임지는 형태가 되는 것이죠.”

이번 첫 마을만들기 전국대회를 마무리하면서 김 위원장은 “절대 성급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을 만들기라는 노력이 결실을 맺기까지 100년이 걸릴지 200년이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소수 활동가를 중심으로 열리고, 진행상 여러 문제점이 있었지만 “문을 열었다.”라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말했다.

“마을만들기는 주민참여형 세상 만들기이자 우리나라의 지역을 만들어 가는 새로운 운동입니다. 앞으로 매년 마을 만들기 전국대회가 진행되면서, 마을 만들기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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