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회 해외연수 심사에서 단 한마디 지적도 못해
전현직 군의원, 공직자들로 의장이 위촉

▲ 지난 3월 5일 군의회 의장실에서 진행된 '진안군의원 공무 국외여행 심사위원회'회의록 중 심사 의결서
진안군의회가 지난 2003년 ‘진안군의회의원공무 국외여행규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연수심의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안군의회는 지난 2003년 12월 23일, 진안군의회의원의 공무국외여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진안군의회의원공무 국외여행규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무국외여행자를 심사하기 위한 심사위원 선정에 있어 ‘학식과 덕망이 있는 관내 저명인사와 기관 및 사회단체에서 위촉한다’는 규정만 두었을 뿐 별다른 선정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진안군의회 의장이 직접 위촉하는 등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를 제어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진안군의회 의원들의 캐나다 연수를 두고 실시한 심사위원회는 김정흠 군의회 의장을 비롯해 이한기 위원, 나화정 진안교육장, 임경환 새마을운동 진안군지회장(전 공무원), 손종엽 한국농업경영인 진안군연합회장(전 군의원) 등 전현직 군의원 또는 공직자들로 구성돼 있다.

심사위원회는 ‘여행의 필요성 및 여행자의 적합성’, ‘여행국과 여행기관의 타당성’, ‘여행기간의 타당성 및 여행경비의 적정성’ 등을 심사하게 돼 있지만 이번 군의원들의 캐나다 해외연수의 경우, 연수일정의 반 이상이 관광성 일정으로 채워졌지만 이에 대한 지적이나 연수의 불합리성이 제기되지 않았다.

김주환 새진안포럼 대표는 “군의회 의장, 그리고 의원, 저명한 인사로 표현했지만 교육장과 지난 시기 군의원을 지냈던 분들로 구성된 이런 구조라면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질 수 없다”라며 “또 군의회 의장이 심사위원에 대한 위촉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데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만큼 새로운 규칙으로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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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성 일정 지적 ‘없어’
‘진안군의회의원공무 국외여행규칙’에 따르면 심사위원회는 ‘여행의 필요성 및 여행자의 적합성’, ‘여행국과 여행기관의 타당성’, ‘여행기간의 타당성 및 여행경비의 적정성’ 등을 심사하게 돼 있다.
하지만 3월21일부터 28일까지 6박8일 동안 캐나다 국외여행을 앞두고 실시한 심사위원회는 규칙에 정해진 심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5일 오전 11시30분부터 군의회 의장실에서 진행된 ‘진안군의원공무 국외여행 심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9장에 달하는 회의록 중 심사위원들의 발언은 단 10줄에 불과하다.
위원들의 발언 또한 “많은 정책을 보고, 의정에 반영하라”는 격려성 발언이 전부였다.

이날 심사과정을 통해 나화정 부위원장(교육장)은 “세계화 시대에 맞춰 해외연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도 업무상 해외를 몇 차례 다녀온 바 있지만 다녀올 때 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았으며 보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교육에 접목한 결과 많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번 의원 해외연수도 캐나다의 여러 가지 정책들을 보고 의정에 반영하다 보면 지역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고, 임경환 위원(새마을운동 진안군지회장)도 “군민 일부에서는 의원 해외연수가 연수목적과 다르게 외유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군민의 이러한 여론을 불식 시킬 수 있도록 이번 연수를 통해 해외 우수한 사례들을 보고 느끼고 돌아와 우리지역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연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군의회 의원들의 캐나다 연수는 연수목적과 달리 불필요한 관광성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런 일정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지적을 하지 않았다.
전춘성 의사담당(간사)이 “22일 빅토리아에 있는 빅토리아 최고의 호텔인 임프레스 호텔 주변 견학과 이탈리아 정원, 장미정원, 뷰차드 가든을 견학하고, 24일에는 요호에 있는 레이트루이스 호수를 탐방하고 날씨가 맑으면 호수가 에머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에머랄드 호수와 1858년 탐험가 제임스 헥터가 고개를 넘을 때 말이 난동을 부려 안장에서 떨어져 붙은 이름인 키킹호수를 견학할 계획”이라며 의원들의 연수일정을 밝혔지만 이런 관광성 일정에 대해 위원들은 단 한마디 지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연수일정의 반 이상이 관광성 일정으로 채워졌지만 이에 대한 지적이나 연수의 불합리성을 제기한 위원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김주환 새진안포럼 대표는 “유급제가 시행되는 등 제5대 군의회는 4대 군의회에 다른점을 인정하고 새로운 활동을 전개해야 하지만 바뀐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듯 하다”라며 “이번 연수 또한 늘 가던 그런 연수로 인식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바뀐 환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연수는 캐나다가 아닌, FTA 타결에 맞춰 농민들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농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례를 보는 것이 더 옳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만평 김성재
◆옥천, 연수비용 반납운동으로
군의원들의 해외연수와 관련, 충북 옥천에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연수비용 반납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옥천살림지킴이(대표 신동석)는 지난 3월 군의회 의원과 부군수 등 군 공무원들이 7박8일 동안 베트남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것과 관련, 군과 군의회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연수에 대한 혈세 낭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지난 4월 18일, 성명서를 통해 연수비용 반납을 요구하고 나섰다.

옥천살림지킴이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군의회의 베트남 연수가 ‘여행’이나 ‘관람’으로 바꿔놓아도 전혀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연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다”며 △연수비용 중 주민세금으로 지원된 예산의 전액 반납 요구 △더 이상 관광성 해외연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 등 두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옥천지역의 연수비용 반납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전 3대 의회 해외연수 때도 관광성 해외연수를 다녀왔다가 농민단체의 반발이 거세게 나오고, 주민들의 여론이 모아지면서 결국 사과문을 발표하고, 연수비용 중 22%인 700만원을 교육청에 기탁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당시 군의회의 사과와 연수비용 반납을 주도했던 한농연옥천군연합회는 군민서명동참호소문에서 “군민의 공복임을 자처해 온 옥천군 의회가 세계적인 관광지인 나이아가라 폭포, 그랜드캐넌,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로 연수를 다녀오셨습니다. 의원님들은 말씀하십니다. 이 연수가 진정 군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고, 옥천군의 정책 대안에 지표가 될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 한농연은 이것은 연수가 아니고 우리 주민 1만8천호 중 6천600가구가 낸 혈세를 쓸데없이 탕진한 관광이라고 규정하고 주민의 공복인 옥천군 의회는 군민 앞에 사과하고 다시는 군민을 기만하고 혈세를 낭비하는 관광성 해외연수를 하지 못하도록 연수 조항 조례를 폐지하고자 이 자리에 나온 것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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