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생명살림학교 김인술 원장

▲ 김인술 원장
일제강점기 민족의 수난을 다룬 ‘조선총독부’라는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지금 자신의 삶을 결정지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중학교 때 보았던 그 책이 온생명살림학교 김인술 원장의 현재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다.
“눈물을 흘릴 만큼 안타깝고 가슴 아팠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결국 우리에게 힘이 없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태교에서 생명농업까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김인술 씨가 귀농한 것은 87년이다. 전주에서 1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흥사단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태교’의 중요성을 깨달아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민족의 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그가 다다른 곳은 ‘태교’였고 궁극에는 ‘생명운동’의 중요성에 닿았다. 태교와 생명운동, 이것이 민족의 힘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부존자원이 없잖아요. 인재 밖에는 없어요. 사람이 힘이라는 얘기죠. 그 인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당연히 태교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더군다나 우리 민족은 태교 공화국이라 할 만큼 예부터 태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그리고 돌아본 우리의 현실은 절망적이었다. 먹을 것이 귀했지만 몸만큼은 깨끗했던 우리의 부모세대와는 다르게 지금 세대의 몸은 이미 잘못된 먹을거리와 생활로 망가져 있었다. “보도되는 것처럼 남자의 건강한 정자 수가 계속 줄고 여성의 폐경기도 무척 빨라졌잖아요. 태교에 앞서 식, 의, 주에 대해 공부할 수밖에 없었죠.”
경영학을 전공했던 그가 공부하기 위해 한문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10년을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전통 먹을거리의 우수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고 생명운동의 시작점이 될 ‘생명농업’에 모든 것을 걸게 된다.

◆우리 몸엔 우리 먹을거리
1999년, 진안군 부귀면에 있던 봉암초등학교를 사들여 온생명살림학교를 만들고 인근 농토에서 친환경농업을 시작한다. 그가 고향인 부안을 두고 진안군에 둥지를 튼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용담호는 전북의 생명수입니다. 당연히 깨끗하게 잘 지켜야 하고 그 생명수를 담고 있는 진안부터 환경농업을 시작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우렁이와 오리, 쌀겨 등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복합영농 실현을 위해 닭과 진안 꺼먹돼지를 키우고 양파, 배추, 고추 등의 채소도 텃밭에 심었다. 생명의 밥상 재료들로 자급자족 실현이 가능한 정도다.
김 원장은 우리 몸에 가장 장 맞는 우리의 먹을거리를 되살려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의 삶에 적용하는 영양학은 사실 우리의 영양학이라고 할 수가 없어요. 크게 나눠 동양인과 서양인은 기본적으로 삶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하면 안 되잖아요.”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김 원장은 육식과 채식의 문제를 들어 설명했다. 추운 지방에 주로 살았던 서양인은 육식이 주식일 수밖에 없었지만 비교적 따뜻한 우리 민족은 육식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체형만 보아도 알 수 있어요. 우리의 장 길이가 서양인의 장 길이보다 길죠. 육류는 열량이 높지만 쉽게 썩어 빨리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하거든요. 반대로, 채소류는 열량이 낮지만 오랜 시장 장을 지나며 영양소를 공급하죠.”
그런 이유로 동서양인의 상체와 하체의 길이비율이 다르다고 김 원장은 설명한다. 상식이 되어버린 ‘무조건 싱겁게 먹어야 한다.’라는 생각에도 다른 입장이다. 문제는 어떤 성분의 소금을 간에 맞춰 적당히 먹어주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소금보다는 간장을 담가 먹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소금이 갖고 있는 비소 등 독성을 제거하고 약성을 첨가하는 작업이 바로 간장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터득하게 된 지혜인 거죠.”

이처럼 삶 속에서 터득한 조상의 지혜가 담긴 우리 먹을거리를 우리 스스로 버린 결과가 우리 현대인의 몸 상태로 나타난 것이라 김 원장은 지적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 같은 우리 먹을거리의 소중함과 선조들의 음식에 대한 지혜를 담은 책 ‘잃어버린 생명의 밥상’(감수 고우석·관악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을 지난해 이맘때 펴냈다.
공부하고 연구하며 깨닫게 된 이 같은 진리를 국민에게 알리고 망가진 몸을 다시 되살려 건강한 후손들을 통해 밝은 미래를 만들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귀면에 온생명살림학교도 개교했다.

◆생산과 교육 판매가 한 곳에서
낡은 폐교를 수리해 2002년 농림부지정 진안여성농업인센터를 개소하고 그해 8월 온생명 살림학교를 개교해 교육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온생명살림학교를 찾거나 아니면 김인술 원장의 외부출강을 통해 생명밥상과 생명운동의 중요성을 교육받은 사람만 7만 명에 달한다.
농촌진흥청 등을 포함한 관공서나 기업, 대학, 각종 크고 작은 단체들이 교육을 들어오거나 김 원장을 초청해 특강을 요청하고 있다. 인근 대전 서구청에서 주민교양강좌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는 ‘서람이자치대학’에도 강사로 출강한다.

온생명살림학교에서는 2박3일이나 1박2일 코스로 교육을 진행한다. 숙박을 하며 생명의 밥상 체험과 다도와 전통예절체험, 감자 캐기 체험, 한국인의 태교문화, 마이산 기체험 등 참가자들의 특성과 연령을 고려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제가 생명의 밥상을 차릴 수 있는 농사를 많이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우리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많은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랬을 때 진안을 비롯한 전국의 농민들이 힘들게 생산하는 친환경먹을거리를 판매할 수 있는 판로도 생기는 거죠.”

올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은 많은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위기에 처한 농촌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김 원장은 자신의 온생명살림학교가 소비자와 생산자를 올바로 연결해 줄 수 있는 허브 구실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 김 원장은 온생명살림학교 인근부터 차근차근 친환경농업단지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교육 들어온 도시 소비자들이 우리 몸에 맞는 제대로 된 먹을거리에 대한 교육을 받고 직접 친환경농업 현장을 살펴보고 농산물을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노력과 활동의 의미를 인정해 2005년 농림부로부터 한국신지식농업인장을 수여하고 같은 해 행자부는 올해의 신지식인으로 김인술 원장을 선정했다.
현재 온생명살림학교는 교육부 승인 평생교육원이면서 (사)신지식농업인회지정연수원이기도 하다. 한쪽에 지어 놓은 교육관인 ‘신지관’은 과거 우리 시골집 마루와 마당을 연상케 하는 내부 구조를 가진 독특한 건축물이다.

이외에 교육생들이 묶어갈 수 있는 숙소와 식당 등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학교시설을 개보수한 한계 때문인지 전체적으로는 시설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온생명살림학교를 사단법인으로 전환하고 시설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민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중앙부처나 지자체와의 연계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소비자 교육, 판매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 우리 고장에 있는 만큼 지역차원의 전략적인 활용방안 모색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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