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면 송풍초ㆍ용담중 합동 가족체육대회
지난 5월4일, 가정의 달을 맞아 용담면 송풍초등학교와 용담중학교는 가족주간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한 울타리에 있는 초·중학교 학생들이 교사, 학부모와 한데 어우러져 펼치는 작은 체육대회였다.
흙먼지 뽀얗게 피어오를 정도로 아이들이 운동장을 가득 메우고 벌이는 야단법석, 시끌벅적한 체육대회는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한 흐뭇함이 있는 체육대회였다. 큰 학교를 다녔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운동에 유난히 소질이 있어 학급 대표선수로 이런저런 종목에 출전하지 않는 이상 잘해야 100m 달리기와 줄다리기 정도에 출전하는 것이 고작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날 송풍초 용담중 아이들은 전원이 전 종목에 참가해 맘껏 끼를 발산했다. 학부모와 선생님, 아이들까지 모두 참가해 전체 계주를 벌여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체육대회를 오전에 끝낼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아이들은 오후로 넘어가면 녹초가 되기 십상이다.
“큰 학교 아이들은 프로그램 한 두개 정도 참여하고 나머지는 놀거나 구경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학교는 그렇지 않잖아요. 대부분 경기에 참여하면서 협동심도 기르고 승부가 주는 희열도 느끼죠. 교육적으로도 더 좋은 것 같아요.”
하루종일 마이크를 붙들고 재밌는 입담을 선보였던 박재중 교사의 얘기다.
인원이 많지 않다 보니 선배와 후배,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경기에 참가해 힘을 모으고 정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작은 고무 양동이에 어린 후배들을 태우고 열심히 끌어 반환점을 돌아온다든지, 아니면 한 사람은 지렛대에 올려놓은 럭비공을 발로 밟아 띄우고 다른 한 사람은 열심히 좇아가 공을 광주리에 받아내는 것도 그랬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먼저 경기를 벌이는 친구나 동료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더 들어간다.
아이들만이 이날 체육대회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의 모습을 보러 온 학부모들도 주인공이었다.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달리기도 하고 학교에서 마련한 학부모만을 위한 경기에 출전해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다.
“우리 어렸을 때하고는 많이 다르죠. 그래도 그때는 한 학년에 두 반씩은 됐는데 지금은 중학교까지 다 합해도 50명이 안 되잖아요.”
나무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지켜보던 학부형의 얘기다. 시골 작은 학교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아버지가 다니던 학교에 그 자녀도 다니는 경우가 많다. 학교 동문으로서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지만 심하게 줄어든 학생 수 덕분(?)에 공유할 추억이 많지는 않다. 시간 탓일 게다.
이날 체육대회는 점심 전에 마무리됐다. 세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체육대회였다. 점심은 학교 식당에 모두 함께 모여 하기 때문에 나무그늘에 돗자리를 펴놓고 치킨이며 김밥이며 먹을거리를 가득 펼쳐 놓은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그것도 과거에 경험했던 혹은 큰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는 운동회의 모습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이날 체육대회에는 송풍초 병설유치원 원생 6명, 송풍초 학생 24명, 용담중 학생 13명뿐만 아니라 학부형도 30명 가까이 참석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가을에는 인근학교와 함께
가을 운동회가 벌써 기다려진다. 이번 5월 체육대회는 가정의 달을 맞아 펼친 작은 운동회였지만 가을에는 제법 큰 운동회가 열릴 전망이다. 교육부에서 시골에 있는 조그만 학교끼리 무리를 형성해 통합·연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하고 있다.
올해 전라북도에서 두 군데를 선정했는데 그 중 한 곳이 바로 송풍초등학교다. 그 프로그램의 하나로 가을에 인근 작은 학교들과 함께 운동회를 열 생각이다. “현재 조림초나 안천초, 주천초등학교 등 6개 내외의 초·중학교가 함께 모여 가을 운동회를 열어볼 생각으로 교장선생님들 간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9월말이나 10월 초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중학교와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송풍초의 경우 작은 운동회나마 열 수 있었지만 다른 작은 초등학교의 경우엔 운동회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 폐단을 해소하고 연계 교육을 통한 교육효과의 증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해 아예 지역 축제로 만들어 볼 생각이라니 기대해 볼만 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만고의 진리가 ‘아름다운 작은 것들이 모이면 더 아름답다.’는 명제로 바뀌어 가고 있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