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완 식(용담댐 고객지원과장)

현대의학은 암의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암은 세균의 침입에 의한 질병이 아니다. 한마디로 돌연변이된 세포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기관의 세포들 중에 유일하게 생식세포만 세포분열을 계속하고 다른 세포는 증식없이 본연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숨쉬고, 소화하고, 혈액을 순환하고, 이런 모든 게 결국에는 기관세포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그런 세포중 일부가 갑자기 생식세포처럼 분열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 암세포인 것이다. 분열하여 증식이 되면서 이웃하는 정상적인 세포를 밀치고, 밀집해서 딱딱한 종양으로 발전하고,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고, 본연의 역할을 못하게되어 결국에는 사람이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세포가 돌연변이하는 원인을 알지 못하니 치료가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외과적인 방법으로 암 발생 부위를 짤라내고 남은 부분으로 생명을 유지하던가, 방사선 등으로 암세포를 태워 죽이는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한다.그도 저도 못하게 암이 만연되었던지, 이미 다른 기관으로 전이된 상태라면 자연치유의 기적을 바라면서,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진통제를 처방할 수 있을 뿐이다. 암환자는 처음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일단 퇴원해서 민간요법을 쓰다가, 종교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을 거쳐 결국에는 다시 병원에서 몰핀으로 고통을 잠재우며 스스로 영원의 잠에 들게된다.투병 중인 암환자나 가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먼저, 의사를 믿으라는 것이다. 수술이나 방사선 시술 등 물리적인 의료행위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조속히 조치되어야한다. 예전에는 수술을 하면 암세포가 꽃이 피듯이 급격하게 번진다는 속설도 있어 수술을 꺼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 많이 불식된 것 같다. 다음은 민간요법도 배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대의학이 암발생의 원인을 모르다보니 외과적 시술 외에는 별반 치료행위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각종 버섯이나 다슬기 액, 굼벵이 등 민간요법으로 치료의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가 더 많은 것 같다. 현대 의학만 해도 미국의 경우는 매카니즘이(인과관계가) 명백히 밝혀진 정제된 약제만을 투여하는데 독일 등에서는 대체의학으로 나무뿌리나 곰팡이 등 자연식품을 인정한다고 들었다. 물론 독성이나 부작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겠지만 민간요법이라고 무조건 배척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 한가지는 어느 경우에서든지 운동을 수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이야말로 우리 몸의 면역을 키워주는 만병통치의 영약이라고 믿는다. 모든 암환자는 자신의 평소 생활습관에서 암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음식의 섭취에서, 호흡하는 공기에서, 또는 조급하던지, 완벽을 추구하여 스스로 다그치는 성격에서, 특히 운동을 멀리하는 생활습관에서 암은 발생한다. 복부 계통에서 발생한 암일수록 심장에서 멀리 하체운동이 절대 필요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오래달리기’를 권하고 싶다. 숨이 가쁘지 않을 정도로 느리게 30분 이상 달리는 활동이 유산소 운동으로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건강유지와 면역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될는지, 떠나는 날이 어느 때가 될는지 누구도 모르겠지만, 감사하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면서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간암환자의 경우 수술 후 5년 이내 재발병율이 85%에 달하고, 또 재발하면 결국에는 간암으로 죽게된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물론 그런 통계적 수치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기왕에 덤으로 얻은 인생의 순간을 남아있을 시간과 운명을 헤아리며 끌려 다니지 않고 자신이 주인이 되어 능동적으로 살겠다는 생각이 정신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수술 후 한동안은 두 달에 한번, 또 한동안은 세 달에 한번, 이런 식으로 검진을 받았다. 의사가 이상이 없다고 진단을 내릴 때마다 ‘아, 앞으로 두 달은 걱정없이 살 수 있겠구나!’ 안도하면서 살았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면, 내가 다시 새봄의 신록을 볼 수나 있을까 자신이 없을 때도 있었다.이제 5년을 넘기면서,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고, 특히 인생에 있어 시간과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진정한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든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그래도 새벽안개를 비스듬히 가로질러 떠오르는 첫 햇살이 광대한 우주의 허공을 가로질러 막상 내 눈동자를 황홀하게 비칠 때, 아침운동을 하면서 맨살의 팔뚝을 스치고 가는 한줄기 서늘한 바람의 촉감에서, 친구 따라 찾아간 민속주점에서 혀끝으로 굴리면서 마셔보는 한잔 동동주의 향기에서, 주체할 수 없는 삶의 환희를 느낀다.금년 1월부터 이곳 용담댐으로 근무처를 옮겼다. 현장근무는 본사와 달리 직접 지역주민과 마주하는 기쁨이 있다. 회사의 조직생활은 맡은 바 직무를 이용하여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은 결코 갖지 못하는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회사생활을 감사한다. 존경하고 신뢰하는 동료들과 마음을 함께 하는 보람도 있다. 누구나 떠난다는 것,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평소에는 자신은 예외같이 여기는 것이 우리 인간사인가 보다. 막상 떠난다고 생각한 그 짧은 순간에 주마등같았던 상념의 편린들을 모으면서- 산다는 것이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한 준비가 아닐까? 이 가을도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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