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징검다리...개성공단을 가다

▲ 사진 위쪽은 개성공단 1단계터 100만평에 대한 공단 관리위원회의 계획도. 이 터 중 5만평에는 3대1의 경쟁을 뚫고 24개 기업이 터를 분양받았고, 8개의 회사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사진 아래는 위성사진으로 본 개성공단의 모습. 군사분계선에서 개성공단까지는 비무장지대를 뚫고 새로 건설된 경의선 4차선도로로 10여분이면 도착한다. 개성공단 위쪽으로 개성시가 인접해 있다.
5월29일 개성공단을 찾았다. 한반도 긴장완화의 교두보로 휴전선상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남북 공동번영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개성공단.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성공단을 대북 퍼주기 사업의 본보기로 들며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개성공단, 우리는 이곳을 통해 남과 북의 민족공동체 형성이라는 숙제를 풀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일하는 개성사람들은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들이 꿈꾸는 내일은 무엇일까? 단단하게만 잠겨있던 북한은 왜 개성에 민족자본의 공단을 열어야 했던 것일까? 고려 태조 왕건의 옛 궁터와 충신 정몽주의 혼이 서려 있는 한반도의 정중앙, 개성공단에서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이번 개성공단 방문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루어졌으며 본사 김순옥 대표이사를 비롯해 65개 지역신문 관계자와 언론재단 관계자 등 모두 70여명이 참가했다.


◆평화의 징검다리… 오늘이 있기까지
개성공단의 시작은 지난 2000년 현대아산 정주영 회장이 501 마리의 소떼를 몰고 북을 방문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를 전후해 현대와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간에 총 2천 만평에 대한 개발합의서가 체결됐고 3년 뒤 우리 정부와 북, 그리고 현대가 참여한 가운데 개성공단 1단계 건설공사가 착공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3년의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북한 정권의 개혁, 개방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는 2002년 7월의 ‘7.1 경제관리개선조치’다. 이 조치를 통해 개성공단의 탄생을 전후한 북한의 변화를 분명히 발견할 수 있는데 ‘7.1 경제관리개선조치’는 북한이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에 가장 과감하게 시장주의, 자본주의적 요소를 대폭 수용한 조치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 조치를 통해 실질적인 임금제도(기존 배급제도의 부분적 폐지)를 도입하고 자유시장을 인정한다. 기업의 국가납부금을 과감하게 낮춰 기업인에게 이윤추구의 동기를 부여하고 농민들에게도 가족경작제도라는 이름으로 개인소유의 경작을 인정한다. 국영상점의 소유권이 개인과 비정부 기관에 빠르게 옮겨졌다.
결국 사회주의 경제권의 몰락과 자연재해가 겹쳐 90년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최악의 대기근을 겪은 북한은 2000년을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금강산 관광이 나왔고 (비록 중국의 방해공작으로 실패했지만) 신의주 특구가 떠올랐으며 마지막으로 개성공단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 북측 안내원이 개성공단 공단의 시설과 앞으로의 발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07년 5월29일, 개성공단의 오늘
개성공단을 방문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이는 공통적인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가깝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출발하면 2시간이면 개성공단 입구에 닿을 수 있을 만큼 개성공단은 가까이 있다. 서울에서 가깝다는 것은 우리 군사분계선에서도 가깝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우리 군사분계선 근처에 있는 도로 출입경관리사무소(우리 철도의 마지막 역인 도라산역이 근처다)에서 우리 측 방북수속을 마치고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는 경의선 도로를 지나 북측의 출입국 수속을 밟는 데까지 드는 이동시간은 불과 15분 안팎. 우리 쪽 군사분계선을 벗어나면 곧바로 개성공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성공단에서 개성시내까지도 역시 15분 정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고 도읍을 닦은 송악산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개성시내에서 공단까지 거리가 가깝다 보니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 1만 5천여명 대부분이 개성시민이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연령은 32세로 젊은 편이며 전체 노동자의 30% 정도가 전문대학교 이상을 나왔을 만큼 교육수준이 매우 높고 여성의 비율이 80%에 이른다.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주 48시간 이내로 일을 한다. 물론 회사가 원할 때는 야근과 잔업을 하기도 하며 이렇게 받는 개성공단 소속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62달러. 우리 돈으로 6만원 정도.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이 노동자 1인당 임금으로 부담하는 돈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체 평균 인건비의 1/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중국과 동남아와 비교해봐도 기업 입장에서 투자부담은 가장 적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50년 동안 배타적으로 이용권을 보장받는 공단 토지 이용료도 국내 공단 지가의 1/20 이하 수준이니 개성공단입주를 문의하는 국내 업체들의 문의는 언제나 끊이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한국 기업이 주는 돈에서 북한 당국이 30%를 떼고 나머지를 물품권으로 받는다. 북한이 배급사회라는 점과 공개된 외환시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이런 급여시스템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공단관계자들의 설명.

개성공단은 현재 섬유·기계부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 23개 기업이 분양을 받았고 8개 회사가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들 기업이 개성공단에 투자한 돈은 현재까지 1천381억원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공장의 증설, 인력의 추가고용을 계획중이다.

개성공단 진출기업의 이러한 적극적인 투자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에서 한 사람 고용하는 비용으로 개성공단에서는 고급인력 20명을 고용할 수 있다거나, 우리나라에서 공장용지 매입할 돈으로 공장시설물까지 완벽하게 준설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중국, 동남아시아 어디서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장점인 하나의 민족, 하나의 언어라는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의류업체(좋은사람들)에서 북측 노동자가 작업에 한창이다.
◆한미FTA, 그리고 개성공단의 내일
국회비준을 앞두고 있는 한미FTA에서도 개성공단은 가장 중요한 주제다. 협정에서 우리 정부는 협정 발효 후 1년 뒤 역외가공지역(Outward Processing Zone : OPZ)을 지정할 수 있는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라는 결과물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 협상내용이 밝히고 있는 역외가공지역 지정 기준이 사실상 개성공단 지정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한반도 비핵화 진전’이라는 기준에서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나머지 기준은 이미 상당부분 필요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싱가폴, 한·유럽(EFTA), 한·아세아(ASEAN FTA) 협상에서는 이미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대한 특혜관세부여를 챙겼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개성이 제조업의 메카로 서울의 금융과 인천의 물류를 연결하며 동북아 경제협력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최근 개통식을 가진 경의선 철로 역시 개성공단의 가장 큰 매력이다.
경의선은 서울과 개성을 거처 시베리아횡단철도(TSR)나 실크로드를 따라 이어지는 아시아횡단철도(TCR)를 통해 유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것은 한민족의 대륙진출을 위한 거점으로서 개성공단이 갖는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기사제휴 옥천신문>

▲ 개성공단 내 우리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북측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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