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초등학교 녹색문화체험

▲ 녹색문화 체험학교에 참가한 오천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천초등학교(교장 안종호) 운동장 한구석에 아이들이 모여 있다. 똑같이 학교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의 얼굴엔 이른 아침이었지만 묘한 흥분이 가득했다.

8일은 진안청소년수련관(관장 양윤신)에서 진행하는 ‘녹색문화체험’을 떠나는 날. 이날로 3회째를 맞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5월부터 7월까지 진행하는 국가청소년위원회 지원 사업이다.

“체험교육의 변화를 고민하다가 나온 프로그램이에요. 아이들의 흥미를 더 이끌어내고 자연과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했죠. 진안읍보다는 면단위 아이들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주관하고 있는 진안청소년수련관 양윤신 관장 얘기다.
오천초등학교 전교생 28명과 5명의 유치원생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전교생이다. 버스에 오르기 전 진안 YMCA 이래일 사무총장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아이들을 모아놓고 섬진강과 그 속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는 온갖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섬진강을 바라보고 있는 오천초등학교 어린이들
꿈같이 펼쳐진 하얀 모래밭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했지만 어린 유치원아이들에게는 조금 무리라는 판단에 바로 섬진강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 흥겹게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동요소리는 입가에 웃음이 피어오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각자의 소개와 인사를 나누고 이날 해설사로 참가한 진안YACA 김용만 간사로부터 섬진강의 각 구간과 강에 관련된 문화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그렇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차량 오른쪽으로 섬진강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너른 품으로 주위의 모든 것을 감싸고 흐르는 아름다운 섬진강 곁으로 다가서기 위해 하동쯤에서 차를 세웠다. 섬진강 곁 둑을 걸으며 강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차에서 내린 아이들은 오랜 시간 차 안에 머무는 것이 지루했는지 달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말려도 잠시뿐 아이들은 곧 다시 달린다. 아이들은 ‘질주 본능’을 타고 났는가 보다. 그래도 삼삼오오 짝을 이뤄 아우들을 챙기는 언니·형의 모습이 보기 좋다.

이리저리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아이들을 사진으로 유혹하며 강가에 세웠다. 백로 한 마리가 우아한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르자 입에선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온다. 섬진강의 소중함과 아름다움 그 속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크고 작은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지만 그 자리에서 귀에 담아 두는 아이들을 없을 듯싶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 다시 강을 찾았을 때 이날 눈에 담아 두었던 하얀 모래밭과 물길을 만들어 주며 끊임없이 이어지던 산줄기, 산들산들 불어오던 바람만은 분명 기억해 낼 것이다.

▲ 숲에 도착한 어린이들은 나뭇잎과 풀로 손수건을 물들였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작품을 흔들며 재미있어 했다.
흥미로운 숲 체험
차에 오른 일행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송림공원으로 이동했다. 크고 작은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그곳은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일종의 방사림이었다. 숲에 들어간 아이들은 청소년 수련관에서 준비한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앞사람 어깨위에 손을 얹고 거울에 비치는 세상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긴 아이들은 사람만이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소중한 진리를 깨달아 가고 있었다. 수많은 생명체들이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이어 주변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 작은 손수건에 물을 들이며 즐거워했다. 어쩌면 프로그램이 끝난 후 강가로 내려가자는 선생님들의 제안이 더 유혹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곱게 풀물을 들인 손수건을 흔들며 아이들은 또 달렸다. 모래밭을 달려 다다른 섬진강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강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빛도 함께 반짝거렸다. 아이들은 물에 손을 담그고 두꺼비집을 만들었다. 왜구가 쳐들어왔을 때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떼를 지어 몰려나와 진을 치고 울어 이를 물리쳤다는 섬진강에 얽힌 전설을 알려주려는 김용만 해설사의 이벤트였다.

아이들은 섬진강의 ‘섬’자가 두꺼비 섬(蟾)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게다. 아이들을 달래 강에서 떼어놓고 점심을 먹기 위해 화개장터로 향했다. 차 안에서는 조영남의 화개장터 일부분이 스멀스멀 기어 나왔지만 노래를 끝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터에서 재첩국에 밥을 말아 먹고 곡성을 향했다.

▲ 아이들은 섬진강변에서 뛰어 놀기 바쁘다
기차에서 바라보는 섬진강
가정역에 도착해 관광용 증기기관차에 올랐다. 출발시간까지 남아 있는 10여 분 동안 아이들의 소란은 최고조에 이른다.

“기차 타 본적 있니?”
“네, 저는 한 번 타봤어요.”
“저는 두 번이요.”
“저는 백 번 타봤어요.”

아이들의 기대를 가득 태운 기차는 섬진강변을 달리고 있었다. 그 느린 속도가 불만이고, 밖(객차와 객차 사이)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못마땅해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 느린 속도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더 크면 알게다.

20여분 남짓 섬진강의 굽이굽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기차마을 곡성역으로 달린 기차는 아이들을 내려놓고는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숨을 돌렸다. 그곳 기차마을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레일자전거부터 하늘자전거까지. 또 각종 영화와 드라마 촬영장소로 활용되는 세트장까지.

“자, 여러분 나중에 어른이 되면 콘크리트 숲 말고 푸른 나무숲을 만들 수 있겠죠?”
김용만 해설사의 물음에 답하는 아이들의 대답소리가 더 우렁차다.

“정말 유익하고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다른 체험활동도 해보았지만 이번엔 색다르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오천초 백정선 교감의 말처럼 아이들의 가슴에 섬진강이 줄곧 흐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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