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선 진안(6) - 국사봉 줄기(어둔골)

6월 30일, 두발로 선 진안 여섯 번째 산행이 있었습니다. 이번 산행은 크게로는 국사봉 줄기인 안천면 노채마을에서 동향면 자산리 상노마을로 넘어가는 고갯길 어둔골로 마을의 옛 어른들이 부르는 지명으로는 긴재(긴 고개)라고 합니다. 산행에는 노채마을의 진영균, 임병식, 성기용씨와 정천우체국 박주홍, 오정임씨가 함께 동행했습니다.

▲ 산을 오르는 일행
계절은 어느새 여름으로 넘어섰다. 초록이 주는 싱그러움으로 빛나던 산과 들도 푸름이 한층 짙어졌다. 송골송골 맺힌 청포도의 상큼함도, 반듯이 박힌 지주대 따라 매달린 풋고추의 풋풋함도 모두 여름 산행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때 이른 연분홍 코스모스 한 송이, 그 옆에 노란 야생화 하나도 무더운 여름의 길목에서 시작하는 6월 두발로 선 진안 산행을 반겨준다. 
  
◆졸졸졸, 계곡 길 건너
노채마을을 뒤로 한 채 성기용씨의 트럭을 타고 등산로 초입까지 이동한 일행들은 잘 닦인 길을 따라 산행의 첫 발을 떼었다. 몇 걸음 걷지 않았지만 바람 한 점 없이 뜨겁기만 한 햇볕에 금세 땀방울이 맺힌다.
‘졸졸졸’ 산 아래 작은 계곡이 눈에 들어온다. 계곡 밑 어딘가에 가재, 송사리가 한가로이 노닐 것만 같다. 울창한 녹음이 한데 뒤엉킨 계곡 길이 힘겨운 산행을 알린다.

경사가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땀방울도 뚝뚝 떨어져 내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에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있는 낙엽이다. 가파른 경사 길에 자칫하면 미끄러워 위험해 질 수도 있는 산행이 쉬이 옮겨지는 이유다.
  
◆사방에 짙푸른 향기
여름의 냄새가 물씬 난다. 겨울을 지나 막 싹을 피우기 시작하던 나뭇잎들은 연두색에서 다시 청록색으로, 또 다시 짙푸른 색으로 변했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드물게 피어있는 꽃향기가 짙어만 가는 푸른 숲에 퍼져간다. 
산행 초입부터 힘겨운 산행 길이지만 푸른 숲을 감싸 안고 오는 바람에 일행들은 다시 발걸음을 내 딛는다. 
  
◆배움의 열정으로 걷다
사람의 발길이 뜸해졌지만 비교적 잘 닦여 있는 등산로가 과거에는 통학로였다고 이번 산행의 안내를 맡은 진영균, 임병식씨는 말했다.
“옛날에 안천과 동향의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이었어요. 장도 보러 다니고 나무도 하러 다녔지만 그보다 학생들의 통학로였지요.”

동향에 중학교가 없던 시절, 동향 상노마을 학생들은 안천중학교를 다니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이 먼 길을 걸었다고 한다. 
쉬지 않고 걷는다면 한 시간 남짓한 거리, 하지만 완만하지 않기에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이 길을 그 당시 학생들은 그야말로 배움의 열정으로 넘어 다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고개는 4, 9일로 열리는 안천 장을 보러 다니던 사람들도 이용했으며, 무주 안성 장을 보러 가기 위해서도 이용했다고 한다.

“과거에 안천 장이 크게 열렸었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러 왔었지요. 때문에 2, 7일로 열리던 진안장이 활성화가 잘 안되기도 했고요.”
고갯길에 대해 설명하던 진영균씨는 “그래서 그 당시 2, 7일로 열리던 진안장이 4, 9일로 열리는 안천 장날의 날짜를 뺏어가 지금 진안 장날의 날짜가 4, 9일이 된 것”이라며 안천 토박이로써 옛날의 현 상황에 대한 설명도 함께 곁들여 들려주었다.

▲ 장군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장군암
“조금만 더 가면 정상입니다.”
귀가 번쩍 뜨인다. 다른 날의 산행보다 배는 더 힘든 여름산행에 정상에 다 와간다는 소리가 사막의 오아시스마냥 반갑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정상을 몇 미터 남겨두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장군바위까지 가 보자고 한다.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빼곡히 들어찬 나무를 주위에 두고 높이 5m 남짓한 바위가 놓여있다.
"장군바위라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이 정월 초에 올라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지내곤 했습니다.”
 장군의 모습으로 내려다보면서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고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장군바위는 지금도 장군 암이라는 한자가 희미하게나마 새겨져 있다.
 
◆산행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하산 길
한 시간을 훌쩍 지나서 도착한 정상. 올라오는 길이 힘들었던 만큼 이제 하산 길이라고 하니 마냥 즐겁기만 하다.
내려가는 길은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도 가볍게’라는 생각도 잠시, 산을 오르는 것 못지않게 힘이 든 하산 길이다. 완전히 없어진 길을 찾아서, 찾은 길은 새롭게 만들어 가며 그렇게 일행들은 내려와야만 했다.
6월 마지막 날 함께 한 여름산행, 이번 산행에 함께 한 일행들은 다른 무엇보다 짙어가는 녹음이 주는 여름의 청명함을 담아 돌아왔음이 틀림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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