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가 결국은 광장이 아닌 밀실을 선택했다.
지난 7월 12일, 제152회 정례회 1차 본회의가 열린 날이다. 이날 안건 중에는 ‘2006 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 안 심사 및 승인의 건’이 있었다.

지난해 우리 군에서 예산을 잘 썼는지, 문제는 없었는지를 심사하는 자리였다. 안건으로 상정된 수치 중심의 ‘세입·세출 결산 승인 안’만 가지고 있어 지난 24일 의회에 ‘검사보고서’를 요구했다. 추경예산 심의결과와 함께 지난해 예산 결산결과를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줄 수 없는 뚜렷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 공무원의 태도가 의회의 공식입장인지 궁금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김정흠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의장은 “의원들이 협의를 통해서 앞으로 취재에 필요한 자료를 원하면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요청하고, 그 내용을 의원들과 상의를 해서 줄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주민들의 알권리를 의원들이 통제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치욕의 순간으로 기록되어 있는 기사검열의 시대가 다시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신문사에 와서 기사의 게재여부를 통제하지 않더라도 기사로 쓸 내용과 쓰면 안 되는 내용을 의원들이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주민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태도가 깔려 있거나 의회 스스로 감춰야 할 무엇인가가 많기 때문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다.

시대를 거꾸로 흐르는 5대 의회 의원들의 생각은 힘찬 연어와 같이 용감했다. 용담초·중학교 체육관 건립과 관련한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한데 이어 ‘결산 검사결과보고서’를 받기 위해 공문을 보내야 할 판이다. 공문을 보내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7명의 의원들이 협의해 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면 주민들은 지난해 예산의 쓰임새를 알 길이 없다.

의원들이 자신의 의정활동이 어디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지고 있는지 철저하게 망각한 태도다. 여러 차례 이 부분에 대해서 얘기했지만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민선자치시대가 열리면서 행정 수준의 척도는 ‘정보를 얼마나 잘 공개해서 투명한 행정을 펼치는가.’에 있다. 그 두꺼운 예산서를 군 홈페이지에 다 올려놓고 군수 업무추진비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자치단체가 이제는 일반적이다. 우리 군도 마찬가지다.

이를 촉구하고 미흡하면 채찍질해야 하는 곳이 바로 의회다. 주민이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요구하며 지금 앉아 있는 그곳에 의원들을 올려 보낸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집행부에서 정보공개와 홍보활동 등을 통해 ‘군민의 알권리 충족’을 잘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는커녕 자신들 스스로 문을 꽁꽁 걸어 잠그겠다니, 그러고도 주민의 대의기관으로 의정활동을 펼친다고 할 수 있단 말인가?

언론환경은 그 집단의 민주화와 자유로운 소통 정도를 알 수 있는 척도다. 언론은 주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민주주의 기반을 유지하는 중요 수단이다. 그런 언론의 취재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통제하려는 의회의 이번 결정은 주민의 대의기관이라는 명분까지도 스스로 저버리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5대 의회 의원들의 이런 사고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우리 군의 미래도 또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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