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면, 헛헛한 마을 함께 달래다

▲ 어린이들의 깜찍한 공연이 시작되자 주민들이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
“내 얼굴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도 좋고 아기들 무대에서 무용하는 것도 재밌네. 만날 있었으면 좋겠어.”
회사마을에서 온 정정남(77)씨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지난달 27일, 상전면 주민자치센터에서는 ‘NEW행복·나눔 행사’가 열렸다.
상전면에서 홀로 지내는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주민 100여 명을 위해 주민들이 만든 자리였다.
아침 10시가 되기 전부터 행사장은 북적거렸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행사에 참석하기로 한 사람들까지 일찌감치 상전면사무소에 나와 활기찬 분위기를 즐겼다.

현관에서는 행사장으로 향하는 참가자들을 불러 앉혀 볼에 예쁜 그림을 그려 넣었다. 마이평생학습지도자들의 페이스 페인팅이다. 대규모 행사의 식전행사로 자리 잡은 페이스 페인팅은 아이들만 하는 건 줄 알았다면 생각을 바꿔야겠다.

부끄러운 표정에 손사래를 치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거울에 비춰본 자신의 그림 그려넣은 볼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2층 행사장 옆에서는 상전보건지소에서 혈압과 혈당 체크 등을 통해 참가자들의 건강을 챙겼고 행사장 둥근 원탁테이블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차려졌다.

이날 행사는 상전면 주민자치위원회와 면과 지역 기관·사회단체, 주민 등의 도움을 받아 개최했다. 황휴상 주민자치위원장에 따르면 처음에는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기획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뜨거운 여름 주민들이 피서를 떠날 때 여의치 않은 상황에 있는 주민들을 위해 더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데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순수하게 행사비 전체를 기부에 의해 만들기로 했어요. 그것 때문에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했죠.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취지에 공감하는 많은 분이 도움의 손길을 주셨고 어렵지 않게 행사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황 위원장의 말처럼 이날 행사가 더 뜻깊었던 것은 기관에서 지원하는 사업비 없이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정성을 모아 행사를 치렀다는 것이다. 돈이나 물품, 행사참여 등으로 이날 ‘행복·나눔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 덕에 아직 세상에 남아 있는 온정을 모두가 확인할 수 있어 더욱 감동적이었다.

행사도 꼼꼼하고 알차게 진행됐다. 주민자치센터 장하천 간사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순서는 ‘눈물, 웃음 그리고 희망’이라는 동영상 상영이었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직접 마을을 다니며 참가대상자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이날 상영했다. 20여 분 상영시간 동안 스크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그치지 못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딱 어린아이들의 그 모습이었다. 관객석에 앉아 있는 주민들이 대상이 아닌 행사의 주체로 서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팟싸와라디 등 국제결혼 여성들의 전통춤과 성화어린이집 아이들의 귀여운 재롱잔치 등에도 참가자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점심을 마치고 나서는 진안예총에서 마련한 ‘찾아가는 예술 문화활동’이 펼쳐져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이날 공식 무대행사 전에 상전면사무소 직원과 주민자치위원 등은 독거노인 40여 명과 자매결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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