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규홍 주천면 무릉리

공공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나 기관, 단체들에겐 말과 행동에서 뚜렷한 명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의 생각이나 주장을 표현할 때도 공인으로서의 지위와 역할을 망각해선 안 되는 것 또한 물론이다.

진안신문을 보다 진안군 의회가 언로를 막고 밀실행정을 택했다는 기사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원들이 협의를 통해서 앞으로 취재에 필요한 자료를 원하면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요청하고, 그 내용을 의원들과 상의를 해서 줄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진안군 의회 의장님의 말씀이다. 이게 말인가 막걸린가.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슴을 벌렁거리며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화가 나는 한 편, 의원양반들의 황당한 배포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국민의 알 권리’ 라는 말은 이제 하도 들어서 신물이 다 난다. 그런데 이 ‘알 권리’란 말이 계속 무슨 유령처럼 우리 사는 세상을 떠도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알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싶다.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있다고 하지만 그거 무서워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는 공공기관이 얼마나 될까. 결국은 정보를 쥐고 있는 공공기관이나 그 구성원들이 정보 공개의 필요성과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스스로 ‘광장’으로 나서야 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는 정보공개라면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국민의 알 권리 증진에 무슨 역할을 하겠는가.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국민의 알 권리, 특히 국가정보에의 접근의 권리는 우리 헌법상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인정되는 것이다.
그 권리의 내용에는 일반 국민 누구나 국가에 대하여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이른바 일반적인 정보공개청구권이 포함되고, 이 청구권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로 구체화되어 있다.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개하여야 한다’ 라고 정보공개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는 늘 있는 법,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에 의하면 이러한 비공개대상정보를 규정하고 있는바,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거나,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재판 중에 있는 사건의 정보 등, 반드시 비밀이 유지되어야 하는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군의회는 학교 체육관 건립문제나 결산 검사결과보고서가 공개되면 아마도 진안군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거나, 공개될 경우 군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신 모양이다.

어떤 이들은 87년 6월 항쟁 이후 20여 년간 대한민국이 절차적 민주주의나 형식적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완성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멀어도 한참 멀었다. 한미FTA가 절차의 민주주의를 따랐는가? 이랜드 노조가 십자가를 지고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민주주의의가 꽃피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있어도 되는 일인가?

의회나 의원의 명분이 군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저 잘나서 의원 뺏지 단 사람 있으면 나와 보시라. 군의원님들께 정중히 권고하노니 그대들은 군민의 대표가 아니라 주인인 군민이 뽑아 준 일꾼이다.
일꾼이 주인을 물로 보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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