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주환 진안치과 원장

지난 8월 2일에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인 등골뼈(척추)가 검출된 사실을 정부가 공식 확인하고 검역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번에 발견된 등골뼈는 그 사이 발견 되었던 뼛조각 수준을 넘어선 어마어마하게 큰 덩어리다. 보도된 사진자료를 보면 적어도 6-7개의 등골뼈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국민 건강이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는 고작 검역중단인 것이다.

언론에서의 발표는 8월2일이었으나 실제로 등골뼈가 발견된 것은 8월1일로 알려졌다. 농림부 관료는 모두 취재를 거부했으며 심지어 동물 검역 담당자는 박흥수 장관이 등골뼈 발견을 언론에 알리라고 지시한 후에도 “미국산 쇠고기에는 관심 없다.”고 했다고 한다.

장관의 지시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혹시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의 지시를 별도로 받았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거니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처리하는 무책임한 관료의 행태에 대한 책임은 꼭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되었을 때 농림부의 입장과는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그 당시농림부는 “한-미 사이에 합의된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는 ‘뼈 없는 살코기’만 들여올 수 있다. 뼛조각 자체가 수입금지 물질이기 때문에 10월 말 수입된 물량은 전량 반송 처리되며, 미국 쪽 수출업자인 ‘크리스톤 팜스’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앞으로 한국에 들어올 수 없게 된다. 만약 뼛조각이 두개골, 척추 등 특정위험물질(SRM)이라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전면 금지되는데, 이번에 발견된 뼛조각이 SRM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등골뼈 덩어리가 발견되었음에도 수입 금지조취를 취하지 않고 가장 낮은 제재조치인 검역 중단만 했다. 한국의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의 편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조치인 것이다.

농림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 지난 10월 이후 검역 불합격 조치를 받은 것은 이번이 15번째라고 한다. 미국이 요구하여 어렵게 -실제로는 어렵지 않았다고 미국 측에서 생각할 개연성이 크다. 미국 측에서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도 쉬운 사람(easy man)인데 나머지 한국 사람이야 어떨지 - 얻어낸 미국산 쇠고기를 재수출하면서 부적격한 것을 한국에 보내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뼛조각이 섞여 있던 쇠고기에서 이젠 통뼈를 섞어서 들여보내는 것이다. 그것도 광우병 위험이 가장 크다고 하는 등골뼈 덩어리를 통째로 말이다. 이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광우병 위험이 큰 엉터리 쇠고기가 들어올 가능성은 점 점 더 커질 것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 역사를 뒤돌아보면 다음과 같다. 2003년 12월26일 워싱턴주에서 광우병 의심 소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되고 그 다음날인 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 했다. 2005년 6월25일에 텍사스 주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었고 그해 9월21일미국은 FTA전제 조건으로 쇠고기 수입재개를 요구했다.

한국 정부는 2006년 1월13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발표하고2월3일 한국과 미국은 FTA 협상을 공식선언한다. 지난해 3월 다시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지만 이미 한미 FTA 협상에 올인한 참여정부는 국민들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수입 재개 보류 등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조치만 취했을 뿐 이미 정해진 수순을 밟아나가고 있다.

아마 그들은 광우병에 노출된 값싼 미국산 쇠고기보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비싸고 질 좋은 한우를 경제적 어려움 없이 풍족히 먹을 수 있는 족속들임에 틀림없다. 한미 FTA 협상 대표 김종훈의 말대로 쇠고기 수입과 한미 FTA가 아무 관련이 없다면 미국과 한국이 맺은 수입위생조건에 따라서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 설령 한미 FTA 협정과 직접 관련이 되었다고 해도 반드시 수입은 중단되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한미 FTA를 할 수는 없다. 광우병은 잠복기간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고 감염 경로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아 더욱 두려운 질병이다. 이런 위험한 질병은 최대한 감염될 여지를 없애야 한다. 상상하기 싫지만 최악의 경우, 한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된다면 거의 모든 한우 축산 농가는 문을 닫아야하며 소비자인 국민들은 소와 관련된 어떤 음식도 생명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먹을 수 없고, 광우병의 공포로 인해 한국 사회 전체는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이런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 한다.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등골뼈가 발견된 것은 한국인에게 보내는 광우병의 위험을 알리는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이고 이를 저지해야 한다.

<사족> 김종훈 협상대표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승진 기용된다고 한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를 주미대사에 기용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극적인 종말로 향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그 들만의 리그식의 인사 정책일 것이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