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 혼을 불어넣는 '예술창작 스튜디오ㆍ도예공방'

▲ 예술창작스튜디오 도예공방 유종구 도예가
흙에 생명을 불어넣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 있다. 이곳은 직장인들에게 여가선용과 취미생활의 문화공간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체험의 장이다. 진안읍 소재지에서 가까운 은천리 예술 창작스튜디오가 바로 그 곳이다.

자연친화적인 소재의 부드럽고 차진 흙을 이용해 생활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도예공방. 일정한 규격과 형틀에서 만들어진 생활도자기가 아닌 투박하지만 인간적인 느낌과 정감이 느껴지는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손가락의 정교한 힘과 미묘한 움직임으로 볼품없어 보이는 흙덩어리를 다기류, 식기류 등 다양한 모양을 갖춘 순수한 창작품이 탄생할 때 느끼는 성취감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예술 창작스튜디오에서 도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종구(47)씨는 도예체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인들이 흙을 만지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사람과 친근한 흙은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창의력과 집중력을 기르는데 좋습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도자기
공방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을 처음 시작하는 것은 다름 아닌 찰흙을 반죽하는 것이다. 찰흙을 잘 반죽할 수 있어야 점성이 생겨 도자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성형(모양 만들기)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유종구 도예가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도자기를 만드는데 가장 기본이 되고 있는 성형 기법이 바로 핀칭(pinching) 성형이죠. 핀칭 성형은 두 손가락으로 찰흙을 넓혀가는 방법으로 도자기의 형태를 만들 때 알맞은 바닥을 만드는데 중요합니다.”
핀칭 성형 방법을 배우고 나서 다음으로 배우는 것이 코일링(coiling) 기법이다.

“코일링 기법은 흙가래 성형이라고도 합니다. 흙을 엿가락이나 흰떡가래처럼 만들어서 기벽을 쌓아 올리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물레로 성형한 것이 매끄럽고 대칭적인 형태인 것에 반해 이 기법은 성형 비대칭으로 강렬한 느낌을 줍니다.”

코일링 기법을 배우고 나서 점토판 성형 기법을 배운다.
“점토판 성형 기법은 방망이로 찰흙을 밀어 알맞은 두께로 만들어 잘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점토판이 어느 정도 굳은 다음 사용하게 되며 판이 갈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천으로 사용을 합니다. 이 외에도 물레 성형과 속 파기, 석고틀 등을 이용한 여러 가지 기법이 사용됩니다.”

이상의 작업이 끝나고 난 후에는 그늘에서 서서히 말리게 된다. 온도변화가 심한 곳과 햇볕에 말리면 도자기가 갈라지거나 파손되기 쉽기 때문에 속과 겉이 같이 건조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늘에 말려 건조 작업이 끝나면 적절한 시기에 초벌구이와 무늬그리기 그리고 유약을 바르고 재벌구이를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활도자기가 탄생 된다.

▲ 도예공방 사람들
◆흙이 좋아 모인 사람들
2002년부터 도자기 공방을 시작했지만 직장인들을 위해 야간반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 올해 초부터 야간반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공방에는 25명의 회원이 생활도자기 및 취미생활을 위해 등록되어 있다. 회원들은 모두 흙이 좋아 흙을 만지기 위해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백운면 반송 보건진료소 나희주(53) 소장. 그의 꿈은 예술가였다.
하지만, 여건이 여의치 못해 젊은 시절에 꿈을 이루지 못했던 그는 현재 공방을 다니며 이루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예술가를 꿈꾸었어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도예도 하고 싶었죠. 어린 시절 꿈을 이제야 이루는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들고 있다 보면 시간이 화살같이 지나가 하루가 48시간 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새벽 3∼4시까지 공방에서 보낸 시간도 많아 보인다. 늦도록 공방에서 보내도 다음날 활력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나희주 소장. 그는 도자기에 혼을 불어 넣고 있었다.
“작품 중에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 있고, 만족스럽지 못한 작품이 있어요.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도예공방 사람들
진안여자중학교 육현정(39) 미술교사는 보기 좋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 보다 만들어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돈 주고 살까 생각했을 텐데 요즘은 만들어야지 하고,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다가 모티브 삼아 만들죠. 자녀들도 공방에 몇 번 함께 왔는데 방학 때 공방에 또 오고 싶어해요. 아이들에게는 흙을 만지는 것이 좋거든요.”

상전면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미란(40)씨. 그 역시 육현정 교사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사물을 볼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살펴본다..
“접시와 받침대 그리고 주전자, 화병 등 생활도구와 장식품을 주로 많이 만들어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이니까요. 울퉁불퉁해도 제가 만들어 좋은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여러 사람들에게 선물해 주곤 한다. “선물을 받는 사람들이 좋아해요. 산 것을 선물하면 정형화 되어 있고 예쁘죠. 하지만, 정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작품은 투박하지만 정이 있어 받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인 전하나(29)씨는 방학을 이용해 도자기 공예를 배우고 있다. 다음 학기에 외국으로 떠나는 전씨는 방학기간 동안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진안에 왔다.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엄마(나희주 소장) 옆에서 지내고 싶어 진안에 왔어요. 시골에서 할 일도 없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취미생활로 엄마를 따라 도자기를 만들고 있어요. 공방에 연세 드신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어색하지 않게 어울릴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아요.”

▲ 도예공방 사람들
정천면에서 은천리까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찾아오고 있는 박순옥(51)씨. 정천에서 ‘닭과 오리가 한약을 만났을 때’라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박 씨가 만든 도자기 그릇은 손님을 위해 대접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공방에서 만든 도자기 그릇은 손님을 대접하는데 사용하거나 아님 장식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을 하고 있죠. 무엇보다도 도자기를 만들면서 생활에 활력소를 얻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도 도자기를 만들면서 주름이 펴졌다는 말을 많이 듣거든요.”

도자기를 만들기 전에는 매사에 욕구불만에 가득차 있었지만 흙을 만지면서 해소된 모습을 찾았다고 한다.
“흙을 만지면서 뭔가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에 잡생각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의욕도 생기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이제는 공방에 가서 무엇을 만들까 생각하면서 기다리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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