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자문위원 국제관광무역학회

6.25이후를 시대배경으로 해서 전후사회의 인간소외를 고발했던 소설 중에 1958년에 사상계에 발표되었던 <잉여인간>이란 소설이 있다. 작가인 손창섭은 1922년 평양에서 출생하였고, 교토와 동경에서 고학하다가 니혼대학(日本大學)에서 수학한 후, 1946년 귀국하여 고향인 평양에서 1948년 월남하였다. 그는 <미해결의 장>, <인간동물원초>, <혈서> 등의 단편을 잇달아 발표하였는데, 1959년에는 무능력하고 병적인 인간상을 그린 <잉여인간>을 발표하여 제4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전후 어려웠던 시절의 한국문단에서 주목할 만한 작가로 평가되는 그의 소설적 주제는 왜곡된 인간상의 창조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글은 그의 소설을 논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소설의 제목인 <잉여인간>에 대한 고리를 찾고자 서두에 소설이야기를 덧붙였을 뿐이다. 그 이유는 며칠 전 약국의 유리창에 개인전 안내 포스터를 붙이고 간 학생이 전시안내 소책자를 한 권 두고 갔다. 그런데 그 전시회의 주제가 바로 <잉여인간론>이었다. 사전을 찾아봐도 <잉여인간>이란 없다. 그 누구도 삶의 고귀한 가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데, 삶의 가치를 상실하고 <남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작가는 여는 글을 통해 자신을 얼굴 생김과, 들쭉날쭉한 마음됨과, 사람을 가리는 인간됨이 못생겼다고 소개했다. 그리곤 ‘인물’이 아닌 ‘인간’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난 미술을 모른다. <루부르 미술관>이나 <반 고흐 미술관>을 다녀도 관람보다는 사진 찍기에 더 관심이 많다. 이 소책자를 펴서 보게 된 것도 그림보다는 솔직히 <잉여인간론>이라는 주제에 이끌려서다. 전시회를 갖는 작가는 96년부터 2003년에 거쳐, <대한민국미술대전>부터 <부산비엔날레 사생대전>까지 7개의 굵직한 공모전에 입상하였으며, 10여 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전시한 중견작가였다. 한데 참 놀라운 것은 그 작가가 바로 이웃인 진안읍 주공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앞에 말했듯이 난 그림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지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향토작가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그의 표현을 함께하고 싶었다. 지금 우리사회는 저소득층이 너무 두터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와 가진 자들로부터 소외받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소외 받을만한 일을 하지는 않았다. 결국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얘기다. 가난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지언정, 가난을 이유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진안의 작가 정미경이 그려놓은 <잉여인간론>은 우리를 다시 한번 부끄럽게 한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