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령면 계남정미소, 어린이들 사진 전시

▲ 마령면 계남정미소 전시실에서 바늘구멍 사진기로 찍은 서로의 사진을 보며 비교해 보고 있다.
아이들이 사진 찍는 법을 배워서 하나 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여름 한날, 뜨거웠던 날씨에 그 아이들은 사진기를 통해 주위의 ‘것’들을 담아내며 자신을 표현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소중한 작품을 전시한다. 마을의 정미소에서.

대지에 누런 곡식이 익어갈 때면 쉴새 없이 돌아가며 생명의 양식을 토해내던 정미소가 있었다. 주위의 들판을 마치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정미소는 그곳 들판에서 나오는 모든 곡식을 우리의 입에 맞게 재생산해냈다. 넓은 들을 소유하고 있는 정미소는 그만큼 위풍도 당당하게 우리 곁에 서있었다.
시골 아이들은 아무리 큰 모정의 나무를 보아도 친구삼아 놀았으나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정미소의 기계들은 근접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섭고 크게 느꼈다.

어른들은 달랐다. 그들의 한 해 농사가 하이얀 곡식으로 다가와 만나는 참으로 반가운 그런 곳이었다. 그러기에 웃음이 있었고 여유와 인심이 있었으며 이야기가 있었다.
시대의 변화로 급격히 사라져 가는 정미소가 차츰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가고 있는 듯하다.

정미소가 지역 문화를 담아내는 산실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공동체 박물관 계남 정미소(대표 김지연. 이하 정미소)에서 지난 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한 달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기간 운영된 ‘계남 정미소에 사진 찍으러 가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초등학교인 마령초등학교 학생 9명이 배우며 찍어 낸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 소외지역 청소년들에게 영상매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공하고자 마련된 ‘계남 정미소에 사진 찍으러 가요’ 프로그램은 사진작가인 정미소 김지연 대표와 박성민, 엄은섭 사진작가가 강사로 나서 사진을 찍는 법과 사진을 읽는 법 등을 가르쳤다.

사진기 앞에 서면 머쓱해지던 아이들이 직접 사진을 찍으며 사진문화를 접하고 생산해 내는 문화 생산자가 되어 본 것이다. 강사들이 수업을 위해 카메라의 원시 모습인 핀홀 사진기 즉, 바늘구멍 사진기를 제작해 놓았고 아이들은 그 사진기를 사용하며 사진의 노출시간을 배웠다. 10분 이상의 긴 시간을 가만히 서있어야 사진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힘든 작업이었으나 아이들은 종이로 만들어진 사진기에 사진이 찍히는 것에 재밌어 하며 잘 참아냈다. 인화과정을 배우기 위해 암실에 들어가 보기도 했다. 캄캄한 암실에서 약품처리로 사진이 점점 나타나는 것을 보며 신기해했다.

직접 사진기를 들고 거리로 나서 이것저것을 골라가며 사진을 찍었다. 무엇을 찍어야 할지 망설이던 아이들에게 엄은섭 작가는 “사진 한 장 볼 때 또 찍을 때 쉽게 셔터를 누르기보다 한 번 더 느끼고, 관찰하고, 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먼저 해봐. 사진기는 셔터만 누르면 사진을 찍어주는 기계에 불과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찍는 사람의 마음이야. 어떤 생각을 갖고 셔터를 누르는가가 중요한 것이지”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들로 재미있게 놀며 즐기라고 가르쳤다.

아이들은 하나하나 작품을 만들었다. 모든 아이들이 꽃과 곤충 그리고 사람의 표정부터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나름대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담아냈다. 남다정(6학년)이는 주위의 쓰레기를 담으며 나름대로 고발의식을 나타냈으며 임지은(5학년)은 빈 강당, 빈 의자 등을 찍으며 허전하고 쓸쓸해 보이는 것 그리고 시선이 가지 않는 무관심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이렇게 모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을 주민의 문화공간이 되는 공동체 박물관 정미소에서 전시를 하는 것이다.

김지연 대표는 “아이들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는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야기하고 싶은 대상을 찾아가 사진을 잘 찍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좋은 사진을 찍어나가는 의미를 깨닫게 하고자 함이다”고 말하며 “장기간 조금씩 배워야 하는 사진에 대해 단기간 교육을 통해 가르치기는 어려움이 있으나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줬다. 다만, 이제 막 깨달으며 시작하는데 끝나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심은섭 작가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준 아이들을 보면 보람있다”고 말했다.

전시회 첫날 전명권 마령면장과 학부모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도 정미소를 찾아 관심을 나타냈다. 교사직을 정년퇴임하고 사진작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는 김춘식 작가는 “작가세계와 문화세계 이렇게 둘로 나눈다면 정미소활동은 바로 문화세계를 대표하는 예가 될 수 있다”며 “아이들의 사진이 재미있고, 지역과 호흡하며 아이들의 문화터가 되는 정미소에 타지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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