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사람들은 모두 중산층? (2)

이제 평생을 농업에 종사하다 은퇴(?)하신 어르신들의 생활형편을 봅시다.
전체 농가 중 경영주 연령이 60세 이상의 연금수급 농가는 26.3%(328천가구), 65세 이상은 18.3%(228천가구)로 집계됐습니다. 65세 이상으로 연간 1,000만 원 이상 연금을 받는 농가는 0.8%에 불과하다네요. 퇴직금도 없는 농사꾼에게 노후를 보장해 줄 연금도 허락되지 않는다니…… 그나마 귀하게 본 자식들 농촌에서 공부시켜 대학공부라도 시킬라치면 답이 안 나옵니다. 아래의 표는 부모의 직업에 따른 수능시험성적과 대학진학률을 보여주는 것인데 보시면 답답하실 겁니다.

▲ 표
해석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부모가 고학력이고 돈이 많고 괜찮은 직업일수록 아이는 수능을 잘 볼 수 있다는 것과 그런 아이가 대학에 갈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이상은 지극히 세속적인(?) 관점으로 바라본 농촌의 현실 중 일부분을 옮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치‘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 농촌을 떠나라’고 부추기는 것 같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니 오해마시길.

FTA의 광풍 앞에 서 있는 농민의 현실과 도시 서민들의 삶,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장애인,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의 존재가 어디에 속하는지를 아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삶이 다를 뿐입니다. 내 식구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온갖 짓을 다하는 우리들의 이기적인 모습들을 자주 보아왔을 겁니다. 그러데 유독 우리들의 의식만은 내가 속한 계급과 계층의 이익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음을 또한 보게 되는 건 참 이해가 안 되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말여, 자기가 어떤 형편인지를 몰러. 몰라도 한참 몰러. 자기는 홀대받는 농사꾼이면서 무슨 도회지 중산층 흉내를 내여. FTA가 되면 젤로 먼저 피해를 보는 게 우리 농사짓는 사람들 아녀? 근디 무슨 배짱으루다 이르키 천하태평들인지 모르겄어.”제가 사는 동네의 환갑을 바라보는 형님의 말씀입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전체를 배신하라는 얘기가 아니올시다. 최소한 내가 어디에 속해 있으며, 나와 함께 고통을 당하는 이웃을 위해 지금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자는 얘기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농민을 비롯한 이 땅의 소외받는 이웃의 얘기들은 남의 일이 아니지요.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하고 헤쳐 나가야 할 공동의 숙제일 것입니다.

한미FTA가 목전에서 대다수 국민의 목을 시시각각 죄어오고 있습니다. 진안의 형편도 우리나라 농촌전체의 형편보다 나을 게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의식이 진안을 떠나, 농촌을 떠나,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을 떠나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나 보는 화려한 세계에서 배회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볼 일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농촌의 현실에서 나는 벗어나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제 보다 현실적으로 꼼꼼하게 따져보고 지역민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여야 할 때입니다. 필요하다면 정부의 책임자와 정치인들을 불러놓고 해법을 요구해야 할 것이고 군민 모두가 참여하는 대책위도 꾸려져야 할 것입니다. 인근 지역에서는 이미 지역 대책위가 꾸려져 지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이 시기를 허송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있어선 절대 안 될 것입니다. 지역의 농민단체나 사회단체들도 비상한 각오로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숙의해야 할 것입니다.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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