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추원호 건축사ㆍ도시계획가

본인은 수일 전 전북권 일간지와 주간지에 용담댐과 관련한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그것은 용담댐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 유예는 누굴 위한 조치인가? 라는 제목이었다. 어떤 신문은 이 제목을 자의적으로 바꾸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어라”라고 직설적인 표현을 게재한 신문사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다. 똑같은 타이틀을 두 개의 신문사에 송고했지만 한쪽은 필자의 뜻과는 전혀 다른 제목을 실어 본의 아니게 진안 군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대목이 있었다.

그러나 글 내용의 제목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필자도 용담댐 수몰민(정천면)출신이고, 용담댐으로 인해 쫓겨난 사람이다. 비록 모친께서는 부귀면 오산마을에 새 터를 자리 잡아 거주하고 계시지만, 용담댐으로 인하여 고향을 수장시키고 멀리서나마 바라보는 심정은 남북 이산가족보다 더 심란하다.

남북 이산가족은 통일이 되면 언젠가 고향 땅을 밟아 볼 수도 있고 애환이 서린 흙을 만져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거대한 물에 수장된 수몰민에게는 댐에 담긴 물이 빠져 버려야 볼 수 있기에 남북 이산가족보다 더 서글프고 안타깝다.

내가 태어난 그 장소가, 어린 시절부터 온갖 추억들이 생생하게 기억된 수십 미터의 육중한 물 무게 때문에 얼마나 고통 받을까 생각하면 수면 중에 가위질에 눌려 허우적거리며 끙끙대던 그런 마음과 같다. 모든 추억거리와 기억들을 차가운 물속에 수장시킨 수몰민들은 아련한 고향 생각과 동네 분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을 받고 쫓겨난 수몰민들의 애환이 서린 용담댐은 깨끗하고 청결하게 가꾸어야 할 의무가 도민에겐 있다. 더욱이 용담댐은 전북도민이 먹고 있는 생명수가 아닌가? 일본 작가 에마토 마시루가 지은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글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려면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물을 깨끗하게 하면 된다고 한다. 강은 흐르기 때문에 깨끗할 수 있고, 고인 물은 죽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물은 끊임없이 순환해야 한다고 한다.

인간의 피도 흐름이 멈추면 생명 활동이 중단되고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 두면 물은 생명력을 잃고 만다고 서술하였다.
물이란 에너지의 전달 매체인 것이다. 다목적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용담댐은 그 누구도 더럽혀서는 안 된다. 용담댐 수질 보호를 위해서 애쓰신다는 어떤 분은 용담댐으로 직접 유입되는 용담댐 상류에 살충제 공장인 골프장을 설치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항변하는 분도 계신다.

본인도 진안군에 그럴싸한 운동 시설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운동을 즐기러 오는 분들이 진안군으로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소가 문제다. 진안군을 찾는 그분들이 진안군에 떨어뜨리고 가는 낙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태계 환경을 파괴하면서 산림을 피폐시키는 그 운동 시설이 군민들에게 오는 이익보다는 사업자 측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필자도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전주 인근에 전주CC, 신태인CC, 익산CC, 군산CC, 등 골프장을 보더라도 운동 후엔 그곳 클럽 하우스에서 식사를 하거나 일부 인근 음식점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그냥 돌아오기 십상이다. 그들은 대개가 사업가들이다.

운동을 끝내고 나면 곧바로 자기 일터로 돌아간다. 그들이 떨어뜨리고 간 지출 금액은 모두가 골프장 주인에게 돌아가고 식비로 남긴 것은 인근 음식점뿐이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골프장이 들어오면 무슨 거대한 수입거리가 있을 거라고 호들갑이다. 수몰민들의 희생이 결국 골프장 유입밖에 없었단 말인가? 우리 군민들뿐만 아니라 도민들은 용담댐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 유해 시설이 진안관내로 들어와 용담댐을 오염시킨다고 한다면 누가 용담댐 상수원 보호 구역을 하지 말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제정될 것이 뻔하다.

용담댐 상류에 도민의 젖줄인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시설이 들어선다면 도민들의 힘에 의해 결국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에는 용담댐 상류에 운동시설을 들어오게 만든 장본인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결국 상수원 보호구역 유예지정은 군민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골프장 설치로 인한 문제는 그 동안 많은 언론에서 다루어 왔고 지금도 논쟁 중에 있다. 심지어 광주지법 행정부에서는 골프장 건설에 따른 경제적 이익보다 주민의 생존권 침해와 자연환경 파괴에 따른 손실이 크다면 이미 결정된 사업도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진안군이 진정 발전하려면 오염되지 않는 청정지역으로 가꾸는 일이다. 진안읍내로 유입되는 도로노선과 머물다 쉴 수 있는 공간, 부담 없는 관광꺼리의 체험 공간이 있어야 한다. 진안 인구가 늘어나야 하고 상주인구가 늘기 위해서는 교통 여건(소태정고개의 터널화)이 좋아야 하고 양호한 교육 여건과 특화시설을 양성해야 한다.

주민들의 집단 이익 창출을 위한 소득 매개체를 개발하여 주민들의 소득을 올려야 한다. 차라리 용담댐 수변 구역에 네델란드식의 꽃의 호반도시를 만들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잔전을 떨어뜨릴 수 있는 테마 파크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불요불급한 건물만 지어 국고를 낭비할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가가호호 송아지 한 마리씩 장기 임대하여 개별 호수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필자는 용담댐 주변에 상수원 보호구역을 지정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제약이 많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위적 요인 때문에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인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용담댐 주변에 후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유해시설이 들어선다면 후손들에게 무어라고 변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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