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것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것
  • 진안일보
  • 승인 2019.06.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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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경희대 객원교수, 전라북도체육회 이사

1347년10월 시칠리아의 메시나 항구에 12척의 상선이 도착했다. 이 배의 선원들은 사타구니나 겨드랑이에 계란 만 한 혹이 나고 피고름을 흘리면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깜짝 놀란 메시나의 시민들은 재빨리 선단을 바다로 추방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 병은 바로 수백 년 동안 유럽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흑사병, 즉 '페스트'였다. 잠시 이 배들이 입항함으로 인해 흑사병은 이탈리아 전체로 퍼져 나갔다.
흑사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6천만 명에 이르러,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는 유럽 전체의 통계이고 이탈리아나 스페인, 프랑스 남부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전체인구의 4분의 3정도가 숨진 곳이 허다했다.
문제는 흑사병이 휩쓸고 간 다음에 나타난 사회의 급격한 변동이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됨으로써 일할 사람이 없어지자, 임금이 급격히 올라 지주들이 파산하기 시작했다. 일 할 사람이 없으니 임금이 급격히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농노들의 소득이 오르고, 그들의 지위가 향상된 것은 바람직한 일 일게다. 하지만 그런 변화가 사회의 성장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일어났다면 좋겠지만, 사람이 모두 죽어 일손이 부족해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부작용은 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인건비가 오르면서 땅을 가진 지주들이 파산했다. 식량을 책임지는 지주들의 파산은 농산물이나 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 대신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다른 것은 몰라도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인간에게 식량부족 문제는 약탈이나 전쟁을 치러서라도 해결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농기계나 농약·비료가 없던 시절이고 보니, 인구가 늘어나서 노동력이 생기기 전에는 대신할 수 있는 해결책이 없었다.
이처럼 세상에는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다. 자장면에 단무지나 설렁탕에 깍두기, 맥주에 치킨처럼 두 가지가 합쳐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상품들을 경제학에서는 '보완재'라고 한다. 서로의 부족함이나 아쉬움을 메워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반면에 머리가 아픈 사람은 아스피린이 없다면 게보린을 먹을 것이다. 또 소고기가 없다면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으면 된다. 이처럼 같은 효용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대체재'라고 한다.
이렇게 세상의 모든 상품이나 개체에는 고유의 역할이 있지만, 그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것들 또한 많다. 예를 들어 물, 공기, 태양, 부모. 자식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아동'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 인구절벽에 맞닿은 진안
지금 세계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1999년 60억 명에서 2011년 70억 명으로 불어났는데, 2050년이면 100억 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프리카 같은 경우는 현재 11억 명이지만 2100년이면 무려 42억 명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나이지리아 같은 경우는 인구증가 속도가 가장 빨라 2억 명인 인구가 2100년이면 9억 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1650년에 5억 명에 불과하던 세계인구가 최근 3백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폭증하고 있지만,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전후해 거의 모든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아동인구의 고갈 속도는 어떤 천연자원보다 빠르고,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3월말 현재 진안군의 7세 이하 아동의 수는 불과 천명도 되지 않아, 전체인구의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나마 60% 가까이는 진안읍에 몰려 있고, 백운·성수·부귀면 만이 50명을 넘길 뿐, 용담면 같은 경우는 13명에 불과하다. 진안은 이미 인구절벽에 맞닿아 있는 것이다. 만약 인위적인 조치로라도 아동인구수를 늘리지 못한다면, 진안은 존립할 수 없다. 우리 고향이 없어지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손조차도 쓸 수 없이 되기 전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예산과 행정력을 아동인구 늘이기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진안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에겐 선택의 문제가 아닌, 사활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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