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박미자(백운면 유동마을)

계곡 따라 맑은 물이 흐르고, 산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휘파람소리처럼 들리는 살기 좋은 곳 백운 신암리 유동마을로 귀촌한 지 만 3년 된 새내기 농업인부부입니다.
봄이면 데미샘 벚꽃 길에 반해 하루에도 몇 번씩 차를 타고 왔다갔다를 하는 아직도 소녀감성이 남아있는 저와 어릴 적 시골에서 키웠던 세퍼트와 가축들을 그리워하여 개 여섯 마리와 닭, 오골계, 꿩, 토끼, 칠면조를 기르며 여유로운 산골생활을 하는 남편이랑 저는 요즘 꽃들과 사랑에 빠져있습니다.

마을 만들기 1차 사업을 시작한지 2개월째 되어가고 있습니다.
농사일로 가장 바쁜 4.5월에 마을가꾸기를 한다고 나선 우리부부!!
처음부터 의욕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바람개비를 조립하여 벚꽃 핀 도로가에서부터 마을입구까지 설치할 때는 유동마을 주민들께서 모두들 나오셔서 빨강, 주황, 노랑, 파랑, 초록, 하얀 마음이 되어 즐거웠었습니다.
올 봄, 우리 대유마을길을 지나치신 분들의 마음도 무지개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동네 아이들과 함께 깔깔대며 벽화를 그릴 때는 함께 동심으로 돌아갔었습니다.

포클레인작업을 하여 언덕을 다듬고  새로운 흙을 들일 때는 꽃들이 활짝 필 언덕과 마을을 상상하며  마냥 기뻤습니다.
꽃, 나무를 심을 때마다 "뿌리 잘 내리고 튼튼하고 예쁘게 잘 크렴!! 내년 봄에는 우리 마을이 꽃 잔치를 하게~~~~"
생전 안  해 본 호미질을 꽃을 심으며 다 해 본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꽃밭에 올라오는 풀을 뽑아주고~
우리 마을 삼손인 울 남편은 손수 산 아래에서 일일이 돌을 실어 날라 마을아저씨들과 함께  호미질과 괭이질을 하며 마을광장 꽃밭담장을 정말 힘이 드시지만, 예쁘게예쁘게 쌓아주셨습니다.
70이 넘으신 우리 동네 특급 요리사이신 작은 아주머니께서는 맛있는 음식을 마련해주시고, 함께 모여 정담을 나누며 꿀맛 같은 새참을 먹는 날이 여러 날이었습니다.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지만 마음만은 꽃동산이었습니다.
허리 수술하신 큰아주머니, 척추협착증 시술받으신 우리 열정파 요리사 작은 아주머니, 시원한 콩국수를 끓여주신 아랫집 아주머니. 농사일로 바쁘시고, 몸도 불편하신 우리 아주머니들께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언덕에서 흘러내는 꽃 잔디는 마을로 흘러내려 온 마을을 꽃마을 만들겠지!!!~~~~~"
때마침 단비가 흠뻑 내려줘서 우리가 정성껏 심은 꽃들이 땅속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습니다. 하늘도 다 아시는 모양입니다.
동네집 앞에서 캐어서 마을입구에 심어놓은 접시꽃. 마을 진입로부터 마을광장, 돌담길, 마을길까지 여러 가지 꽃 장식으로 마을이 훤해졌습니다.
사람 손같이 훌륭한 도구가 또 있을까요?

우리 마을 아저씨. 아주머니 손과 마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꽃을 꺾지만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꽃에 물을 준다고 합니다.
꽃을 심는 것보다 물을 주고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 마을 꽃 심기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매일 매일 꽃에게 물을 주는 우리남편께는 미안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 두마음입니다. 사랑합니다.
마을 가운데 언덕에 피어있는 "나태와 태만"의 꽃말을 지닌 송엽국(사철채송화)과 마을주민들이 참여하여 공동 작업한 페츄니아꽃담장. 꽃말처럼 마을길을 오고 갈 때마다 그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꽃들이 매일매일 저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한답니다. 저는 꽃이랑 대화하는 여인이랍니다.

호호호... 내일은 더 많은 꽃들이 뿌리를 내리겠지!!! 더 많은 꽃이 피겠지!!!기대가 됩니다.
바람 따라 색색들이 팔랑팔랑 돌아가는 바람개비가 오가는 이들을 늘 반겨주고 있습니다.
예쁜 꽃이 필 우리 마을로 놀러들 오세요~~~~~
(우리 마을 멋지신 노인회 김기산 회장님, 문형철 이장님의 응원과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신 유동마을 김세두 어르신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유동마을 모든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사랑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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