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옥 진안군농업기술센터

최근 들어 농업의 새로운 화두로 '사회적 농업'이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농업은 우리가 모르는 '농업'의 또 다른 얼굴로서 말 그대로 사회에 농업이 합쳐진 말이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많은 사회적인 의미를 내포하면서 농업과 결합된 것이다. 즉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사회적 취약자인 장애인, 고령자, 이주민 등의 사람에게 농업과 농촌 환경에 참여시켜 자기 역량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농업 활동이다.

노동통합, 돌봄, 교육 등이 모태인 사회적 농업은 유형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치유·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들을 재활 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끌어 농장에서 농산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키우도록 하고, 농업이나 자연 등의 주제에 대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받기도 한다. 또한 농장이나 농업단체에 고용하여 적정 임금을 받고 농업활동에 참여케 하여 소득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런 것은 농업인, 복지·교육 종사자, 주민 등 지역사회 협력이 있어야 만이 가능하다. 공공의 건강, 사회통합과 포용, 지역개발의 이익 창출에 기능하는 사회적 농업은 13세기 개별 병원이나 수도원 등에서 치료나 요양하는 것에 농업 활동을 접목시키면서 탄생한 것이다.

이후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사회적 농업이 영국 등 유럽 각지에서 공동체적으로 진행되고 활성화 되었다.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을 활성화한 이탈리아의 돌봄농장 체제를 도입한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 케어팜(치유농장)은 치매환자나 정신장애인 등의 재활을 돕기위해 농촌에 거주하면서 농업을 통해 치유기능을 살린 사례다. 아스파라거스, 상추, 콩 등 텃밭 가꾸기를 비롯해 동물돌보기, 정원 작업 등의 서비스 제공 여건을 만들고 파킨슨병 환자나 치매환자를 위한 요리, 댄스, 치료마사지 프로그램까지 도입하였다. 요양원이나 병원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다양한 환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그 수요가 급증하였다.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농장에서 일하도록 연계해주고 농장에서 머무는 시간을 재활 서비스로 인정하며 사회적 농업의 돌봄 기능을 유연하게 사용한 것이다. 케어 비용은 국가가 지불했지만  활동으로 재배된 작물은 시장에 팔아 농가 수익은 물론 장애우 치료 활동까지 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치유농장(케어팜)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 도박이나 마약 중독자, 노인층까지 참여하고 농가 소득도 점점 높아져 선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호 이익 측면에서 발전되고 있는 사회적 농업은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심해져 가는 21세기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관심을 갖고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비하고 더구나 사회적 농업은 관심 밖의 일로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
이제야 사회적 농업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충남의 행복농장 등을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하여 육성하고 있다.

갈수록 노령화와 질병이 많아지는 복잡 다양한 사회구조에서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대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인식 변화부터 해야 하고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이 서비스 대상자 및 사회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의식도 가져야 한다. 흙 만지며 땅을 가꾸어는 과정과 자라나는 식물을 보면서 기쁨의 맛까지 느끼다보면 건강해진다는 믿음도 있어야 한다.

정상적인 사람과 조금 몸이 불편한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면 동질감으로 의식 통합이 이루어지고 갈등 없이 더불어 공존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가져야 한다. 그래서 농촌과 도시가 상생의 새로운 관계 형성으로 농가는 소득 안전과 지역개발에 기여할 수 있고, 도시민은 효과적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다는 공감의 패러다임까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농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제도권 속에 포함시켜서 지원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농가와 지역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여 새로운 농업의 모형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책적으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보장하고 민간 기업 및 복지, 교육, 보건의료기관과 연대를 통한 협업도 강화하여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과 연계시켜야 한다.

특히 산천과 경작지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진안은 도시민과의 밀접한 관계를 만들어 사회적 농업의 외연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적 서비스의 접근성 측면과 소규모 맞춤형 생산 활동의 특화 측면에서 산림자원의 활용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천혜적 자연이 준 힐링의 선물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것도 케어팜시대에 직면한 우리들의 할 일이 라 생각하고 다 같이 노력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