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값 때문에 겨울이 무서워요"
"석유값 때문에 겨울이 무서워요"
  • 모태우 기자
  • 승인 2007.11.29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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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대비 휘발유 2배ㆍ경우 5배 급등
보일러 등유 3년새 200원 껑충

“하루종일 힘들게 일을 해도 기름값도 나오지 않아요. 장사를 하면 뭐 하겠습니까. 기름값을 빼고 보면 남는 것도 하나 없고, 심지어 적자까지 보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에서 트럭을 이용해 과일을 팔고 있는 한 상인의 얘기다.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기름값으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차량을 이용해 움직이는 상인뿐 아니라 자리를 잡고 장사하는 상인들에게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진안시장에서 과일장사를 하고 있는 김 아무 씨는 “전주 농수산물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올 때 기름을 가득 채우는데, 하루 갔다오면 기름값이 수월찮게 많이 든다.”라며 “기름값이 너무 올라서 운전대를 잡기가 겁난다.”라고 기름값 상승을 걱정했다.

◆기름가격 얼마나 올랐을까
오르기만 하는 기름값은 서민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장사로 먹고사는 상인이나 농사로 먹고사는 농가도 기름값 걱정에 하루하루가 너무 무겁다. 그렇다면, 기름값이 얼마나 올랐을까? IMF가 시작된 10년 전과 비교해 휘발유는 2배 가까이, 경유는 무려 5배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1997년 ℓ당 838원 하던 무연휘발유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이 2007년 11월 현재 1천616원으로 778원이 올랐다. 10년 사이에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07년 전국 주유소 평균가격이 ℓ당 376원 하던 경유도 10년 사이에 다섯 배 정도 올라 2007년 11월 현재 1천417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한석유공사는 11월 셋째주 주간가격동향을 통해 “휘발유, 경유, 실내등유, 보일러 등유 등이 전주와 비교해 크게 상승했다.”라며 “휘발유, 경유, 보일러 등유는 5주 연속, 실내등유는 12주째 계속 상승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별 휘발유 가격은 전국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한 가운데 전북지역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라며 “국제 원유가격이 쉽게 안정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휘발유, 경유 가격도 당분간 1천600원과 1천400원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방은 3개 따듯한 방은 한 곳?
무연휘발유와 경유만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보일러 등유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불과 3년 사이 1ℓ 에 200원이나 인상된 보일러 등유의 최근 9년간 가격 변동을 살펴보면, 1998년 415원에서 2007년 현재 1천74원으로 600원정도 인상됐다.

올해 들어서도 9월 937원 하던 보일러 등유 1ℓ 가격이 10월에는 974원으로 40원 올랐고, 11월에는 1074원으로 30원 증가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처럼 보일러 등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난방비 걱정은 커져만 간다.

진안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임순택(진안읍, 54)씨는 “방이 3개 있지만 기름값이 올라서 방 하나만 난방을 하고 있다.”라며 “한 드럼(200ℓ)을 넣어도 한 달도 못 간다.”라고 한숨을 내 쉬었다. 임씨의 집뿐만 아니라 시장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상인 역시 같은 처지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

상인과 서민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고유가 한파가 불고 있는 겨울은 걱정부터 앞선다. 대한노인회 지안군지회 원종관 사무국장은 “경로당은 군에서 150만 원을 지원 받는데, 한겨울을 보내기엔 기름값이 너무 올랐다.”라며 “한 드럼으로 한 달을 나지 못하기 때문에 노인들이 회비를 모아 기름을 넣는가 하면, 경로당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경로당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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