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주(82, 마령면 강정리)

고목이 된 나무. 아픈 몸을 유모차에 의지하며 복수골 숲길을 걸었다. 우거진 숲속엔 몇 해나 지난는지 겨우 겨우 몸을 칙 넝쿨에 지탱하고 어쩌다 가는 가지 사이로 나뭇잎 몇 개 달고 무언가를 기다리며 친근하게 서 있는 외로운 고목나무.
난 넋 없이 고목나무를 바라보면 나 자신을 살펴보았다.
젊었을 때 아무것도 두렵지 않고, 호화롭게 살았던 나.
지금은 칙넝쿨에 얽겨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서 있는 저 고목나무와 무엇이 다른가?
한 숨에 소리 없이 볼을 타고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린다.
고목나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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