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도 보고, 며느리도 보고, 손자도 보고
최한순(81, 동향면 학선리)

세월 갓치 빠른거는 없다. 모심은 지가 어지 아래 갓튼데 벌써 나낙이 누른빛이 난다.
그전 같트면 비다 혼태로 훌터서 쩌갓고 추석에 밥해서 먹는다.
추석에는 햇걸로 지사 지낸다. 추석 명절이 좋운 거다. 만가지 곡식이 다 이거간다. 대추도 익고, 밤도 익고, 고추도 빨각고, 고구마도 커고, 옥수수도 이거가고, 없는 기 없이 조상들 한테 좋은 음식 해서 받치고, 먹고 놀자.
이넌때 아이면 아들도 못 보고, 며느리도 못 본다. 손자도 못 보고 만다. 추석것치 좋운거는 없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사냐. 한 오백년 사는가? 잘 하야 인생 칠십, 간건해야 인생 9십이다.
우리 동생이 안성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들이 다 모여서 축구놀이를 했대요. 그래서 왔다가 가고 난이 너무 서운하다.
할 수 없지요.
그리고 우리 동네서 부역을 하고, 점심을 먹고, 옥수수 쌀마서 먹고, 감자도 쌀마서 먹고 놀다 와서 집에 와서 고추 따덤다가 비가 와서 쉬었다.
오늘도 하루가 가고 말았다.
오늘은 밭이 가서 비료나 주자. 비가 와서 잘 컬거다. 채소 농사도 잘 되야 한다. 우리가 농사를 잘 지어야 도시 사람도 사서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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