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도 엎치고, 엎친 나락에 싹도 나고
최한순(81, 동향면 학선리)

시월7일은 들깨를 털로 간다. 들깨가 한참이다.
농사도 때 있고, 사람도 때가 있다.
들판에 나락들이 없치서 엇지 빌까. 한심하다.
세월이 가다보면 끝나는 날 오겠지. 농사는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면 된다.
올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농사럴 버리다.
나락도 업치고 나락논에 가 보면 한심하다.
나락이 없친거는 싹이 나서 콩남물 같다.
한심하지요.
작년에는 비가 안 와서 하든이, 올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농사를 버리다.
오늘도 자다보이 비가 온다. 가을날은 비가 안 오야 일을 한다. 일을 못한다.
봉곡교회 목사님이 십이년을 여기 와서 살았는데, 올해는 전주 옆으로 간대요.
서운하고 안 좋아요.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세월이 흘러 십이년 지내네.
안 한 거 없씨 해 노고, 구경도 많이 다이고, 영화도 보로 다니다 간다 하니 너무너무 서운타.
노인학교도 목사님이 해서 우리 한글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꽃도 그리고, 사람도 그리고, 안 한 거 없씨 했는데.
컵도 만들고, 도자기 만들고, 심청전도 하고, 내나이가 엇데서 하는 연극도 하고, 포항제철 구경도 갔다 왔다.
너무나 많았는데, 어찌 서운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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