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주(82, 마령면 강정리)

13일 아침에 밥을 하려고 밖에 나와 광대봉을 바라보았다.
산 허리에 걸친 뽀얀 안개 구름과 골짝 골짝마다 샛노란 단풍이 장관을 이루며 새벽 찬 바람에 서 있는 날 유혹이나 하듯 바라본다.
밥이 늦을세라 부랴부랴 상 차림을 하는데, 김치가 식탁에 올라왔다.
82년을 살아왔지만 올 금년 같이 배추값이 빗아보긴 처음이다.
유독 생김치를 좋아하는 작은 손자놈. 밥 한술에 김치를 두 세가닥을 걸쳐 먹는다.
난 등을 살짝 두둘기며 "이건 김치가 아니라 금치니 조금씩만 먹어" 했더니 "할머니, 금치라 더 맛있어. 많이 먹을래" 해서 난 할 말을 잊고 서 있는데 옆에 있던 영감님이 "그래. 금치니 많이 먹어라"라고 말한다.
빗싼 김치 때문에 오늘 아침 식탁은 온 식구가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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