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공부해서 자격증 땄어요!"
"함께 공부해서 자격증 땄어요!"
  • 박채량 기자
  • 승인 2007.12.14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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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초 어린이들, 방과 후 학습으로 국가공인자격증취득

▲ 초원이와 지섭이가 각각 영어, 한자 자격증을 보여주며 활짝 웃고 있다.
백운초등학교(교장 신동명, 이하 백운초)는 학원 하나 없는 한마디로 두메산골 학교다. 인근에 학원, 과외교실 하나 없어 학생들은 사교육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어 학부모들이 모든 교육을 학교에 맡기고 학교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

이에 백운초는 담임 선생님의 책임지도하에 기초·기본학력 다지기, 방과 후 교육활동을 통해 특기 신장과 더불어 전교생 1인 1자격증(한자, 워드프로세서, 영어 등)취득에 목표를 두고 도전,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학생들 자격증 따기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교수업이 끝나면 초원이(이초원, 백운초6)와 지섭이(이지섭, 백운초6)는 학원은 고사하고 마땅한 놀이시설도 없는 탓에 곧바로 집으로 가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형제·자매와 어울리는 것이 대부분의 하루 일과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도 모두 띄엄띄엄 살고 있으니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매일 50분간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을 위한 방과 후 학습이 시작된 이래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같이 공부도 하고 수다도 떨 수 있게 됐다.

다른 학교의 어린이들에게 자격증은 낯선 단어일 테지만 백운초의 어린이들에게 자격증은 또 다른 놀이(?)로 다가온 것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다음 자격증 시험에는 한 단계 급수를 올려 응시하는 식이다.
올해 벌써 국가공인 워드프로세서 1급자격증과 국가공인 한자4급 자격증을 딴 지섭이(이지섭. 백운초6).
성인들도 따려고 애쓰는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1급을 13살의 나이에 땄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아버지 서류작성도 뚝딱
지섭이는 요즘 아버지의 일손을 돕는 재미에 푹 빠졌다.
산악회에 다니는 아버지가 참석자명단이나 지리정보 등 필요한 서류제작을 지섭이에게 부탁하는 까닭이다.

워드프로세서 자격증 1급과 컴퓨터활용자격증 3급을 취득한 지섭이는 이런 아버지의 부탁이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더 잘 만들어서 아버지에게 자랑을 하고 싶다.

“아버지보다 제가 더 빨리 더 잘 만들어요. 아버지도 제가 만드는 걸 더 좋아하시고요.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대견해 하시는데요.”

또 한자를 배운 후로는 신문에 나오는 어려운 한자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자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 신기한 지섭이는 모르는 한자라도 나오면 이제는 먼저 찾아보게 되고 외우게 됐다.

“한글이랑 한자랑 섞여있으면 이제 그 문장의 뜻을 이해하게 돼 한글 속에도 한자들이 무수히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영어공부 삼매경
외국영화를 볼 때면 또래 아이들은 자막을 읽느라 눈이 바쁘지만 초원이는 영어를 듣느라 귀가 바쁘다. 영어 자격증 취득 이후 생긴 습관이다.

“(영어를 쓰는)외국영화를 보다 보면 귀에 낯익은 문장이 들려요. 이제 한글자막을 보는 게 아니라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아직은 모르는 게 더 많아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초원이의 동생은 이제 2학년이다. 하지만 초원이가 5학년에 땄던 한자 6급을 벌써 취득한 숨은 실력자다.

언니로서 동생보다 항상 잘하고 싶고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은 초원이는 자신 못지않은 동생의 한자 실력을 자랑하면서도 은근히 샘을 낸다. 그래도 아직 영어는 초원이가 더 낫단다. 동생한테 영어를 가르쳐 줄 때마다 재미도 있고 언니로서 자부심도 느낀다고.

이제 곧 겨울방학에 들어가면 6학년인 초원이는 졸업한 것이나 다름이 없어 무척 아쉬워했다. 하지만 초원이는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더 높은 급수를 공부해 자격증 취득을 계속 할 생각이다.

기회가 닿으면 중국어, 일본어 공부도 한다는 욕심 많고 꿈많은 초원이.
“한문을 계속 공부할 생각이에요. 중국어, 일본어도 한자에서 생성된 언어들이니 조금은 쉬이 딸 수 있겠죠?”

◆“교육은 학교가 책임”
아이들의 자격증 취득의 중심에는 학교에 다니는 즐거움을 주고 싶은 꿈많은 선생님들과 신동명 교장이 있었다. 지난해 부임한 5명의 새내기 선생님들은 무언가 보람된 일, 기억에 남을 일을 해보고 싶었다.

선생님들은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워드, 한자, 영어 등 자격증에 관련된 교육을 이어나갔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런 노력은 예상하지 못한 좋은 결과를 쏟아냈다.

11명의 1학년 학생 중 10명이 국가공인 한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전교생 73명 중 94.5%인 69명이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다.

국가공인자격증이 생기니 아이들이 가지는 자부심과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절로 생겼다.
“늘 선생님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선생님들의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헌신적인 봉사정신이 없었다면 이런 좋은 성과는 힘들었을 겁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묵묵히 노력해 준 선생님들에 대한 신 교장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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