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우리가정의학과 가정의학과전문의 심경만

이 글은 필자가 지역사회의 의사로서, 당면한 '코로나-19' 에 대한 지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의도로 기고한 것입니다.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의 판데믹 (Pandemic) 즉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였습니다.
이번 WHO의 판데믹 선언은 1957년의 아시아독감(사망자 약 100만 명 추정), 1968년의 홍콩독감(사망자 약 80만 명 추정), 그리고 2009년 6월의 신종플루에 이은 네번째 사례입니다.
20세기 초의 스페인독감은  WHO가 생기기 전인 1918년의 판데믹이었던 바, 1914~1918년의 제1차 세계대전중의 전제 군인 사망자 90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약 2,000~5,0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던 20세기 최악의 판데믹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WHO의 이번 판데믹 선언을 '코로나-19'의 위험성이 결코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최소한 이 전염병의 치료제와 예방제(백신)가 나올 때 까지는 '반드시'라고 다시 한 번 강조 드립니다.

이후 글에서는 기존에 알려졌던 것을 반복하기 보다는 미처 알려지지 않았거나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위주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물론 이제 막 세상에 나온 바이러스이고 인류가 처음 만나는 감염병이기에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는 점을 전제해야 할 것입니다만 그나마 알려진 사실들을 최대한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 '코로나-19'의 공식명칭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다. 즉 특정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질환을 뜻하지 그 바이러스의 명칭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간단히 '코로나-19'라 부르고 있다. 공식명칭이야 어떻든 최근 미국의 부통령 펜스는 이 전염병을 공개적으로 '우한폐렴'이라 지칭하였으며, 실제로 우리나라의 많은 의사들 역시 '우한폐렴'이라고 한다. 이건 역사적 사례에서 보듯이 '스페인독감', '홍콩독감'처럼 대유행을 일으킨 전염병에 특별한 이름표를 붙여둠으로써 인류에게 오래도록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보다 더 실제적인 명칭이다.)

1.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는?
이 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2002년 중국에서 발생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 SARS)의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와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입니다. 2002년 당시 '사스'가 판데믹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전 세계적으로 8,096명의 ?환자가 발생하였고 이중 10%가량인 774명의 사망자를 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즉 당시에 비해 국가 간 인적 교류가 ?비할 수 없이 많아졌다는 점은 '코로나-19'가 판데믹이 될 조건을 제공합니다만, 역설적으로 초기에 중국발 입국을 제한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대응이 작금의 전국적 유행의 결정적 일차적 원인임을 설명해 줍니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들이 위험지역으로부터의 입국제한을 서둘러 하고 있다는 점과 중국과 수천 킬로미터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몽골이 초기에 중국발 입국제한을 한 결과 아직까지 청정하다는 사실과 함께, 훗날 전염병 예방의 제일 원칙인 차단과 봉쇄의 정당함을 증명해주는 살아있는 교훈이 될 것입니다.

2. 'SARS-CoV-2' 바이러스의 특징은?
이제 이 바이러스의 중요한 특징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가 감기의 흔한 원인 바이러스인 것처럼 이 바이러스도 결국 호흡기계통의 감염병을 일으키되, 단순한 감기보다는 '사스'처럼 하기도의 감염인 폐렴을 일으키고 결국엔 급성호흡곤란증후군 (acute respiratory distress syndrome)으로 사망을 초래하기도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의학계에서는 그 이유를 이 바이러스의 외피에 생긴 변이 탓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코로나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바이러스의 표면에는 무수한 돌기들이 존재하여 전자현미경 사진으로 보면 왕관(corona)같이 보이는데, 이 외피의 돌기들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호흡기 특히 폐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ACE라는 특정 효소에 친화력이 매우 커지게 됐고, 결과적으로 폐세포가 이 바이러스에 잘 감염될 수 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들과는 달리 감기 보다는 중증의 폐렴을 잘 일으키어 사망까지도 초래하게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기타 중요한  이 바이러스의 특징으로는 주로는 비말(침방울) 전파이지만, 접촉에 의한 전파 - 이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의 중요성을 설명해줍니다.- 뿐만이 아니라 공기 중 전파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나아가 숙주인 인간의 몸속이 아닌 외부로 배출된 바이러스의 대부분이 수분~수시간만 생존 가능한 것에 비해 이 바이러스는 출입문의 문고리에서 최장 9일간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생존력 또한 막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코로나-19'의 임상적 특징은?
그렇다면 이런 'SARS-CoV-2'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인한 '코로나-19'의 임상적 특징은 무엇일까요?
먼저 이 질환은 초기의 무증상기에도 바이러스의 배출이 많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바이러스 질환들은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그 수가 많아졌을 때 드디어 외부로의 전파가 시작되는 것과 비교할 때, 건강한 정상인들의 무리 속에 정상인으로 보이는
감염자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현재도 수많은 전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섬뜩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이점이 앞서 말한 이 바이러스의 생존력과 맞물려서 이 질환의 전염력을 극대화시키는 이유인 바, 최근 중국의 연구에 의하면 '사스'에 비해 1,000배에 달하는 전염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실례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만약 100명의 감염자를 낳은 전염성 질환A가 있다고 가정해보지요. 이때 사망률이 1%라면 한사람의 사망자를 낳게 됩니다. 그런데 이제 1,000배의 전염력을 갖는 전염성 길환 B가 출현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럼 총 환자 수는 100,000만 명이 되고 그 중의 1%기 사망한다고 단순 가정을 해보면 사망자 수는 1,000명이 됩니다. 즉 단지 1%의 사망률이 말처럼 결코 적은 것도 아니고 여기에 1,000배의 전염력이란 더더욱 끔찍한 결과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이 질환의 임상양상은  매우 폭 넓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질환은 시종일관(!) 무증상에서부터 가벼운 감기와 같은 경증, 그리고 고열과 몸살 증상을 보이는 독감과도 같은 단계를 거쳐 호흡이 곤란해지는 중증 그리고 결국엔 의식이 떨어지는 위중의 단계까지 극과 극의 양상을 보입니다. 대략 80% 정도는 무증상~경증, 20% 정도가 중증 이상으로 발전하며 5%는 위중 단계까지 경험하는 것으로 연구되어 있습니다. 최종적인 사망률은 연구마다 차이가 있으나 가장 낮은 한국의 0.65%에서 부터 보수적으로 잡은 WHO의 3.4%, 3월12일 현재 이태리의 6.72%까지 다양한 결과를 보입니다만 중증 환자의 비율이 20%인 점을 고려할 때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지 못 할 경우 10% 이상의 사망률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2002년 '사스'의 사망률이 10%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첫째, 다시 말씀드리지만 무증성 감염자에 의한 무차별 전파의 가능성, 둘째는 감기 환자와의 구별이 불가능하여 발생하는 현실에서의 다양한 문제들, 셋째는 대구의 경험에서 보듯이 지역사회에서 대량으로 환자가 발생 시의 혼란,
넷째로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서 사망자가 폭증한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이 질환의 공식적인 치료제가 아직 없다는 점과 예방 백신 역시 당장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런 문제들 모두에 대한 설명보다는 이제부터는 마지막 문제에 대해서 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4. 향후 전망은?
논의에 앞서 2009년 온 국민이 함께 했던 '신종플루'의 경험에 대해 먼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당시 '신종플루'는 WHO에서 판데믹으로 선언된 상태에서 7월부터 전국적 감염이 시작되어 수개월째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였습니다. '신종플루'는 근본적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한 것이었기에 해마다 겪는 '계절독감'과 유사한 질환이었습니다. 사망률도 우리나라의 경우 0.24%로서 기존의 '계절독감'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코로나-19'처럼 인류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전염성 질환이었기에, 결국엔 알 수 없음에서 기인하는 불안 속에 전 국민은 수개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마침내 이 불안을 해결한 것은 10월 말부터 처방이 가능해진 치료제인 '타미플루'였으며, 종지부는 그해 11월부터 시작된 신종플루 예방접종이 찍었습니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지금의 혼란과 공포도 치료약과 백신의 개발로서 극복이 시작될 것입니다. 여기서부터가 결국 오늘 글의 초점이 되겠습니다.
먼저 치료제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공인된 치료제는 없습니다. 만약 이제부터 치료제 개발을 시작한다면 인류는 수년을 기다려야만 하는 절망적 상황일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는 기존의 약 중에서 치료제를 찾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병의 치료약인 '람데시비르'와 에이즈(HIVD) 치료약인 '칼레트라'입니다. 현재 이 두 약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코러나-19'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실험 중이며 빠르면 4~5월경부터 공식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얼마 전 지역의 모 대학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칼레트라'를 투여한 결과 호전되어 퇴원한 례가 있습니다.
백신의 경우는 훨씬 어렵습니다. 일단 치료약처럼 기존의 백신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애초에 없으므로 그야말로 새로 개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백신의 효과를 판정하여 임상 허가가 나기까지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최소한 일 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한 시기이므로 미국 정부가 나서서 서두르는 덕에 어쩌면 7~8월경까지는 백신이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입니다. '신종플루'의 경우처럼 백신이 개발되면 이 판데믹의 큰 고비는 넘은 것으로 판단해도 좋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추가하자면, 독감처럼 진료 현장에서 즉각 검사 가능한 진단키트 역시 서둘러 개발되어야 할 것인데 우리나라 진단의학의 수준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제일 것입니다.
이렇게 진단과 치료, 예방이 모두 가능해지는 순간이 어서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저만의 바람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긍적적인 전망 하에서 향후 우리의 대응방침에 있어서 몇 가지 말씀을 드리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추가하자면 불행하게도 어쩌면 이제 앞으로 인류는 '계절독감'으로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받는 것처럼 내년엔 '코로나-20', 다음해엔 '코로나-21'처럼 해마다 그해에 유행할 'SARS-CoV-2' 백신접종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5. 대응 방안에 대한 몇 가지 제언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라도 걸릴 수 있는 '코로나-19'라면 가급적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러자면 결국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본은 손 씻기입니다. 이번 기회에 손 씻기가 습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개인의 습관이 모여 집단의 문화가 되듯이 우리의 생활 문화 중 하나가 바뀌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것은 우리의 식사문화에도 영향을 주어서 각자가 개인접시를 사용하는 변화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나아가 내가 바이러스에 전염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전염시키지 않겠다는 배려의 정신도 공감이 늘어가고 있는 반가운 모습도 보입니다. 물론 한 사람의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듯이 문화는 더 말할 나위가 없어서 바뀐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일단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고령자 어르신이 많은 우리 지역의 경우 젊고 건강한 분들이 배려심 차원에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은 아름다운 책무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마스크 사용에 관한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소위 마스크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추후에라도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만 현재와 같은 '배급제' 형식은 결코 답이 아닙니다. 현 상태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강제적 조정은 조만간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입니다.
정부의 인위적 조정은 대만의 경우에서처럼 좀 더 일찍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시행되었어야 했을 것입니다. 어서 빨리 자유로운 구매가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현재나 미래에나 지금처럼 보건용 마스크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무리하게 보건용 마스크를 구입하려 하기보다는 면 마스크라도 일시적인 대체용으로 사용해 보겠다는 여유와 배려의 마음자세일 것입니다. 물론 의사협회에서는 면 마스크 사용을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그야말로 일시적이라면 맨 얼굴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당연히 나을 것입니다. 나아가 환자나 의료인 아니라면 KF80 (황사 ,미세만지 차단용)으로도 충분하다는 것도 참고하면 좋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으로서 최소한 치료제가 자유롭게 사용가능하게 되는 시점까지는 밀폐된 공간에서 다중이 모이는 행사나 모임 등은 자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미뤄진 학생들의 개학도 필요하다면 더 미뤄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대구나 신천지의 집단 감염사태는 언제 어디서든 재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애초에 오염원(중국발 입국)을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2월 12일 섣부르게 일상생활을 독려했던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제목에서도 미리 말씀 드렸듯이 과도한 불안도 안 좋습니다만 이런 보건학적 위기 상황에서 섣불리 만용을 부리는 것은 더욱 위험합니다. 그것을 우리 국민들은 이번에 비싼 대가를 치르며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만용은 왜 부리는 걸까요? 일단은 사익이 앞서서 일 것입니다. 그 사익이 무엇인지는 여기서 논할 것은 못되기에 생략합니다.

강조할 것은 만용의 더 중요한 원인은 무지에 있다는 점입니다. 즉 최소한 전염병의 대처방법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개인의 무지. 나아가 '코로나-19'라는 전염성 질환과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집단의 무지가 현재의 참극을 낳았습니다. 그런 무지는 누구 한사람만의 문제도 아니고, 역으로 한가하게 그 한사람을 탓하고 있을 수만도 없을 뿐더러 그 결과가 사소한 것에서 부터 우리 각 개인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이기에 이런 기회를 빌려 지역 주민들에게 안내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이것이 처음에 말씀드린 이 글의 목적입니다.
이상으로 짧지 않은 글을 마치며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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