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마을로 와서 닥치는 대로 빼앗아 갔어요
밤이면 불도 못 쓰고 살았던 그때 그 시절
배덕임(81, 동향면 학선리)

육요 전쟁이라면 생각마나 해도 지겹다.
음력 오월 오일 날, 낮지 누런 군복 이번 임명군들이 줄로 서서 원촌에서 내리오는데, 그때는 텔레비전도 없고, 나디오도 없고, 아무 것도 모루고 따바리총을 메고 마으리 꽉 찻다.
구나신발을 덜그럭 덜그럭, 무서웠습니다.
사람 키가 찌까난 사람은 따바리 총을 거굴로 메고.
그래도 사람 한테는 해고지는 하지 안했습니다.
어떤집 가서는 밥을 해 달나고도 하고, 임명군들은 '동무', '동무' 그럭케 부르고 철모자다 노끈을 얼거서 풀을 꺽어서 모자다 꼬자 쓰고 비행기가 지나가면 풀밭티서 업쳐 숨었다가 비행기 지나가면 또 거러갔다.
어느날 입소문으로 듣는 마리, 후테해 들어간다고 했다. 못 들어 간 사람은 덕유산으로 드러가서 밤마다 마을노 와서 쌀, 돼지, 닥치는 대로 빼사갔다.
밥만데면 무서웠다.
여자 온 집은 바늘, 실 다 가져갔다. 밤이 와서 마루다 총을 탕 굴리며 '쥔', '쥔' 했다.
쌀, 이불, 닥치는 대로 다 가져갔다.
무서워서 달라는 대로 주었다.
짐이 많으면 남자만 보면 짐 지고 가자고 했다.
큰애기(처녀)는 데리고 가니까, 언니는 각씨갔치 머리를 올맀다.
우리군은 그때 학생드리 총을 가지고 마을을 지키게 한 학두대, 방위대, 마을마다 보초막을지 녹고 밤이면 총소리만 '탱', '탱' 냈다.
밤이면 불도 못 쓰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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