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선 진안(8) 백운면 내동산

2008년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지난 12월 29일 2007년 두발로선 진안 마지막 산행이 있었습니다. 이번 산행에는 주명식(백운 회관 대표)씨의 안내로 김영화(용담 전원교회 담임목사)씨와 고정근, 임순옥(용담면 호계리) 부부와 함께 전근수(마이지구대)씨가 동참했습니다. 또한, 부모님을 따라 산행에 나선 김성은(용담 중 1), 이유선(용담 중 1), 고유리(용담 중 2)양과 전민지(중앙 초 3), 전병관(중앙 초 1) 남매도 함께 내봉마을과 동산마을의 이름이 합쳐진 내동산에 올라 겨울산행의 매력을 맘껏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편집자

곧 하늘에서 비나 눈이 내릴 모양이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에 오늘 산행이 쉽지 만은 않을 것 같아 괜히 걱정이 앞선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겨울날씨치고 포근했던 날이 새삼 아쉽기만 하다. 당장은 비나 눈이 내리지 않을지라도 혹시 몰라 비옷을 하나씩 챙겨들고 일행들은 산행에 나섰다. 이번 산행에서는 어떤 역사의 흔적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기대감을 가득 품고서.
  

▲ 약수암을 뒤로 하고 나선 내동산 입구에는 오래된 굴참나무가 먼저 일행들을 반긴다. 보기만 해도 세월을 짐작케 하는 굴참나무를 고정근씨가 한번 안아본다.
◆소나무 가로수길 사이로
차량을 통해 백운면 덕현리 동산마을 공터에 도착했다. 일행들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에 걱정했던 것 같이 하늘에선 눈이 내린다. 오랜만에 내린 눈이라서 반가움도 잠시 산길이 미끄럽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걱정과 달리 눈이 온다는 것에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고 즐겁기만 하다.

“여기에서 조금 걸어가면 내동산에 오르는 길입니다.”
일행들은 주명식씨의 안내에 따라 내동산에 오르는 입구에 다다랐다. 등산로 입구 앞 빨간 우체통이 먼저 일행들을 반긴다. 본격적인 산행이 아닌 잘 닦인 등산로를 오르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제법 경사가 있는 길과 눈과 비로 인해 질퍽한 땅이 걸음을 내 딛기도 힘이 든다.

처음 웃으며 즐겁게 오르던 수다쟁이 성은이, 유리, 유선이도 어느새 걸음걸이가 느려진다. 일행 중 가장 막내 병관이만 씩씩하니 등산로를 올랐다 내려갔다 바쁘다. 
몇 명의 일행들은 원래의 등산로를 이탈해 소나무 숲 낙엽길을 택했다. 그나마 오르는 길이 수월하다.

“몇 년 전까지 키 작은 나무였던 것이 이렇게 키 큰 소나무로 변했습니다.”
등산로 주위로 빼곡히 있는 소나무가 멋있다는 일행의 말에 주씨는 모두 우리 소나무로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자랐다고 설명한다.
  
◆뿌연 안개 밑으로 마을이 한눈에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경사진 길을 걸으면 잠시 후 평탄한 길도 있어야 하는 법이거늘 등산로 입구부터 쭉 경사로다. 처음부터 이럴진대 내동산 정상까지 어찌 올라야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저 멀리 앞서 오른 일행들이 물 한 모금 나누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제 등산로의 끝에 다다랐구나 싶다. 아니나다를까 탁 트인 공간이 보인다. 저 멀리 뿌연 안개 밑으로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네모 반듯한 논밭이 산악지대가 아닌 평야지대에 온 듯한 착각을 준다.

“어머, 아직도 배추가 다 있네. 배추 부침개 해먹으면 딱 좋겠다.”
“쌈 싸먹어도 맛있겠다.”
임순옥씨의 말에 여기저기 추운 겨울날씨 속에도 새파란 잎을 자랑하는 배추를 보고 한마디씩 따른다.
  

▲ 유리, 성은이, 유선이(사진 앞에부터)는 산행이 힘들다며 투덜대지만, 그래도 사이좋게 서로 손 잡아주며 씩씩하게 정상까지 올랐다.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약수암
병풍처럼 아름다운 자연의 품에 안긴 오래된 산사의 풍경이 눈길을 잡아끈다. 폭포에서 내려오는 약수에 일행들은 피로를 푼다.
“이 절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이 폭포에서 단옷날이 되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찾아와 머리도 감고 했고요. 그때만 되면 사람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찼지요.”

폭포물을 맞으면 아픈 병도 낫는다는 속설도 있었다고 주명식씨는 설명했다.
절 이름은 약수암이라고 했다. 절 현판에 1934년도에 지어져 1994년도에 60주년 행사를 했다고 하니 참으로 오래된 절이구나 싶다.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채 오랜 시간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약수암은 이처럼 내동산에 오르는 등산객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편, 현재 약수암 옆에 자리하고 있는 집 한 채에는 4년 전 부안에서 왔다는 강희재씨 외에 두 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일행들을 반갑게 맞아주던 세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말이다.
  
◆눈꽃이 전하는 아름다움
휴식도 잠시, 일행들은 약수암을 뒤로하고 내동산 정상을 향해 산행길에 올랐다. 약수암과 더불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켰을 법한 굴참나무가 가파른 산길의 시작이다. 

조금씩 내리던 눈발도 어느새 소복이 쌓여가고 있었다. ‘헉’ ‘헉’ 여기저기서 거친 숨결이 들린다. 산행을 자주 하지 않는 아이들은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 길이 힘들다며 투덜댄다. 하지만, 불평도 잠시, 나뭇가지에 보석처럼 내려앉은 눈꽃을 보는 일행들의 눈에 겨울산행의 즐거움이 가득하다.

산을 오른 지 한참, 정상이 멀지 않았다는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민지와 병관이 남매가 서로 일등으로 도착했다고 투닥거린다. 일행들 사이로 정상을 정복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웃음이 퍼진다. 
해발 887.4m의 내동산 정상. 불어오는 바람에 힘든 산행을 한 일행들이 땀방울을 씻는 것도 잠시, 차가운 겨울바람은 매섭게 불어온다.

하지만, 눈꽃과 함께 능선 사이사이로 넓게 퍼져있는 안개가 겨울 산의 운치를 더하며 또다시 산에 오를 것을 약속하게 한다.
잠시 후, 겨울 산의 매력을 맘껏 느낀 일행은 따끈한 유자차 한 잔에 몸을 녹인 후 천천히 하산길을 준비한다.

▲ 해발 887.4m 내동산 정상. 힘들게 올라 온 만큼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이날 등반에 나선 일행 모두는 눈내린 겨울 산행의 즐거움을 맘껏 느꼈다.
◆미끄럼틀이 돼버린 하산길
“유리 엉덩이 좀 보게, 큰일이네.”
올라갈 때도 힘든 산행이었지만 눈 내린 산길을 내려가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 몇 번 넘어져 옷을 버린 유리는 아예 미끄럼을 타고 내려온다. 발이 시려 걷지 못하겠다는 병관이는 어느새 아빠 전근수씨의 등에 업혔다. 

원래대로라면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내동산 등반길. 하지만, 이날 우리 일행은 4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내동산 정상 정복이라는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 좋지 않은 날씨 속에 어려움도 컸지만, 기필코 정상을 밟고 온 일행. 아마도 정상까지 완주했다는 기쁨도 크지만, 산 아래에서는 미처 맛보지 못하는 정상에서 느끼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맘 속에 담아올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날씨는 추웠지만 마음만은 포근했던 내동산 등반, 12월 겨울 산행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 고유리(용담중 2)
처음에는 왜 이걸 왔을까? 하고 많이 맘속에서 중얼중얼 거렸다 
올라가면서 흙이 질퍽거려서 더 힘들었다.
100보만 걷고, 다시 내려가야겠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올라가고 있었다.
점점 올라갈수록 상당히 추워졌고, 더없이 추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끝까지 의지를 갖고 올랐다.
정말 가기 싫었다. 하지만 난 끝까지 갔다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정상에 올랐을 때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과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산을 괜히 올라온 것이 아니구나!! 
풍경도 멋지고, 정상에서 먹는 유자차가 너무 따뜻하고 이렇게 맛있을 줄은 산에 올라와 보지 못했다면 평생 몰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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