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도 실패, 나락도 실패
올 추석에는 아들도 못 보고 그냥 넘어갔다
최한순(82, 동향면 학선리)

올 추석에는 아들도 못 보고, 그양 너머갓다.
세상도 안 좋다. 좋운세상 오기 바란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사야.
오늘은 주일이다. 교회나 가자. 노인학교도 못 가고 쉬어다.
올해는 다시 오지 마라. 전부가 다 실패다.
고추 실패다. 나락도 실패다. 올 것튼 해는 두 번 다시 오지마라.
이른 세상은 두 번 다시 오지 마세요.
풍년이 와야 살기 좋지요.
배추 하나 만 2천원 하니 사 먹을 수가 인나.
무수 하나 4천원 하이 살 수가 인나요.
올해는 고구마도 흉년이다. 대추도 안 열어다. 밤은 풍년이다.
들판을 바라보이 황혼비시 난다. 나락도 비야 하고, 서리가 온다. 추어지면 실타. 따실때가 좋다.
우리 인생은 널거지면 황천길만 차자간다.
좋은 음식도 쉬어지면 쓰레기로 돌아간다. 좋운 옷도 떨어지면 물걸래로 돌아간다.
산천초목 바라보이 황혼빗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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