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책 읽는 진안
김유애(흰구름작은도서관)

·저   자_김성우, 엄기호·출   판_따비·출판일_2020. 04. 20
·저 자_김성우, 엄기호·출 판_따비·출판일_2020. 04. 20

'매일 아침 1시간, 저녁 2시간은 책을 읽으리라' 다짐하고 책을 쌓아놓지만 내 손은 어느새 유튜브를 켜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유혹하는 유튜브 동영상의 바다를 헤매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 화장실에 갈 때도 책부터 찾았던 나는, 이제는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몇 년 전만 해도 도서관에 오는 어린 아이들은 친구들과 같이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책을 보거나 종이를 달라고 해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을 들고 각자 조용하다. 덕분에 어른들은 편히 자신들의 볼 일을 볼 수 있다. 귀찮게 하거나 떼를 쓸때 스마트폰을 들려주면 두 시간이 넘도록 조용하다. 유튜브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책은 필요없다. 유튜브에 보면 다 나온다'고. 맞다. 요리, 건강, 미용부터 재테크, 정치, 국제뉴스까지 유튜브는 만능 선생이다. 뿐인가?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어 운영하면 웬만한 직장인보다 훨씬 더 돈을 잘 번다. 커다란 방송국도 이제는 유튜브를 통하지 않고는 시청자를 확보할 수 없을 정도다. 유튜브는 책만 집어삼키는 것이 아니라 방송국도 집어 삼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왠지 걱정스럽다. 특히 배우고 공부해야 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어른들의 고민은 크다. 취업이나 입시를 위한 교육에서 '텍스트'를 읽는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읽고 답을 찾아 좋은 성적을 내려면 '읽기와 쓰기'가 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책보다는 유튜브나 게임 동영상에 더 열광한다.

"포노사피엔스 세대인 아이들은 유튜브나 동영상을 통해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니 그냥 둬야 하나?" 
"그래도 아직은 문해력이 중요하니, 책을 통해 지루함을 참고 텍스트를 읽어내는 훈련을 시켜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에 문화연구자 엄기호와 응용언어학자 김성우가 쓴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답을 줄 것 같아 읽었다. 저자들은 '시험이나 성과를 위한 읽기가 아니라 '인간의 입체적인 삶을 이해하고, 자신은 물론 타인과 관계를 맺는 역량을 키우는 삶을 위한 리터러시'를 이야기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교육이 긴 호흡을 가지고 책을 읽고,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더 나아가 책을 영상으로, 영상을 책으로 만들어보는 수업을 제안한다. 이쯤에서 답을 찾기 위해 조각조각 제시되는 지문 읽기 교육이 떠오른다. 이제는 학생보다 학교가 더 많아 입시 걱정에서 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교육환경이 되었으니, 긴 호흡을 가지고 책 한 권을 읽는 인문학, 과학, 외국어 수업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을 바탕으로 글과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로 표현해보기를 한다면 더 깊고 다양한 고민을 할 것 같다. 아~ 그럼, 공정성이 문제가 될까?

이 지점에서 저자들은 경제·문화자본에 따른 문해력의 양극화를 고민한다. 지금도 여력이 되는 가정에서는 좋은 책읽기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을 위해 비싼 돈을 내고 대안학교를 보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반면, 저자들은 웹을 떠돌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걱정한다. "매체에 따라 우리 뇌가 달라지고, 우리 뇌가 달라지면 우리의 습속이 달라진다"는 말은 서늘하게 다가온다.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짜뉴스'로 인한 갈등을 본다면 쉽게 간과해버릴 문제가 아니다.
보채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스마트폰을 넘겨주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매체가 우리 아이의 뇌를, 몸을, 습관에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전에는 '책읽기와 학교성적'을 연계시켜 생각하는데 그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읽기'에 대해 더 넓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래서 책을 읽어야 하나보다. 하루에 영상을 몇 시간을 보는지 체크해보고, 책 읽는 시간을 의무적으로라도 늘려봐야겠다.
그리고 부디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도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삶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을 모색해보길 바란다.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의 시대에 언제까지 소모적인 입시교육에 아이들을 방치할 것인가?

※지면에 소개된 책을 읽고 이메일(yunju96@hanmail.net)로 소감문을 보내주시면 추첨을 통해 진안군 작은도서관운영협의회가 준비한 도서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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