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겨울 속에 봄은 움트고...
칼바람 겨울 속에 봄은 움트고...
  • 임연희 기자
  • 승인 2008.01.28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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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 선 진안(9) 성수면 좌포리 말구리제~내리박골

날씨가 많이 풀어졌다.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인해 산행에 앞서 추위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이게도 산행 당일엔 큰 추위가 없어 안심이다. 그래도 계절은 겨울이기에 코끝이 시려오는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2008년 무자년 첫 두발로 선 진안 산행이 시작됐다.

▲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길을 걸어본다는 것은 항상 새롭다. 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옛 조상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는 것에서 또 다른 과거로의 시간여행인 것이다./사진 박종일 기자
◆옛날 양화마을엔...
오전 10시, 일행이 모이기로 한 성수 풍혈냉천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산행 안내를 맡은 이팔영(63)씨를 먼저 만나 산행에 앞서 양화마을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옛날 일제시대때 풍혈냉천 앞으로 우뭇가사리 공장이 있었어요. 관촌에 열차가 있어 수송이 자유롭다는 이유로 생겼지요.”

이팔영씨가 가리키는 곳엔 지금은 공장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지만 바로 앞의 고개만 넘으면 임실 관촌까지의 거리가 20리(8km) 길이라고 하니 교통이 자유로운 곳에 공장이 들어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라 생각됐다.

“우뭇가사리 공장 뿐 아니라 풍혈에는 누에도 저장을 했지요.”
지금은 여름이면 더위를 식히러 오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됐지만 옛날만 해도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풍혈이 냉장고 역할을 담당했었나 보다.

이렇게 이팔영씨로부터 마을의 옛 이야기를 듣는 동안 함께 산행에 참가할 일행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할 때였다.

◆말구리재의 전설
[옛날 성수에 있던 고을 원님이 말을 타고 고개를 넘었다. 그런데 원님을 태우고 고개를 넘던 말이 그만 넘어져 뒹굴었다. 그래서 이름이 말구리재가 됐다.]

말구리재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다. 성수면 좌포리 양화마을 만덕산 줄기에 있는 말구리재는 성수면 사람들이 임실 관촌과 전주를 가기 위해선 꼭 넘어야 할 고개였다. 위치적으로 가까워 진안 장 보다는 관촌 장을 보러 다니던 마을 사람들은 지게를 짊어지고, 아니면 소달구지로 매일같이 고개를 넘었다. 지금의 좌포 터널이 생기기 전까지 넘어 다녔다고 하니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이야기다.

◆개발이란 이유
작은 돌부터 제 각기 모양을 가진 돌들이 하나의 탑을 형성하며 쌓여있다. 성황당 자리다. 성황당을 기점으로 일행들은 하산 아닌 하산을 했다. 능선을 타는 내리박골까지의 길은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내려가는 길은 지난 가을 수북이 쌓인 낙엽으로 인해 미끄럽다. 한발 한발 내딛기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내려가는 길옆으로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진 흔적이 보인다. 관광 목적으로 동굴을 찾다가 찾지 못해 중단된 자리라는 이팔영씨의 설명이다.

말구리재를 다 넘어왔다. 옆으로 좌포터널을 지나는 차량이 보인다. 일행들은 자동차로 터널만 지나면 쉽게 올 수 있는 길을 고개를 넘어 옛 흔적을 더듬어 보며 내려온 것이다.

고개를 넘어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서고 보니 사방에 보이는 것은 높이 쌓여 있는 모래와 여기저기 붉은 살을 드러내며 상처 입은 산이다. 이곳이 바로 회봉온천 조성사업 현장이란다.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었으면 좋았을 걸, 중단된 것처럼 보이는 회봉온천 조성사업 현장을 둘러본 일행들 사이로 개발이란 이유로 희생된 자연에 안타까운 한숨이 흐른다.

▲ 전근수, 김미순 부부의 두발 마라톤(?) /사진 박종일 기자
◆내리박골 오르는 길
회봉온천 조성사업 현장을 지난 일행들은 차량 통행이 잦아 비포장도로가 형성된 야트막한 언덕을 올랐다. 여기저기 나무 골재가 한창이다. 그리고 이곳이 성수 골프장 현장이라는 설명이 뒤 따른다.

경사도 심하지 않고 높지도 않은 언덕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올라가는 길이다 보니 다른 산행과 같이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한참을 걷다 보니 얼추 옆으로 보이는 산 높이가 비슷해 져 간다. 잠시 후 중길리로 향하는 내리박골에 다 올랐다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한 숨 돌린 일행들은 김밥 한 줄과 물 한 모금으로 점심을 먹고 발걸음도 가벼운 하산을 했다.

◆벌써 봄기운
“여기는 벌써 봄이네∼”
얼음이 채 녹지도 않았는데 내려가는 길엔 버들강아지가 군데군데 일행들 눈에 들어온다. 겨울이 한창인거 같아도 봄이 우리들 곁으로 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이른 봄기운을 느끼며 산행을 마친 일행은 김영균씨의 차량으로 풍혈냉천으로 이동했다. 일행 중 전근수, 김미순 부부는 4km가 되는 길을 짧은 마라톤(?)으로 완주했다. 다른 날보다 수월했던 2008년 첫 산행, 하산 길에 본 버들강아지로 인해 다가 올 봄을 마음에 품고 이날 산행은 마무리 됐다.

▲ 이번 산행에 동참한 일행들이 함께 모여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 박종일 기자

▲ 전민지/진안중앙초 3학년
아빠가 퇴근하면서 `진안신문사'에서 주관하는 `두 발로 선 진안'이란 산행이 있다고 준비하라는 말씀을 듣고 기분이 들떠 있었다.

만남의 장소인 성수 풍혈냉천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두 발로 선 진안'이란 진안의 산에 대한 산행을 하면서 그 산이 고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 조상의 발자취나 역사 등을 탐험하는 행사란 설명을 짤막하게 들었다. 

원래 난 살이 좀 찐 편이라 운동은 싫어 하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등산은 좋아한다. 
풍혈냉천을 품고 있는 이름 모를 산에 산행을 한 분들은 아빠, 엄마 그리고 김순옥 진안신문사 사장님 등 여러분들이었다.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는 `풍혈냉천'을 처음으로 보고 산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 식물들을 보니 신기하고 산행에 재미가 느껴졌다.

아빠는 산행을 하는 중간 중간에 사진을 찍어 나에게 새집이며 겨우살이 등을 보여 주셨는데 산행에 대한 즐거움이 더욱 컸다. 이번 산행은 지난번에 한 백운 내동산보다 수월하게 했다. 그때는 오르막도 많고 엄청 추웠으며, 안개가 많이 끼어 바로 앞 조차 분간할 수가 없었다. 또한 비가 와서 길이 질퍽하여 바지에 산행의 흔적을 고이 간직하고 왔다. 할머니께서 신발이구 바지랑 빨래하시느라 고생하셨지만….

회봉온천을 지나가면서 `이젠 온천에 가기위해 멀리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 하고 생각했지만 `온천물이 나오는 곳은 한 곳 뿐이며 그나마 물을 방치한 지 20년이 지나 수질이 오염되어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온천욕을 하기가 어렵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듣고 무척이나 실망했다.

회봉온천을 우회하여 기다란 임도를 따라 정상에 오르니 오디재배 농장이 있고 거기에서 점심으로 소풍 온 기분으로 김밥을 먹었는데 허기진 배에 꼬록꼬록 소리를 잠재우려 게 눈 감추듯 날름날름 먹어 치웠다.

산에서 거의 다 내려올 즈음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버들가지가 하얗게 피어 박종일 기자님께서 한 컷 찰칵해주셨다.

마을 도로에 도착하니 함께 산행하신 분이 트럭을 대기시켜 놓고 우릴 기다리셔서 얼른타고 풍혈냉천 주차장으로 왔는데 아빠, 엄마는 약 4km를 달려서 오셨다. 그런데도 땀 한 방울 안나는 거 있지.

다 모여서 기념사진 찍고 가실 분들은 가시고 몇 분과 우리 가족은 성수면 소재지로 이동하여 돼지고기와 두부가 들어 있는 찌개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왔다.

오늘 산행을 하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었으며 상쾌하고 너무나 즐거웠다. 다음 산행에도 아빠, 엄마 그리고 오늘 참석하지 못한 동생 병관이와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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