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 칼럼니스트,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1964년 당시 유엔에 등록된 나라 수는 120여 개국이었다. 국민소득으로 볼 때 그 중에서 119위의 나라가 한국이었다. 고맙게도 인도가 있어 겨우 꼴등을 면하는 형국이었다.

그해 12월 10일, 당시 서독을 방문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 앞에서 ‘내 나라에서 일하게 하지 못하고 여러분을 여기까지 내 몰은 나는 죄인입니다’라고 목메어 고백한 후, 소리를 내어 울며 연설을 중단했다.

육영수 여사와 광부들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뤼브케 서독대통령까지 울고 말았다.
그때 뤼브케 대통령이 박대통령을 위로하며 한말이 ‘한국도 독일처럼 꼭 한강의 기적을 이룰 겁니다.’였다. 아마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제일 먼저 사용했지 않나 싶다.

당시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한국에게 1억4천만 마르크를 빌려준 독일은 고마운 나라이다.

당시 참으로 참담했던 것은 대통령 전용기는 상상할 수도 없던 시절이라 노스웨스트社와 전세기 계약을 체결했지만, 박정희에게 비행기를 빌려줄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계약을 취소당하고 대통령이 독일에 갈 교통편이 없었던 일이다.

결국 비행기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서독정부에서 국빈용 항공기를 보내주어서 대통령이 비행기를 얻어 타고 방문했으니 그 체면을 말해 뭐하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5천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기를 구가하고 있다.

무엇이 우리를 이만큼 잘살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염원을 국민과 정부와 지도자가 똘똘 뭉쳐 한 방향, 한 곳으로 역량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포항제철은 하나의 회사가 아니었다. 사장은 박정희 대통령이었고, 공장장은 박태준이었으며 대한민국이 지급보증을 섰기에, 오늘의 포스코가 세계제일의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으로선 이해가 안 되겠지만 당시만 해도 이병철회장의 지시로 전 그룹이 사활을 걸고 반도체 개발에 인력과 자금을 집중했고, 그로인해 삼성의 계열사였던 우리지역의 전주제지(한솔제지)까지 1차 부도를 맞는 등 한곳으로 역량을 집중하였기에, 오늘날 세계 반도체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진안군은 농가소득증대사업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군수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향후 4개년동안 집중투자 할 재원을 마련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고민하며 잘사는 농촌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며 나름의 우려를 갖는다. 그렇게 군수가 박정희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이때, 실·과장들은 제2의 박태준, 이병철, 정주영이 되어 열정을 불사를 수 있을까? 또 진안군민들은 군수를 믿고 공감하며, 모두가 제 몫을 다하여 줄까? 하는 것이다.

농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군수에게 먼저 필요한 것은 실탄이 되는 재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원확보와 함께 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하나 되어 해내고야 말겠다는 군민들의 의지를 일깨우는 일이다.

지도자와 행정과 군민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만이 농가소득증대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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