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식당 ☎433-5542

▲ 구구식당의 강남순씨가 갓 끓인 순대국밥을 선보이고 있다.
상에 차려진 순대 국밥이 뽀얀 김을 뿜으며 지글지글 소리를 낸다. 휘휘 저으며 김을 몰아내고 새우젓, 잘게 썬 청양고추로 적당히 간을 보니 얼큰한 국물로 인해 뱃속이 난리가 났다. 국밥 한 숟갈에 밑반찬으로 나온 양념 고추 한입 베어 무니 젓갈에 버무려진 고추에 혀끝이 즐겁다.

여기서 잠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양념 고추 중 무작위로 1∼2개씩 매운맛이 강한 고추들이 숨어 있다. 어쩌다가 연속으로 매운 고추가 걸리면 그날은 운이 안 좋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강남순(53)씨가 2002년도에 인수받은 ‘구구 식당’은 맨 처음 운영하던 시절부터 상호와 함께 국밥의 맛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구구 식당을 인수받으면서 기존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원래 식당 주방에서 국밥을 만들던 아주머니에게 직접 한 달간 국밥 만드는 기술을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국밥 기술을 배우는 한 달 동안 바깥에 나가보질 못 했어요.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양념 고추며 깍두기며 밑반찬도 다 새로 배웠죠. 되도록 원래 식당을 찾던 손님들 입맛에 맞추려고 했어요.”

보통 새로 가게를 인수하면 기존에 쓰이던 상호를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상호를 바꾸고 가게를 새롭게 단장한다. 하지만, 강씨는 내부 수리를 하거나 식당이름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내부 인테리어를 좀 더 좋게 하고 시설을 새롭게 꾸민다고 손님이 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새로운 이름을 내세운 간판은 중요하지 않아요. 가게가 허름하다고, 간판이 허름하다고 나무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중요한 건 음식이니까요. 간판을 새로 하거나, 내부수리를 새로 할 돈으로 차라리 밑반찬을 좀 더 많이 하거나 고기를 더 많이 얹어 주는 거면 모를까, 그런 눈에 보이는 허울에 낭비를 하고 싶진 않아요.”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지금 운영하고 있는 구구 식당이 처음이라는 강남순씨. 식당을 운영하기 전에 터미널 근처에서 ‘삼남여행’이라는 여행사를 운영했었다. 그러다 경기가 어려워져 여행사 운영이 힘들어지자, 아는 지인이 구구 식당 운영을 해보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강씨가 구구 식당 인수를 마음먹었을 때 주위에서는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다 오래 못 할 거라고 말렸죠. 여행사를 하다가 갑자기 식당을 한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죠. 그래도 지금은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주인이 바뀌어도 맛은 여전하다고 더 많이 찾아 주시고 계시고요.”

맛도 맛이거니와 그녀가 철석같이 고집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서비스’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면 밑반찬이 다 떨어져 “여기 김치 좀 더 주세요!”라고 외치기 일쑤지만 구구 식당은 엔간해선 외칠 일이 없다. 바로 강씨의 큰딸 임정숙(27)씨가 있기 때문이다. 임정숙씨는 손님들의 밥상에서 밑반찬이 떨어져 갈 때 즈음, 슬며시 반찬 그릇을 가져다가 듬뿍 새로 채워준다.

“간혹 많이 남기시는 분들이 있어요. 남기는 이유를 알고 싶어 그분들이 남긴 음식을 직접 먹어보곤 하죠. 제 음식이 입맛에 안 맞는 손님들에겐 괜히 미안해지고요. 또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드신 분들께는 조금 더 많이 줄걸, 하고 후회도 하고요.”

진안의 인구는 줄지만 구구 식당의 손님이 줄지 않는 것은 그녀의 노력과 정성이 구구 식당만의 따뜻한 국밥을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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