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 학동마을 최순심, 김정순 할머니

새롭게 시작된 2008년도 어느새 훌쩍 지나 1월의 막바지에 달한 28일, 하루 종일 흐린 날씨가 계속되더니 언제부턴가 소리도 없이 하얀 눈이 사뿐 사뿐 얌전하게 내립니다.
눈 내리는 겨울 오후의 날씨 때문일까요? 정천 학동마을의 최순심(70), 김정순(81)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왠지 운치 있고, 멋스러워 보입니다.

▲ 김정순 할머니 /사진 박종일 기자
◆‘복’ 만드는 할머니들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맞아주십니다. 복조리, 바구니 등 알록달록 색깔도 다양한 할머니들의 작품들이 방 한 켠에 가지런히 놓여있네요. 바구니가 예쁘다고 하니 예전에는 모양도 예쁘고 개수도 많았는데 주위 사람 나눠주고 보니 현재는 별로 안 예쁜 것들만 남았다고 할머니들은 아쉬워하십니다.

최순심, 김정순 할머니가 처음 복조리 만드는 일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98년∼ 99년쯤이라고 합니다.

학동마을에 낡은 전기선을 교체하기 위해 전기공사가 한창일 때 여기저기 남겨져 있던 전기 케이블을 수거하면서였다나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오래 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싸리나무나 대나무로 복조리와 나물바구니를 만들어 주셨던 것부터 하자면 참 오래된 인연이지요.

“누구한테 배워서 했나요. 아버지가 만드시는 걸 보고 그 기억으로 이것저것 연구해서 만들어 본 거지”
할머니들이 처음 만든 것은 소쿠리였다고 합니다. 그 뒤, 바구니를 만들고 바구니에 뚜껑이 있으면 더 예쁘겠다 싶어 뚜껑 있는 바구니, 그 뒤 연필꽂이, 이쑤시게통 등 크기, 모양을 다양하게 변형해서 만들었다네요. 한마디로 할머니들이 직접 복조리, 바구니 디자이너가 되신 거죠.

이렇게 할머니들이 직접 디자인해서 제작까지 한 작품(?)이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열흘. 큰 맘 먹고 쉬지 않고 계속 만들다 보면 5일 안쪽으로도 만들겠지만 그게 어디 쉽나요. 얇은 전기 케이블을 가지고 만드는 일이다 보니 손도 아프고 눈도 아른거리는 게, 쉬엄쉬엄 만드는 것이지요.

참, 복조리 만드는 일은 시작한지 몇 년 지나지 않아 군에까지 소개돼 100만원의 상금도 받았다고 합니다. 받은 상금은 마을회관에 냉장고 장만하고 나머지는 마을 입구에 꽃을 심는데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 최순심 할머니 /사진 박종일 기자
◆‘복’ 전하는 복조리
“색깔이 고와서 꽃 같아”
김정순 할머니는 완성된 바구니와 복조리가 꽃 같이 예쁘다고 하십니다. 단색보다는 원색을 많이 사용해 만들다 보니 어쩜 하나의 꽃 같아 보이기도 하겠네요. 하지만 그보다 만드는 두 할머니의 마음이 꽃 같이 고와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까지 100여개는 만든 거 같아요. 만들어서 사방천지로 다 선물했지요.”
정성들여 힘들게 만든 복조리 등은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사람, 고마운 사람들에게는 어김없이 전달된 셈이지요. 그러고보니 할머니들은 아무 대가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복을 나눠주고 있었던 것이네요.

◆‘복’ 나누기는 계속
현재 최순심, 김정순 할머니는 복조리와 바구니 만드는 일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재료 찾기도 쉽지 않거니와 만드는 일이 힘에 부치는 이유 때문이지요. 하지만 할머니들은 말씀하시네요. 지금은 중단했지만 시간이 되고 선물할 곳이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만들 계획이 있다고. 할머니들의 ‘복’ 나누기는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 상태인 게지요.

취재를 모두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도 작고 예쁜 복조리를 건네며 ‘복’을 나눠주시는 최순심, 김정순 할머니.
집 밖의 풍경은 하얗게 내린 눈으로 겨울의 멋스러움이 한층 더하고 제 마음은 할머니들이 전해 준 ‘복’을 받아 가슴 속이 훈훈한 기운으로 따뜻해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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