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임준연 진안지혜의숲도서관건립 준비위원회 위원
임준연 진안지혜의숲도서관건립 준비위원회 위원

지역뿐 아니라 한국사회에 책 읽는 인구는 점점 줄고 있다. 책뿐 아니라 문자 매체의 구독자가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 도서관이라니. 현재의 공공도서관도 몇 년 전에 증·개축하여 종합열람실을 넓혔고 서가도 더 들여놓았으나 뚜렷하게 이용자가 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작은도서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운영도 보조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현재의 도서관이나 활성화하지 100억 원이나 되는 세금으로 왜 도서관을 지으려 하는가.
고백 건데 나는 도서관 마니아다. 책도 좋아하지만, 도서관은 더 좋아한다. 혼자 여행 가면 그 지역의 도서관을 먼저 들른다.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읽다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지역의 도서관은 잘 이용하지 않게 된다. 왜일까?

지난 14일 화산체육관 옆, 전주 꽃심도서관을 가서 깨달았다. 아, 이게 요즈음의 도서관이구나. 핵심은 공간과 프로그램이었다. 낮고 깊은 은밀한 개인 공간이 있는가 하면 탁 트인 라운지 느낌의 공용공간이 적절히 섞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명이며 가구 등의 실내장식이 "있고 싶다(혹은 가지고 싶다)"라는 마음을 절로 들었다. 더도 바랄 것이 없었다. 그냥 진안에 복사 붙이기 해도(지금 기획하는 도서관과 규모가 비슷하다) 좋겠다 싶었다. 사서와 시설관리자 등 관계자가 20명 상주하는 문화공간이었다.  1216우주로 공간은 2년간 청소년, 주민 등이 참여해 공간을 꾸미고 프로그램 과정에 학교와 활동가 등이 참여해 이뤄낸 곳이었다. 사서와 관리공무원의 자부심도 커 보였다.

솔직하자. 우린 건축적으로 좋은 공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문화의 집, 시장, 홍삼 한방센터, 체육관, 도서관 등의 건물이 주는 호기심은 불만뿐이거나 그에 가깝다. 하자도 많고, 운영 관리도 어려운 것. 서비스도 저급하다. 게다가 관급공사에 대한 불신도 크다.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건축물을 가져보지 못했기에 새 건물에 대한 우려부터 생긴다.
설계과정에 관심 많은 주민이 참여하고 선진지의 사례를 잘 분석해서 적용한다면, 내 집을 꾸민다는 마음으로 공공건물에 설계와 시공에 신경을 쓴다면, 어떨까? 지성의 보고인 책이 공간을 장악하고 그곳의 이용자가 될 우리가 장면을 완성한다. 상상이 즐겁지 않은가. 우리 진안도 자랑할만한, 내세울 만한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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