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쑥 내민 고구마, 엇지나 탐스럽고 큰지
이순주(84, 마령면 강정리)

올 한해를 마무리하려는 농부들에 일손은 바쁜데, 늦더위에 떠밀려 느슨히 다가온 가을. 아주 작지만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고구마를 캤다.
줄기를 낫으로 걷어내고, 두덕의 언덕백이를 호미로 조심스레 살살 흙을 파기 시작했다. 흙더미 속에서 고개를 쑥 내민 고구마. 엇찌나 탐스럽고 큰지. 내 팔둑만한개 깊히 묻혀 킹킹 거리며 캐어 갓난 아기를 만지듯 조심스레 박스에 담아 옴겼다.
박스로 2개. 자연이 준 선물.
너무도 흡적하고 고마뭐. 기를 땐 힘들지만 이 맛에 농사를 짓는 것 같다.
마음과 머릿속에 담는 공부와 똑 같은 것 같다. 기억자 하나를 몰라 수많은 날들을 그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던가. 이제는 거이 다 익혀 틀린자도 많지만 책도 술술 읽고 이렇게 일기도 써 신문에 낸다는 게 정말 장하기만 하고 훕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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