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초등학교 예순 번째 졸업식 있던 날

▲ 한솔이와 태완이가 동생들의 카드낭독을 듣고 있다. 옛 기억을 떠올리던 한솔이가 웃음을 참으려 입술을 앙다문다.
강당의 문을 여니 따뜻한 온기가 몸속을 파고듭니다.
바람이 차가워 몸을 잔뜩 웅크리고 걸으며 바라 본 운동장이 그렇게 외로워 보였나 봅니다.

연장초등학교(교장 안재올) 60번째 졸업식이 있던 날, 키가 100cm도 안 될 것 같은 유치원 아이부터 어느새 훌쩍 자라 선생님만큼 큰 6학년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올해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나는 태완이(김태완·14)와 한솔이(박한솔·14)를 둘러싸고 앉은 아이들은 '졸업'이라는 단어가 아직 어색한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작별'이란 단어 앞에 어쩔 줄 몰라 그저 어색한 웃음만 짓고 있습니다.

이날 열린 연장초 졸업식은 다른 학교에서 여는 졸업식과는 사뭇 다릅니다. 졸업식을 맞은 아이들이 주인공인 만큼 이번만은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선생님들이 관객의 자리에 섰습니다. 학부모들과 함께 관객이 되어 졸업식을 지켜보는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자랑스러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상을 수여하는 방법도 다른 학교와 다릅니다. 상을 직접 받으러 가던 학생들이 오늘만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대신 교장선생님이 일일이 상을 받는 한 명, 한 명에게 상과 선물을 전달합니다.

"오늘만은 구경꾼이 돼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내가 직접 아이들에게 가서 상도 주고 선물도 주고…. 우리들의 자리가 아니라 아이들의 자리잖아요. 권위적인 행사방식을 과감하게 버렸죠."

안 교장은 그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을 뿐입니다.
강당에 모인 전교생은 태완이와 한솔이를 감싸고 둘러앉아 혹여 잊게 될까 그들과 눈을 맞추려 애를 씁니다.

아이들은 손수 졸업하는 형, 오빠에게 서운함을 달랜 카드를 써 한 줄, 두 줄 읊어 내려갑니다. 졸업식 내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던 졸업생들은 그 순간만큼은 진지함이 서려 웃기도 하고 눈물을 참는 듯 고개를 푹 숙이기도 합니다.

졸업생들도 직접 아이들에게 카드를 썼습니다. 태완이와 한솔이는 몇 안 되는 아이들의 입학식, 학기 내내 있었던 소소한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이 두 졸업생은 한 명, 한 명에게 쓴 카드를 읽어 내려가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졸업식에 모인 그 누구도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어른들이야 체면치레니 뭐니 하며 흐르는 눈물을 꾹 참았을까마는 어린 아이들은 아직 실감이 나질 않나 봅니다.

"이제 형아 못 봐요?"
한 아이가 큰 눈을 유난히 반짝입니다.
태완이와 한솔이는 웃는 방법이 생각이 나질 않나 봅니다. 졸업식 내내 아주 희미한 웃음만 보일 뿐 계속 굳은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6년이라는 시간이 담긴 초등학교는 떠나지만 두 명의 졸업생은 그나마 함께 진안중으로 가게 돼 위안이 됩니다.

"선생님과 동생들이 너무 보고 싶을 거예요. 이제 의젓한 중학생이 되니까 한솔이와도 더 친하게 지내고 공부 열심히 할 거예요. 또 책도 많이 읽고 친구들도 더 많이 사귀고…."

태완이와 한솔이는 새로 시작될 새로운 중학교 생활을 기대하며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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