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석(79, 정천 정자동마을)

용담댐 건설로 2000년 10월, 대대로 살아온 정든 망덕마을을 떠나던 날. 나는 슬픔을 참지 못했다.
우리 마을은 동쪽으로는 금강 본류인 금월천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운장산 기슭에서 흘러내려오는 정자천이 있어 유년시절에는 여름철 맑은 물에 멱감고, 겨울에는 스케이트 등 어름치기를 하면서 해지는 줄 모르고 아이들과 놀았다.
청장년이 되면서는 동서로 흐르는 냇가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천렵국을 끓여 먹는 그 맛은 천상 일품이다.
그 시절은 인심이 좋아 이웃집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훈훈한 인정미는 지금도 그리워진다.
그때 그 시절은 마을공동체가 활기차제 활동하여 70년대에는 새마을사업을 하느라 새벽부터 일어나 안길 넓히기, 토암쌓기 등 힘이 들어도 깨끗한 환경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왔다.
그러나 용담댐이라는 거대한 건설사업을 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각지로 50% 이상이 정든 고향을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고향땅을 두고 멀리 떠날 수 없어 우리 마을 위치가 보이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아 지금의 '정자동' 마을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21년이 지났어도 종종 망덕마을에 살던 생활모습이 꿈에서도 나타났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망덕마을. 내 집이 그립고 한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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