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십 개 만들어 무료로 노인들에게

▲ 송상필 할아버지
송상필(70·마령면 강정리)할아버지 집 마당에는 할아버지만의 아담한 작업장이 있다.
작업장에는 갖가지 나무들이 즐비해있고 못, 드릴, 망치 등이 잘 정리돼 있다. 잘 다듬어진 하얀 살을 드러낸 나무부터 이제 갓 작업장에 배치된 듯 울퉁불퉁한 나무, 구부러진 몸을 펴기 위해 경운기 모서리에 잘 고정된 나무까지 다양하다.

이 나무들은 송상필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서 주워 가져다 놓고 손질하고 있는 나무들이다. 나무들은 할아버지의 손이 한번 거칠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하나의 나무에 11번 정도 손이 가야 지팡이가 만들어져요. 겉으로 보기엔 쉽게 뚝딱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소한 1년은 더 넘게 걸린 다우. 나무를 찧어서 부러지지 않게 말리는 작업에만 꼬박 1년이 걸리니까 말이야. 다 말린 나무를 경운기모서리에 고정시켜 펴는 작업에도 또 한 달이 걸리지."

지팡이 하나를 만들기 위해 1년이 넘는 기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송상필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준비된 연장들로 지팡이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마을회관에 놀러갈 때마다, 바람 쐬러 동네를 한 바퀴 돌 때마다 틈틈이 나무를 주워 말려 놓은 것이 벌써 250개다.

곧게 펴진 나무 끄트머리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를 만들고 보기 좋게 가스불로 무늬를 낸다. 도색을 하고 난 후, 고무마개로 지팡이 바닥을 보호해주면 그럴싸한 지팡이가 완성된다.
"원래는 무늬를 내지 않고 색소를 넣은 니스 칠만 했었죠. 그런데 만들다보니까 밋밋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불에 그슬려 무늬를 넣어볼까 해서 시도해봤어요. 막상 하고보니 보기 좋더라고. 어때, 예쁘지요?"

하나하나 송 할아버지의 손길을 거칠 때마다 할아버지는 따뜻한 입김을 불듯 정성을 불어 넣는다.
"처음에는 심심해서 시작했죠. 어릴 때부터 손재주가 좋았거든. 그런데 마을 어른들에게 나눠드리니 너무 좋아하시지 뭐예요. 그때부터 재미가 붙어서 지금까지 만들고 있어요. 벌써 2년도 지났네, 그려. 30개가 만들어지면 30개 가지고 다른 마을에 가서 나눠 드리고, 많이 쌓여있을 때는 필요한 어른들 가져가시라고 정류소에 맡기고…. 대단한 물건도 아니라 그냥 드리는 건데 고마워하는 분들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더라고…. 못 그만둘 것 같아."

송 할아버지는 사심 없는 소박한 마음을 살짝 들춰낸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들 찾아오는지 원…. 이왕 왔으니 지팡이 하나 가져 가실라우?"
기자의 방문이 귀찮을 법도 한데, 찾아온 발걸음이 고마워 지팡이 하나 챙겨주는 소박한 마음이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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