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령면 계서리 오동마을 박영조, 왕미례 부부

▲ 꽃샘추위로 쌀쌀해진 날씨 속에서도 박영조, 왕미례 부부는 시기가 늦은 배나무 가지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진 박종일 기자
부부는 오늘도 배나무 가지치기에 한창이다. 농사란게 아직은 서툴고 어렵지만 그래도 힘들게 일해서 가을에 수확을 얻을 생각을 하면 즐겁고 재미나기만 하다.
"배나무 가지치기가 좀 늦었어요. 벌써 끝났어야 했는데 남편이 허리 디스크 수술을 했거든요."
시기를 놓쳐버리면 망치는 게 농사일이라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부부는 마냥 일을 뒤로 미룰 수는 없었나 보다.
 
진안과의 인연 맺기
2006년 8월 20일은 30여년의 세월을 서울에서 살아 온 박영조(53), 왕미례(53) 부부가 도심생활을 접고 마령면 계서리 오동마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린 날이다.
이들 부부에게 진안이란 곳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임에도 인연은 맺어졌다.

"남편이 고등학교를 전주에서 나왔어요. 그래서 동참 모임을 갖게 되면 진안 백운동계곡, 운일암 반일암 등에서 많이 했어요."

2002년 귀농을 생각하고 귀농사모라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부부는 2~3년여 동안 전국을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누볐다.
하지만 부부가 돌고 돌아 최종 도착한 곳은 진안 마령이다.

"거제도, 강원도 안 다녀본 곳이 없어요. 하지만 결론은 진안이더라고요. 연고는 없지만 익숙함 때문에 진안으로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박영조, 왕미례 부부는 진안에서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지역에 동화되기
"진안은 전혀 연고가 없기 때문에 저희가 의지할 곳이 없었어요. 그러다 전북지역 귀농인 모임에 가서 진안읍 가막리 마을 간사를 만나고 그분을 통해 여러 가지 군에서 하는 교육 등에 참여하게 됐죠."

7~8개. 부부가 귀농을 하고 지금까지 군에서 하는 교육에 참여하고 받은 수료증의 개수다. 이처럼 이들은 농사를 하면서 틈틈이 교육에 참여해 새로운 것을 배워 나갔다. 그리고 창작스튜디오에서 하는 공방에 다니면서 취미활동과 함께 사람들을 사귀며 서서히 지역에 섞이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처음 공방에 나가게 된 이유는 지역 사람도 사귀고 정을 붙이기 위해서였어요.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 작년 일손이 한창 바쁠 때 배 포장도 해 주는 등 도와줘 큰 힘이 됐지요."

또한 부부는 귀농 첫해 첫 수확한 배를 따서 오동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을 했다. 먼저 살갑게 다가온 부부를 마을 어르신들은 마음을 열고 형제처럼 대해줬다.

"이사 온 날 동네 분들이 감자, 마늘, 배추 등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을 가져다주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뭔가 어색하고 부담이 있었지만 지금은 불편함 없고 너무 좋아요."

마을에서 젊은 동생으로 통하는 박영조씨, 새댁으로 불리는 왕미례씨는 이방인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준 동네 어르신들이 참 고맙다고 한다.

이번에 박영조씨 허리 디스크 수술 때문에 집을 비우는 동안에도 동네 어르신들에게 집 열쇠를 맡기고 가고 마을 분들이 염소, 개, 닭 사료를 주기위한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고 하니 부부는 이제 마을의 타인이 아닌 오동마을의 진정한 구성인인 것이다.
 
블루베리, 부농의 시작
"앞으로 블루베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블루베리를 통해 3년 후면 연봉 억대를 바라보는 농가가 될 것입니다."

현재 13,223㎡(4천평)에 친환경 배 농사와 함께 헛개나무, 가시오가피, 오미자 등 약초재배도 함께 하고 있는 이들 부부는 앞으로 블루베리를 통해 부농을 꿈꾸고 있었다.

작년에는 평택까지 가서 블루베리 재배 교육을 받고 오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부부는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농작물을 통해 지역의 선도농가가 될 것이란다.

"블루베리는 5년 뒤 수확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3~4년 된 묘목을 심고 2년 뒤 수확을 할 생각입니다."
부부는 블루베리의 수확이 가능하기까지 2년여 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하고 있는 배농사도 함께 해 가면서 수익이 창출되면 블루베리로 점차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체리나 비타민 나무 등 다른 농가에서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앞서가는 농가가 되려 하고 있었다.

"가족단위로 체험농장도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수생식물이 있는 생태학습장도 만들고 싶고요."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면서 결실을 맺어가는 박영조, 왕미례 부부. 이제 귀농한 지 3년여 남짓된 새내기 농가이지만 부부의 소박하지만 큰 꿈의 결실이 맺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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