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낟알 ‘쌀’

곡식으로서 쌀은 인류의 생존에 있어 너무도 중대한 존재였고, 생명유지의 원초적 수단이었다는 것을 기나긴 인류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쌀밥 한 톨이라도 입에 넣기 위해 옛사람들은 그 얼마나 처절한 삶을 지나쳐왔던가. 쌀이 없으면 보리나 밀로 대신하고, 찬이 없으면 쌀밥 하나면 족했었다.그렇게 쌀이라는 곡식은 주식(主食)으로 특히 동양문화권에서는 절대적인 생명의 보루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쌀이, 생활이 풍족해지고 허기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존재의 의미가 되지 않았던 것인지 이제는 ‘쌓아 놓은 쌀자루’ 신세가 되었다.소위 산업혁명이라고 하여 분업화가 이루어지고 서양식 문물이 도입되면서 산업의 양상도 분류화되어 1차 산업이니 2차니 하며 차원을 따지게 되었다.이는 다름아닌 노동적 계급의 분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어떤 산업이 되었든 일정 가치를 생산하고 파생시키는 과정이다. 이 가치는 경제학상 재화(財貨)와 용역(用役)으로 정의되어 각기 물자와 서비스라는 것으로 실현된다. 그러데 그 가치는 상대적이어서 생명의 존재를 유지케하는 식량 산업이 있는 반면, 기계나 도구를 만들어 편리한 가치를 제공하는 산업, 기타 정신적 만족, 쾌락적 만족, 명예 만족, 사치 만족, 거품 만족 등 벼라별 욕구 갈증을 채워주기 위한 것 등 세분화되고 첨예화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치의 척도가 제각기 다르다는 것에 있다.절대빈곤의 시절에는 허기를 면하는 것이 중대사였으므로 달리 선택의 여지없이 식량이 절대적인 가치의 우선이었다. 그러나 ‘쌀자루’ 신세 이후 비대해진 2차, 3차 산업의 척도는 1차 산업의 영역까지 파고들었고,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의 방식도 아니면서, 오히려 허기진 배를 움켜쥐는 대신 다이어트로 거품빼는 일이 급선무라니... 이런 지경에 자나깨나 ‘쌀‘이면 여한이 없을 것처럼 살던 옛사람의 흔적은 지금 사람들에게 단지 과거가 될 따름인가. 농산물 수입이 둑 무너지듯 밀려올 기세에 생명지기인 농업인들은 대경실색(大驚失色), 문전옥답(門前沃畓)은 황성옛터의 폐허지경이다. 무역 장벽을 허물고 세방화(世坊化 Global)되었으니 무엇이든 들어오고 나간다는 시대흐름에 예상못한 바 아니지만, 특히 농산물은 거래의 대상으로서 상품이라기 보다는 우리의 생존적 여건이며 바탕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주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외화를 벌어들이는 대신 상대적 가치가 낮은 품목을 내보낸다는 것이 사실상 물물교환의 본질은 아니다.왜냐하면 많은 데에서 적은 곳으로,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하여 서로를 채워주는 것이어야 하는데, 넘쳐나는 것끼리 충돌을 하게되는 현상은 지구촌 경제를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불합리하기 때문이다.그 흐름을 조절하고 분배를 조율하는 주체도 없다. 그저 우열의 원칙과 국가 단위의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국내서는 부가가치라는 것을 척도로 삼아 노동집약적인 것보다는 기술집약적인 것을 발굴하고 육성하여 선점 경쟁에 매진하고 있는데 자동차와 반도체, 에너지 등과 같은 것들이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인력을 먹여 살린다는 경제 원칙으로 첨예화하게 되면 급기야 생산이나 개발인력은 갈수록 줄고 나머지는 할 일이 없어질 판국이다. 모두가 유통이나 공급에 나설 수도 없다. 참여하지 못하고 팔장만 끼고 있을 수도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선진국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 이미 준비된 상태에서 시비를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바로 사회복지와 사회보장제도다. 놀고 먹게 하는 제도라고 오해할 수 있으나 인센티브(Incentive)라는 것이 있어서 똑같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우리는 아직도 너무나 취약하고 왜곡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한 다수간의 배려와 약속이 빈약하다는 것은 그 사회의 갈등이고 병폐다.제도나 규정에 앞서 상호간의 공존의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자연스런 사화보장의 기법이라고 본다. 거기에는 구성원의 의식과 자주성, 진취성이 반영되어 있음을 볼 때 결국 국민적 기질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쌀은 많은데 배고픈 현실이라... 일반 개인용 컴퓨터(PC)에 장착되는 반도체 메모리칩(기억장치)의 용량이 1기가(1G 바이트)인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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