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규홍 주천면 무릉리

큰딸아이가 집을 떠난 지 열흘째. 작은아이와 함께 녀석을 보러 나섰다. 15살 딸아이는 지금 한강 하류에서 낙동강 을숙도까지 강을 따라 약 500km가 넘는 거리를 48일 동안 걷는 대장정에 들어가 있다.

현재 위치는 강원도 원주의 외곽에 있는 '솔미'라는 작은 강변마을이다. '조금은 지쳐있겠지, 어느 정도는 후회를 하고 있을 거야' 라는 내 기대(?)를 저버리고 녀석은 쾌활하고 건강해 보였다.

그래도 아비인지라, 먼지투성이 길 위에서 만난 어린 딸을 보며 가슴 한편이 아릿했지만 짐짓 모른 체하고 건강이나 안부 따위는 묻지 않았다.
한편으론 아이들을 길 위로 나서게 만든 어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고 죄스럽기도 했다.
 
강과 인간의 역사는 공존과 공생의 역사였습니다. 강은 신이 인간에게 보내 준 생명의 원천이며, 맑은 강의 흐름은 오염되지 않은 정신의 상징으로 깨끗함을 소생시키는 장으로 인식되어 왔지요. 또한 강은 사람의 정서를 키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장소로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생활했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강은 훌륭한 학습의 장소인 것입니다.
청소년 강강수월래단은 가장 먼저 이러한 강을 원래 모습 그대로 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한강(江)과 낙동강(江)을 원래(原來) 대로 보고 노래하자는 의미에서 강강수월래(江江水原來)로 우리 프로젝트를 지어본 것입니다. [청소년 강강수월래 지원단장 문창식]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길 수도 있는 세상의 일들을 나의 문제로 받아 안기를 바랐다. 더구나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내가 속한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타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건 더욱 옳지 못한 일이라 여겼다.

이것이 내가 딸아이를 우리 한국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한반도 대운하의 현장으로 내 보낸 이유다.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어른들이 쳐놓은 허울 좋은 교육이라는 방어막을 넘어 우리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기를 바란다.

강강수원래 탐사단은 4월14일 서울 한강에서부터 5월 30일 부산 을숙도까지 48일간 강을 따라 걸으며 강의 어류생태를 조사하고, 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환경전문가들에게 강의도 듣고 토론도 하면서 대운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운하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운하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 청소년이 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학교교육의 현실은 이러한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 사업에 대해 청소년들이 보다 깊이 학습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주체적 역량을 키워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참여해 운하 예정지 지역의 사람을 만나고, 생태, 환경, 역사, 문화를 탐구함으로써 자신들의 미래 삶에 영향을 미칠 운하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가져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입장을 자신들의 언어로 발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강강수월래 지원단장 문창식]
 
대안이란 무엇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한, 무엇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고 들었다. 지금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해 구구히 말하기는 싫다. 이러한 것이 잘못되었으니 저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싫다.

언제고 말 안하고는 못 베기겠지만 그건 차차 할 얘기고, 지금은 길 위에 선 아이들은 물론이고 울타리 안에서 숨죽여 온 아이들 모두가 앙가슴을 열고 당당하게 자신의 언어로 세상과 어른들을 향해 '도대체 이게 뭡니까?' 라고 말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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