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영화를 활동사진이라 불렀다. 움직이는 사진이란 뜻이다. 6.25 직후이고 극장도 없던 시절이라 그 활동사진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미국공보원의 순회 영사차량이 찾아오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지금의 승합차처럼 생긴 영사차량 위에 2m가량의 작은 스크린을 펼치고 16mm 영사기로 비추는 활동사진은 주로 뉴스였고, 어느 때는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도 선보였다.
그래도 그 뉴스로 (일방적인 선전이었겠지만) 전쟁소식(당시는 휴전 이전)도 보고,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상영시간도 안 지키고(1시간정도 지연되는 것은 예사였다), 필름은 자주 끊기고, 스크린은 희미해서 요즈음처럼 관람객 대우는 못받았지만 당시는 구경꺼리가 드문 때라 활동사진만 온다하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런 시절이 이어지다가 1960년대 초에는 진안에도 극장이 들어서고 극영화가 매일 상영되기에 이르렀다.

 지금의 진안읍교회 앞 가요주점이 들어선 곳이 극장이었는데 당초에는 공공 건물로 지어졌으나 우여곡절 끝에 개인에게 불하되어 영화관으로 운영된 것이다.

당시 35mm 영사기 2대를 설치하였는데 광원으로는 탄소봉을 태우는 방식이었다. 기계가 낡아 화면이 안정되지 못하고 필름이 자주 끊어져 원성이 높았으나 달리 오락도 없던 시절이라 60년대 말까지는 관객은 그럭저럭 유지가 되었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이농으로 인구는 감소하고 TV가 보급되자 관객은 급격히 줄어들어 영화관이 마침내 문을 닫게 되었다.

시대는 발전하였는데 고을의 문화적 '인프라'는 오히려 퇴보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까짓 영화 TV로 보거나 '비디오'로 보면 그만이지"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방면의 연구결과는 그게 아니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TV로 보는 것의 감동차이는4 : 1이라 한다. 영화를 단순히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 정도로 보려면 굳이 '비디오'를 볼것도 없이 인터넷을 뒤져 스토리를 알면 족할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스토리만이 아니다. 배우의 연기, 배경, 세트, 미술, 편집, 조명 등 볼 것이 많다. 오죽하면 영화를 종합 예술이라 할까.

그럼에도 지금으로선 우리 고장에 상업적 극장이 들어설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래서 진안군에서는 금년에도 예산을 들여 예전의 활동사진처럼 각 읍면을 돌며 순회 영화를 상영한다.

이른 저녁을 때우고 예전처럼 학교 운동장에서 활동사진을 관람하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까. 지금의 활동사진은 예전의 16mm가 아니라 35mm이고, 최신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하는 최첨단 활동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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