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이야기 45 부귀면 세동리(마지막) … 부암(부암·진안편·듬방)

▲ 부암리 위쪽 저수지에서 내려다본 마을. 왼쪽이 듬방. 가운데가 부암. 멀리 보이는 곳이 진안편이다.
부귀면 세동리에서 마지막으로 둘러볼 마을은 부암(釜岩)이다. 이 마을은 부암, 진안편, 듬방 세 마을로 구성돼 있고, 마을회관은 부암에 있다.

그런데 진안향토문화백과사전은 부암, 진안편, 새터 세 마을로 이뤄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수록한 지도에서는 주민들이 '진안편'이라고 부르는 곳을 '새터'라고 표기하고 있어 약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마을 역사라는 게 공식 기록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일부 다른 부분도 있을 게다.
 

▲ 마을약도
곰티재로 이어지는 마을
노루목재를 넘어 우정마을을 지나 잎이 무성한 가로수 길까지 지나면 부암이 시작된다. 시작은 진안편이다. 진안편은 예전에 앞 내를 경계로 전주와 나뉘어 있었는데, 내를 경계로 전주편, 진안편이라고 불렀던 게 지명이 되었단다. 마을엔 네 가구가 살고 있으며, 유독 인삼밭이 많이 보인다. 한 때는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노인들만 남았다고 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마을이 부암이다. 1900년경에 금녕 김씨들이 정착하면서 이뤄졌다는 이 마을은 마을 뒤 바위가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해 '부암'이란 이름을 얻었다. 세 마을 가운데 농경지가 많은 편에 속하며, 여덟 가구가 살고 있다. 마을 가운데에는 지난해 고속도로 공사에 따른 보상으로 지을 수 있었다는 넓은 마당을 낀 마을회관이 있다.

마지막 마을은 듬방이다. 부암에서 곰티재로 이어지는 도로는 듬방에서 포장이 끝난다. 마을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 아래로 펼쳐져 있으며, 현재 일곱 가구가 살고 있단다. 유독 빈집이 많이 보여 안타까움을 준다.

여기에서 더 올라가면 '신정호'라는 저수지가 나온다. 10년 전쯤에 지어 비교적 새 저수지인 이곳은 아래쪽 장승마을까지 물을 댄다고 한다.

저수지에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완주와 경계를 이루는 곰티재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잘못된 웅치전적비가 있는 곳이다.
 
사라진 마을 풍습
부암에서는 마을 뒷산 산제당에서 질산제라는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음력 정월 초이튿날 부녀자 중심으로 부암, 새터, 진안편까지 풍물을 치면서 마을 안녕을 기원했다고 하는데, 1970년대에 산제당이 불탄 뒤로는 제를 올리지 않는다.

기우제도 지냈다. 민동산(민봉산) 꼭때기에서 돼지를 잡아 피를 뿌리고, 불을 지폈다. 속설에 불을 피우면 하늘이 뜨거워서 비를 내린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지금은 지내지 않는다.

또 부암에는 정자나무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 마을회관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데, 나무가 크면서 계속 옆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그러다 비바람(폭풍우)이 몰아치던 날 나무줄기 가운데에 틈이 생기고 물이 들어가 썩어가자 베어냈다.
 

▲ 벌떼가 하늘을 까맣게 뒤덮었다. 이정근 이장이 벌떼의 움직을 유심히 살피며 여왕벌을 찾는다.
고속도로 뚫리고 피해 커
마을에서 앞산을 바라보면 답답하다. 산 허리를 익산-장수간 고속도로가 뚫고 지나가는데, 높다란 담장을 둘러놓은 형세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엔진과 바퀴 마찰음이 여과 없이 마을까지 전해진다.

"처음에 마을에서는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니까 마을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공사해달라는 바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고속도로를 모두 만들고 나서는 방음벽 설치를 안 해서 엄청 시끄럽습니다. 게다가 겨울이면 우리 마을 앞 구간이 응달이 지니까 염화칼슘을 엄청나게 뿌려대는데, 염화칼슘이 섞인 물이 저수지와 마을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물고기가 살지 못합니다. 마을에서 붕어하고 빙어 치어를 조금 넣어 놨는데, 모두 죽었어요."

마을 이정근(65) 이장의 설명이다. 공사중에 약간의 보상금으로 마을회관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정작 필요했던 방음과 환경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단다.
 

▲ 점차 벌떼는 한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웃집 마당에 있는 정원수 가지에 붙었다. 이제 벌을 따서 통에 담으면 한봉 통 하나가 추가된다.
새살림 차리는 벌
이정근 이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갑자기 벌떼가 하늘을 뒤덮었다. 어지럽게 하늘을 날던 벌은 조금씩 한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새 여왕벌이 독립해서 새살림을 차리기 위해 이사하는 중이었다. 한봉 통을 하나 더 늘리는 기회였다.
잠시 후 벌은 이웃집 마당에 있는 측백나무에 붙었다. 줄기 한쪽에 잔뜩 붙어 있는 게 자리를 굳힌 모양이었다.

"그나마 따기 어려운 곳이 아니라 다행이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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