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로 선 진안(10) 용담 수리너미재(이드롯재)

한 달에 한 번씩 우리지역의 옛 길을 걸으며 그 속에 남아있는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야기들을 풀어내고자 계획했던 두발로 선 진안이 지난 1월 달 이후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5월, 다시 시작한 산행, 이제는 꾸준한 산행을 통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이야기들을 풀어내도록 하겠습니다. 더 많은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한편 다시 시작한 이번 산행은 고정근(용담 대방동마을)씨의 안내로 임순옥, 김영화, 송풍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과 함께 용담 호계리 대방동마을에서 주천면 운봉리 양명으로 넘어가는 이드롯재에 올랐습니다. 특히 이번 산행은 송풍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해서 더욱 색다르고 즐거운 산행이 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 초록빛으로 물든 5월 산행. 여름 길목에 서 있는 이번 산행에 나선 일행들은 번들바위에서 잠시 쉬면서 더위를 식혔다.
동심과 함께 시작
"어디로 가는 거예요"
"산에는 왜 가는 거예요"
우리 아이들은 호기심 대장이다. 온통 궁금한 것 투성, 알고 싶은 것들뿐이다.
5월 17일, 두발로 선 진안 산행에 동참한 다정이, 진홍이, 정관이(송풍초 6학년), 그리고 현국이, 순호(송풍초 5학년)는 재미있게 놀 수 있었던 토요일 오후 시간을 빼앗긴 것 같아 심술이 낫지만 등산을 한다는 말에 내심 여러 가지 궁금함도 생기는 모양이다.
 
길 따라 꽃 따라
대방동마을 앞, 저 멀리 우리 일행이 가야할 산이 보인다. 그 뒤로 주천면 운봉리에 있는 구봉산의 모습도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이드롯재. 이곳은 옛날 주천사람들이 용담으로 장을 보러 다니던 길이었으며 용담학생들이 운일암반일암으로 소풍가던 길이었다고 출발에 앞서 고정근씨는 설명했다.

아이들은 어느새 저만치 뛰어가기 바쁘다. 까만 다슬기가 붙어있는 동네 계곡에서 장난도 치며, 서로 뛰다가 걷다가 재잘재잘 어느새 산행의 즐거움에 빠진 듯하다.

이드롯재로 가는 대방동 마을길은 야생화로 가득하다. 노랗게, 빨갛게, 색깔도 다양하니 따뜻한 봄빛 가득 안고 한없이 예쁘다. 향기로운 꽃향기는 일행들의 발걸음을 자꾸만 잡아끈다. 그렇게 어여쁜 야생화 꽃길을 지나고 대방동 마을 마지막 집을 지나 이드롯재에 오르는 산길로 걸음을 내딛었다.
 
"봄은 어느새 저만치 지났네요"

이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길이 지난 세월의 흔적을 채 지우지 못한 듯 이르롯재에 오르는 길이 제법 잘 닦여있다.

하늘로 높이 솟은 나무들은 진한 녹색 빛깔로 여름을 맞이한다. 그렇게 계절은 벌써 분홍빛, 연둣빛 가득했던 봄을 지나 초록의 여름으로 들어섰다.

우거진 숲 길 사이사이 아이들은 다람쥐마냥 힘든 줄 모르고 뛰어가기 바쁘다. 산에 오른 지 몇 분이나 흘렀을까. 산길 옆으로 계곡물이 흐른다. 계곡 물에 손 담은 일행들은 잠시 쉬며 땀을 식힌다.

"이곳은 번들바위라고 합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함께 놀기도 많이 했던 곳이지요." 고정근씨의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제법 크고 넓은 바위가 더운 여름 보내기엔 안성맞춤인 듯하다.
 

▲ 현국이가 산더덕을 발견하고 활짝 웃었다.
벌써 정상
다시 씩씩하게 정상을 향해 오른다. 오전에 시작했던 그동안의 산행과 달리 이번 산행은 오후에 시작한 만큼 산을 오르기에 바쁘다. 그래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신기한 모양의 나무 앞에서 한번 쉬고, 도롱뇽 알도 발견하는 등 자연이 주는 선물에 여유를 가진다.

"자, 다 왔습니다. 힘내세요."
지난 가을 수북이 쌓인 낙엽 밟고 마지막 힘을 내서 걸음을 옮겨본다. 어느새 정상에 다 왔나보다.
"여기가 끝이에요?"
"이제 내려가는 거예요?"
생각보다 짧은 코스의 산행에 아이들은 아쉬움이 남는 듯하다.
 
하산 길은 산 더덕 캐기에 삼매경
산을 오를 때와 같이 내려가는 길도 아이들이 선두다. 고르지 못한 산길임에도 내려가자는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달려 나간 아이들의 모습은 어느새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산길을 달려간 아이들이 무슨 일인가 모여앉아 있다. 가까이 가보니 산 더덕 캐기에 바쁜 모습이다.

더덕 인줄은 어떻게 알았는지 더덕을 캐서 부모님 가져다 드린다는 아이, 집에 가져가서 다시 심을 거라는 아이. 그렇게 하산하는 길은 잠시 모두들 앉아 산 더덕 캐기 삼매경에 빠졌다. 잠시 후 하산하는 아이들 손에는 산 더덕이 하나둘 들려있다.

5월, 어느새 계절은 여름의 길목에 들어섰다. 겨울을 지나 산뜻한 봄을 기다리며 올랐던 지난 1월의 산행 이후로 2008년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산행은 동심으로 가득했던 아이들과 함께 해서 더욱 뜻 깊은 시간으로 그렇게 마무리됐다.

▲ 문다정(송풍초 6)
교회차를 타고 애들하고 호계리에 있는 유리언니 집 쪽으로 갔다. 조상의 길을 찾아서 오르는 산행인데 처음 길은 시멘트로 되어있다. 더 가다보니 산이 나왔다 풀 때문에 잘 못 갔다.

막대기로 풀을 치우면서 갔다. 풀이 없나했더니 이젠 돌이 있다. 미치겠다. 가다가 나무에 길을 안내하는 띠도 걸었다.

번들바위에 도착해 사진을 찍었다. '진짜 이 길로 조상들이 다녔을까?' 궁금하다. 가도 가도 끝이 안 나온다. 가다가 현국이가 더덕을 캤다. 좀 작다. 내가 "아저씨 끝이 어디예요?"하니 "저 하늘보이네 다 왔어." 하늘이 보이면 꼭대기 인가 보다. 진짜 조금 가니 끝이 나왔다.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물도 마셨다. 여기가 주천과 용담으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하신다. 어릴 때 시장에 갈 때 이 길로 갔다고 한다.

'우리가 꽤 많이 왔구나.' 다시 내려갔다. 어른들 보다 우리가 먼저 갔다. 길을 몰라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끈이 묶어 있어서 그 쪽으로 가니 길이 나왔다. 현국이가 "와 더덕이다." 나는 순호하고 내려가는데 어른들도 기다려야 될 것 같아서 현국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어른들 모습이 보인다. 근데 이상한 건 어른들이 "여기 여기도" 한데를 파보면 더덕이 있다. 신기하다. 2~3개를 캐고 내려갔다. 유리언니 아빠가 "여기"해서 보니 큰 더덕이 있다. 내가 먼저 가서 받았다. 지금 캔 것 중에서 가장 컸다.

산에서 더덕도 캐보고 오늘은 재미있는 등산이었다. 다음에도 친구들과 함께 옛 길을 찾아 나서는 '두발로 선 진안' 산행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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